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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달러는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시점에서 브레턴우즈 협정을 기점으로, 기축통화로서의 확고한 자리를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국제 무역거래에서 기준이 되는 통화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달러라는 기축통화 지위를 갖게 되면서, 그 이유만으로 상당한 혜택을 누려왔고 또한 앞으로도 그 권한을 잃지 않는다면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기축통화의 지위에 변화를 예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듯하다. 물론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얼마 전 IMF(국제통화기금)의 총재 라가드나와 세계은행 총재인 로버트 졸릭이 말했던 바와 같이 지금 세계경제는 심각한 위험국면에 처해 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보면, 지금의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처해있는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이들 기구가 그동안 미국의 입장을 주로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현재 부채증가와 재정적자라는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기축 통화의 기반이 되었던 달러의 운명은 향후 나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최근 국제 경제의 위기와 연관하여, 미국의 달러가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달러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국제통화시스템은 어떻게 변모할지 달러 몰락 이후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관심을 두고 주목해볼 만한 도서로 생각된다.
이 책은 미국보다 미국 밖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달러가 어떻게 해서 오늘날 그러한 절대적 지위를 지니게 되었는지 그 역사의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단일통화가 된 유로의 탄생 과정과 작금의 세계적인 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의 원인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와 그리고 만약 향후 어떤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달러가 몰락을 피할 수 없다면, 과연 유로와 위안이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누구나 알다시피 20세기 초반의 당시 무역거래의 주요 기반이 되었던 통화는, 산업혁명을 발판으로 막대한 자산을 축적했던 영국의 파운드였다. 그러나 달러가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로 알려졌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달러는 1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연방기준위원회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미 1925년부터 파운드를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후 달러의 기반이 점차 강화되면서 한동안 파운드와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서로 나누어 가졌다가, 2차 대전 중 영국이 과도한 전비 지출로 세게 경제를 이끌고 나갈 동력을 잃어버리고 난 뒤, 미국은 세계 산업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국력이 강화되면서 금 보유량을 늘렸고 유동성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지위를 홀로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달러가 몰락할 것이라는 이야기의 근원적 배경이 되어버린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규제받지 않은 금융계의 무분별한 영업 관행이 자행됨으로써 초래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지적은 이미 여러 경제 전문가들에 의해 다루어졌던 사안이어서 그리 솔깃할 것은 없다. 그러나 당시 위기와 관련하여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비롯한 당시 정책 당사자들의 안일한 대책과 그 과정에서 수학적 분석기술을 활용하면 리스크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사고방식에 함몰된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면서 달러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러의 몰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상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재정적자에 취약한 미국정부가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빚을 지게 될 것이며, 결국 미국 정부는 인플레를 통해 채무 부담을 덜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해외투자자들이 이를 가만히 좌시하지만은 않겠지만, 다른 어떤 뾰족한 강구수단이 현재로서는 없어 보이지 않나 싶다.
2008년 미국 월가를 뒤흔든 금융위기와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그리고 이어진 유럽의 경제위기를 두고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이제는 달러의 대안이 되는 다른 통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달러를 대신할 대안으로 일본의 엔화나 유럽단일통화인 유로, 그리고 중국의 위안화에 대해 저마다의 문제점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또한, 금이나 IMF가 1960년대 말에 공식 국제거래에서 달러를 대체하려고 만들었던 특별인출권 역시 핵심적인 보유통화로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현재 달러가 지니고 있는 과도한 특권이 과연 지속될 것인가에 관해, 만약에 앞으로 달러가 폭락한다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말하면서도 이것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듯하다. 따라서 저자는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는 변함없을 보이며, 다만 앞으로 미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유럽이나 중국 등과의 금융관계를 경쟁적으로 몰아가기보다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협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서, 향후 미국 정부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