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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누구나 각자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소득을 얻으며 또한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와 저축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은 저마다 원활하고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정량의 꾸준한 소득은 필수 불가피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바로 소비라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소득이 높다 하더라도 이를 넘어선 과도한 소비를 한다면 안정된 생활을 바라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소득에 따라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며 만족을 주는 소비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기업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마케팅 기법을 통해 우리를 현혹하고 있는 가격책정의 과정에, 우리가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의 처지에서, 그 이면에 가격에 대한 어떤 조작과 전략들이 숨어 있는지를 상세하게 밝히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과연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가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소비를 우리의 일상생활에 접목해 건전한 경제행위를 해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 관심을 두고 한번 읽어볼 만한 유익한 경제교양도서로 생각된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매겨진 가격과 관련한 일련의 숫자들은 겉보기에 매우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숨어 있는 교묘한 조작과 장치에 의해 실제로 우리의 구매 행동에 관련하여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소비라는 측면에서 경제학적으로 대개 인간은 주어진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자신에게 효용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생각하면 이 말은 인간이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일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자나 행동경제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견해와는 사뭇 다른 의견과 주장을 내세운다.
우리는 소비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적합한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될 때, 사전에 기존의 경험이나 혹은 새로 얻게 된 다양한 정보들을 근거로 나름대로 분석의 과정을 통해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도 우리가 혼란스럽지 않게 최종적인 구매과정에 이르게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휴리스틱이라고 하는 자신의 직관적인 판단이나, 일반적인 상식과 경험에 따른 즉흥적이고 단순한 추론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휴리스틱에 의한 우리의 대표적인 소비행태를 보면, 대형슈퍼마켓이 소형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싸다고 단정하거나, 가격에 높으면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지 않을까 라는 추측들을 하게 되면서, 이러한 판단이 결국에는 마치 합리적인 의사결정인양 스스로 고착화 해버리고 이를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소비성향을 근거로 하여 실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세부적인 내용을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을 우리가 은연중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러한 휴리스틱에 의한 비합리적 소비행위를 토대로, 이 책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지금껏 선량한 소비자들을 속여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시중에 나와 있는 과자나 아이스크림의 경우, 제품의 포장용기와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묘한 방법으로 내용물에 대한 중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눈속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여러 좋은 물건들을 99센트에 파는 것처럼 광고해놓고, 막상 소비자가 매장을 들어가서 그러한 제품을 찾으려고 하면, 그 가격에 의한 제품은 정작 몇 개 되지 않고 가격이 높은 제품을 판다든지, 혹은 비싼 제품을 팔기 위해 기능 면이나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더 비싼 제품을 새로 만들고 이를 나란히 전시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초 팔려고 했던 제품이 전혀 비싸지 않음을 소비자에게 인식하는 등의 다양한 판매 전략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쿠폰제도나 포인트 적립카드, 통신 시장에서의 다양한 요금제도,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파는 패키지 상품 등,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 몰랐던 다양한 내용을 열거하여 가격 속의 내재하여 있는 비밀스러운 장치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가격은 집단적인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 장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적정가격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가격은 마음속 욕망을 표출하고자 하는 일반 대중들이 욕망을 단지 숫자라는 언어에 불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 불황에 발맞춰 국내 물가인상에 빨강 신호등이 켜지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추세에 편승하여 이익에 눈이 먼 기업들이 이를 가속해 간다는 적잖은 우려감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폭넓은 소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더불어 물가안정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는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격과 관련된 대중들의 심리와 사회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놓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기업의 판매 전략에 휘말려 엉뚱한 소비를 하지 않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소비자가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