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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지난 8월초 세계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였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예전보다 한 단계 낮추면서 결국 우려하던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 되는 계기를 맞았다.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고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수습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 금융문제에 관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어떤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작금의 이러한 상황의 주요 원인은, 바로 오늘날까지 14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부채의 증가로, 재정 건전성 악화와 이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재정위기로 파악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혼란에 휩싸인 이러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것은 아니며, 그 근본적인 문제가 과거 50년 동안 진행되어 온 미국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작금의 이런 경제 상황이 과연 언제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가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더 나아가서는 미국의 경제 위기와 맞물려 서서히 몰락해가는 서구국가들과, 반면에 중국을 위시하여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는 여러 나라들의 경제 현황들을 분석해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새롭게 개편될 세계경제 변화에 그 향방을 가늠해 보고자 했다.
출간되자마자 화제의 책으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 책을 보고, 독자의 입장에서 먼저 눈에 띠었던 것은, 오늘의 미국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여러 가지 주요 증거를 들어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경제학자이면서 미국 학계와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자본의 축적을 이루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 왔던 미국이, 마치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그들의 금융 시스템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그 근본적인 원인을, 경제 성장이 핵심이 되는 자본, 노동, 기술, 이 세 가지 개별적 요소가 적절하게 배분되지 못함으로서 결국 몰락을 초래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이 책에 나와 있는 저자가 주장하는 자본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집적된 자본을 대개 정부가 소유하는 신흥국가들과는 달리, 미국 대부분의 자본은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뮤추얼 펀드 등 민간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막대한 자금이 생산 개발투자나 사회 간접 자본의 확충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부의 주택 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부동산이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투기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자본의 왜곡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저자는 노동의 배분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한다. 미국 정부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연금 계획의 수립이 추진되면서, 상대적으로 노동 비용이 실제보다 저평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이후 많은 노동인력들이 생산적인 산업으로 유입되지 않고 서비스 부분으로 대거 몰려들었는데, 이런 이유로 노동의 양과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빚어졌던 것이고, 마침내 제조업은 점점 쇄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러한 노동의 비대칭적인 분포로 미국 정부는 중요한 생산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세 번째로는 기술의 배분이 잘못되었다 점이다. 그동안 미국의 경제적 성장의 그 배경에는 기술적인 요소가 있었다. 이 점은 위의 두 가지 왜곡된 요소와 연관되어 있는데,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분야에 자본의 투자가 감소됨으로서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체되었다는 점이고, 더불어 그동안 많은 돈을 들여 기술 개발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 축적되어 있던 많은 자본들은 정부의 그릇된 정책으로 대부분 소비되었고, 이후 빚을 끌어들여 오늘에 이르면서 과거에 영위했던 모습을 되찾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중국을 위시한 여러 신흥국들이 지금까지 이루어 온 경제 성장의 과정이 일견 대단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대로 주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듯하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 시급하게 서둘러야 할 것은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성장의 동력이 되는 세 가지 요소를 개선하기를 주문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금융위기에 맞서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려는 여러 노력들을 강구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의 국제 경제가 어떤 형태로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은, 미국의 지나온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깨달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났던 것은 미국의 전철을 우리가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의 일면에 과도한 부채의 증가와 카드 남발,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거품이 있다는 것이 미국이 겪었던 그것과 거의 흡사해 보이고, 또한 이런 현안에 대해 정부의 정책 역시 본질을 파헤치기보다 임기응변식의 안일한 대책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것은 새롭게 개편될지도 모를 세계 경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제의 취약점을 보완함은 물론, 성장 동력의 기반인 자본, 기술, 노동의 분배가 왜곡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