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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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면 띠지부터 떼어내는데 이 책은 선재 스님 사진이 있어 차마 떼어내지 못 하였다. 책을 보다가 어느덧 띠지가 위로 올라갔는데 띠지 있던 자리에 예쁜 그릇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엔 탐스럽고 귀여운 무랑 버섯 그림이 있고. 푸릇한 풀을 배경으로 한 스님의 웃음이 푸르다.

 

스님의 얘기가 뭉클해 책을 읽다보면 이쪽 저쪽에서 눈물이 와락 터져나온다. 안 그래도 눈물 많은 수도꼭지인데 나이가 들어 그런지 부쩍 울음이 잦다. 마음을 살짝만 톡 건드려도 구멍난 둑처럼 눈물이 샌다.

 

홍신자의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무슨 일을 하든 그 한 가지 일에 온 마음을 써서 집중하라고. 밥을 먹을  때도 밥을 먹는 일만 생각하라고. 선재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러하다. 불가에서 말하는 'Vipassana' , 호흡을 의식하라는 말. 언제나 깨어있어 지금을 살라는 가르침.

 

얼마 전 괴물쥐라 불리는 뉴트리아 쓸개즙에서 곰 보다 2~3배 많은 웅담성분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온 뒤 뉴트리아 포획이 늘어나 동이날 지경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생태계 파괴를 일으키는 뉴트리아를 사육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몸에 좋다면 어떤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의 행태에 씁쓸해 하며,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게 아니라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스님의 말씀에 새롭게 공감하였다. 스님처럼 모두가 욕심없이, 지혜롭게 살 수는 없을까.

 

며칠 전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과 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위 내시경 검사는 한 끼만 먹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에는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었다. 두 번 했다가 사람 피 말려 죽이겠다. 전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에 설사약(관장약)과 물 2L를 30분 간격으로 2시간 만에 먹고 장을 비워내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건강염려증인 내 우려와 달리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남편이 "거 봐. 아무 이상 없다잖아." 라며 잔뜩 핀잔을 주었다. 음식이 삶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시간이다. 평소에 식이조절을 하며 건강하게 살아왔다면 굳이 고통스러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혀로 느끼는 입맛에만 유독 가탈하게 구는 어리석음을 되돌아본다. 여기저기 맛있는 곳만 찾아다니려 하는 내 안 가득한 욕심을 들여다보고 어떤 음식을 먹고 무엇을 채우려 한 것인지 살핀다. 음식이 삶의 바탕이고 인생이고 수행임을 깨우쳐나가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새긴다.

 

조용히 앉아 명상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라 깨끗한-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음식을 정성껏 조리해 천천히 맛보며 먹는 것도 수행임을 잊고 산다. 현대의 속도에 따라 급하게, 빨리 바로 입에 털어넣을 수 있는 음식을 반성없이 먹어치운 내 몸에게 미안해하며 다독인다. 자연을 닮아 햇볕 담은 음식을 시간을 들여 조리하고 꼭꼭 씹으며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모든 여정과 수고에 감사를 보내는 마음도 수행이다.

 

1년 과정이라는 선재 스님 사찰음식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 사찰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에 깃드는 병을 살펴보고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은 수행이다. 음식도 수행이다. 먹으며 도닷가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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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5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5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7-02-2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장내시경 그건 참 ㅠ 고생많으셨어요.
먹는게 건강을 좌우한다는 걸 저도 새삼 느낍니다.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저도 관심이 부쩍 생기네요..

samadhi(眞我) 2017-02-25 11:13   좋아요 0 | URL
대장 내시경은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자연식 먹고 많이 움직이고 병원 근처로 가지 말기를 권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