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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연장통 - 당신을 지키고 버티게 하는 힘
신인철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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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장소는 해운대. 밤늦게 모이지만,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괜찮겠다 싶었다. 동래역에 도착하니 어느덧 10시. 곧바로 지하철을 타러 역사 2층으로 올라갔다. 두 번 정도 갈아타고, 해운대역에 내렸다. 몇 달 만에 왔는데, 올 때마다 해운대는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가게도 많아졌고.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이 버스 종점이었는데, 지금은 당당한 부도심 그 이상이다. 자리는 일차, 이차, 그리고 삼차까지 이어졌다. 기분 좋은 자리였다. 마지막은 양장피를 안주로 칭다오를 마셨다. 군대 얘기, 여행 갔던 일들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번 총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화두를 던진 것 같기도 하다.) 부산에서 야당이 다섯 석을 차지한 사실이라든지,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거의 싹쓸이한 일들이 화제로 떠올랐다. 뭘 모르는 학생 때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지금은 그 영향을 몸소 느끼게 된 나이가 된지라, 그 느낌이 조금은 남달랐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서 결혼해서, 어서 다들 자리 잡고, 그리고 한번 여행이라도 가보자고 빈말 같은 진심을 나누고는 각자 헤어졌다.

2. 이번 주에는 <중용의 연장통>이라는 책을 읽었다. <중용>은 노나라의 학자인 자사라는 분이 지은 책인데, 짧은 분량이지만, 서른세 개의 글 속에 - 수많은 - 인생의 지혜들이 담겨 있다. 저자의 말처럼 한쪽 극단으로 치우친 삶을 살도록 강요받는 이때에 그 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저자인 신인철 씨는 <사람 사이에 습관을 짓다>, <일상을 정리하며 다시 세우다>, <일에 제자리를 찾아 주다>라는 세 개의 소제목하에 각각 열한 개의 글귀를 소개하고 있는데, 가상의 인물 - 저자로 추측된다 - 인 신 차장과 장대리가 중용이라는 책을 배우면서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반성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태양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구약성경, 전도서, 1장 9절)

3.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구문이다. 성경의 문구를 빌려, 중용 13장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데, <하던 대로 하라>라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그렇게 날마다 진보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제의 나를 단절시키지 말고 그로부터 말미암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끊임없이 작지만 지속적인 진보와 변화의 길을 계속 걸어가라고 말이다. 이는 다음 장에 등장하는 "아침에 눈을 떠서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만들지 않으면 - 당신의 오늘 하루는 - 실패한 것이다."라는 문구와도 연결된다.

또 인상 깊었던 문구는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혼을 내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부분이다. 저자는 화를 낼 때는 나의 기분이나 내가 입은 피해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지만, 혼을 낼 때는 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리더다운 덕목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조언이었다.  

4. <중용>에서는 꾸준히 정진함을 중요시하고 있다. 불가능함을 영원히 불가능한 무언가로 여기는 게 아니라, 지극히 어려우니 결코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정진해 나아가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포인트. 불교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하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에 의지하라. 모든 것은 덧없으니, 게을리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고 말이다.

5. 고대 그리스의 신전에서 무녀들이 신의 언어를 읊조리는 것을 본일이 있을 것이다. 신탁이라 부는 것인데,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실은 그녀들은 약을 먹은 채로, 그냥 아무 소리 나 내뱉었다는 사실. 그러면, 도대체 그리스의 수많은 영웅들은 신탁을 어떻게 이해했던 걸까? 실패자들은 모든 의사결정에서 무녀들의 이야기에 발목을 잡혀 제대로 실행조차 할 수 없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영웅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탁을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여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

6. 옛날부터 양 극단은 서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왔다. 고통의 끝인 죽음이 어쩌면 영원한 휴식의 시작이듯이. 중용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실로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고, 조금만 더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거나 기록을 경신한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중용>에서 말한 모든 것들이 실로 한 번쯤은 경험했던 일들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이를 꾸준히 배워 나아가는 것, 그리고 계속 정진하여 발전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중용>에서 말하는 바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누구 하나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이 없던 외로운 시기, 혼란과 공포가 늘 번갈아 심신을 괴롭히던 피곤한 시기, 앞으로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었던 불확실성의 시기에, 그는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넘치거나 부족하지도 않으며, 담담하게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딱 알맞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본질적인 지혜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적어 나갔다. (서문 중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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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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