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뛰어난 작가들은 자신만의 문장론과 독서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조지 오웰의 경우 <나는 왜 쓰는가>라는 책에서 글과 정치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밝히고 있고,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이라는 책에서는 지나친 다독의 해로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 파리 리뷰 인터뷰를 편집하여 출간한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작가들의 인생관과 작품 의식,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생각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움베르트 에코, 하루키,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책에 대한 깊은 사유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수십년간 글을 써오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독서법과 문장론은 다른 어떤 조언들보다 더 살아있고 깊이있는 것임에는 틀림 없다.

 

이번에 읽은 책은 헤르만 헤세가 쓴 글들을 모은 <헤세의 문장론>이라는 책이다. 글쓰기와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독서에 대한 헤세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인데, 내가 알고 있던 헤세의 이미지와는 다른 깊은 강단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책을 편역한 역자의 머리말 또한 인상깊었다. 헤세의 글속에 스며들어 있는 깊은 성찰의 의미를 알기쉽게, 또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먼저, 인상깊었던 머리말의 문구들을 몇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ㅇ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자신의 피로 쓴 글을 가장 많이 사랑한다.

ㅇ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거저 얻지 않고 자신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많은 세계들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ㅇ 책은 삶으로 이끌어가고 삶에 도움이 되고 유익할 때에만 하나의 가치를 지닌다. 약간의 힘, 되젊어지는 예감, 새로이 원기가 솟는 느낌이 생기지 않으면 책을 읽는 시간은 모두 낭비되는 셈이다.

ㅇ 아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ㅇ 예술작품에서 진리, 성실성, 우아함, 깔끔함이 중요하다. 자잘한 것을 우아하고 극도로 깔끔하며 세심하게 묘사할 줄 아는 것, 엄격한 훈련과 성실성으로 우아한 숙련된 기예와 유희정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헤세는 독자들에게 책에 관한 많은 조언을 들려준다. 먼저, 기본적인 책 정리. 먼지가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습기가 차지 않도록 잘 정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책장을 정리할 때는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주제별로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 또, 책을 살 땐 가급적 실로 꿰메어진 형태의 도서를 선택하라는 조언도 재미있었다.

 

이어서 번역과 책을 선물하는 것에 대한 의미, 그리고 피서지에서의 읽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우리들이 흔히 책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고민들을 하나 둘씩 다 들어주고, 또 해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 부분이었다.

 

또 잠자리에 어울릴만한 책에 대한 언급이나,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고 했을 때의 막막함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었는데, 이는 다른데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이야기인데다가 나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였기 때문이다. 책이란 인간의 삶과 뗄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이처럼 삶에 얽힌 책에 관한 조언들은 너무나도 유익했다.

 

마지막으로 낭만주의와 철학에 대한 논의, 표현주의와 같은 문학적 사조, 한 시대를 - 진정으로 - 살아갔던 지식인으로서의 시선, 그리고 인생과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은 읽고, 느낄수 있었지만 진정으로 공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허나 이 책을 통해 헤세에 대해, 그리고 책읽기라는 평범하면서도 깊이를 가진 일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