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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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의 서평단 참여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육아서의 바이블?같은 느낌좋은 책을 만났다.
부모가 되었지만 어떠한 교육을 받은것도 아니고 부모로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일들이 아이를 키우며 처음이다보니 서툴고 낯설고 게다가 늘 불안하기까지하다.

잘하고 있는걸까?
괜찮을까?
이러면 어쩌지...
어떻게하면 좋을까?

좋은부모?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고민과 불안이 늘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는데 마치 그안을 꿰뚫어보는 양 많은 것들을 괜찮다고,최선을 다하되 부모로서 너무 완벽해지려 애쓰지 말으라는,스스로 자라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믿어보라는...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콕 와닿는다.

사실 좋은부모가 뭔지,나 조차도 뭐라고 정의 할 수 없다.지극히 주관적인 것인데...

나의 좋은부모되기의 이상은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적당한 애착과 탈착을 반복하여 자아가 건강한 어른으로 키워냄이다.


친구를 사귀기위해서라도 학원을 보내지않을 수 없다는 요즘 엄마들의 말에도 수긍하고 ,요즘 아이들은 머지않아 인공친구도 사귀는 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것이 혹 엄마들의 문제라고 치부하지 않아주시니 위화감 없이 읽힌것 같다.

아들과 친해지기위해 등산을 할 때 아빠는 입을 다물라는 조언도(들으려는 준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현실적이고 특히 사춘기 아이의 뇌와 호르몬은 반항과 자기주장을 하게끔 뇌가 시키기 때문에 야속해하거나 아이를 미워하지 말으라는 조언도 꼭꼭 명심해 둬야겠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대학에 가서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것은 그저 부모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들이고 아이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아이의 호기심이 무엇인지 평소 아이의 어떤말도 귀담아 듣다보면 아이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것을 찾기 시작하며 그것이 발전하면서 아이만의 세계가 깊어져간다고 한다.
아이의 말을 온전히 귀기울여 들어주는것이 중요하다고 (내 생각이나 조언은 빼두고) 수차례 반복하시는걸 보니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것이 아이와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것을 잊으면 안되겠다.특히 '내가 하고싶은말은 꾹 참기'는 사춘기 때 꼭 기억하기!


순하다고해서 좋을것도 예민하다고해서 나쁠것도 없다고 하지만 흔히 예민한 기질은 부모를 힘들게 하기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기질에는 좋고나쁨이 없고, 예민한아이는 자기표현이 뚜렷하고 반응이 빠르고 순한아이들은 자기주장을 적극적으로 하지못해 스트레스가 내재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순한아이들이 키우기엔 좋아도 본인스스로는 힘들수도 있다는걸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좋은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라는.그것은 여행을 하라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아이와 재밌게 함께 노는것!맛있는 간식을 함께 사먹거나 엉터리같은 놀이도 깔깔깔 웃으며 함께 해주는 것.그것이 훗날 아이가 지치고 힘들때 꺼내어볼 수 있는 귀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조언은 두번세번네번 기억하자~~(아이들이 좋아하는것은 웃는엄마의 얼굴)

아흔을 바라보신다는 정신분석 전문의 선생님답게 어떤것은 지금 나의 부모가 해주시는, 부모님 인생이 녹아든 조언처럼,어떤것은 전문의 다운 구체적인 이론처럼.
익숙한듯 거리낌없이 머릿속에 잘 집어넣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잘 스며들어서 아이들을 키우다 어느날 혹여 지치더라도.다시금 상기시켜 아이들을 충분히 독립된 어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 격려해본다.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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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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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워낙 유명한 에쿠니가오리의 책이니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소담 서평단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다.
굉장히 가볍고 좋다.
여고시절을 지나고 있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라 역시 거부감 없이 읽혔다.
여고시절이라하면 나도 지지 않을 수 있어!!

 




 
여고시절 참 웃긴게 유독 예쁜 친구만 좋아하는 애들이 있었다.
쟤는 예쁜애들만 좋아해~하고 다른이들이 알 정도로...
예쁘다는건.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좋아보이는 일이긴 한가보다.
다카노씨가 그랬던 것처럼...

 

 

 

 


유즈.너는 나와 같은 꿈을 가졌구나...
살아보니 여자도 기술을 가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면서 엄청 열심히 단어장에 단어를 쓰고 야자 끝나고 집에가는길에 버스에 앉아 일본어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다.그때는 우리반에서 일본어라면 1등이었는데....지금도 꿈은 꾸고 있는데 나는 그냥 그렇게 일본어를 책이든 영상이든 옆에 두고 있는것이 좋다.잘 못해도 그냥 옆에 끼고 사는게 좋다.
대신 수학 이런것들은 기피 했지.
여전히 수학 잘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시험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기쿠코 ,마미코,다케이처럼 서로 잘봤는지 못봤는지 묻고 ...  
어느 해 시험엔 수학이 반평균 30점이여서...4,50점 맞은 친구를 부러워 하던 때도 있었다.
뭐 그 때 그래 그 점수들에 웃고 울고 그것이 행복이냐 아니냐를 좌우했던 그런시절이 있긴 있었지.
우리는 그때 모두 여고생이었으니까....

나는 남자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있는 애들도 있었다.
그 나이의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렇게 깊이 빠져지지 않는 정도의 연애인가 하고 궁금하긴 하다.
주변의 가까운 친구들 모두 남자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가면 누가 제일 먼저 연애 할지 항상 궁금해했다.
그래도 공부를 해야한다며 남자는 멀리 하던 시기가 있었다.
모두 대학 가자마자 연애하느라 바빴지만.
그래서 여고시절은 여고시절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듯 하다.





책 속에 나오는 여러 모습의 여학생들.
지하철에서 자신의 몸을 브라우스 속으로  슬쩍 만진 동성에 호감을 갖는 기쿠코,
우울했던 에미,
유즈의 순수한 남자친구 요시다.그와 거리를 걷는 정도의 데이트.
비만을 신경쓰는 카나,
육체가 일찍 성숙한 미요,

그런 친구들이 성장과정에 내 곁에도 분명 있었다.

우리 모두 그 시절을 지나온 여고생들이었다.

비밀도 많고,  혼자가 아닌 것 같지만 그 때 우리는 모두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들과 비슷하게 성장했던 나를 다시한번 떠올려 보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지금의 나도 만들었겠지.

소중한 추억들이다.



 

*소담출판사에서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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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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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의 서평입니다*

나는 80년대 끼인세대다.

나는 영원히 끼인세대가 아니고 싶은데 끼인세대가 되어버렸다.

국민학생 때 나의 흰 타이즈는 의자 못에 걸려 올이 나가기가 일쑤였고 옆자리 짝꿍과는 낡은 초록나무책상에 금을 그어놓고 넘어오면 내꺼라는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도시락은 늘 아침마다 엄마가 싸주시는 밥과 반찬으로 가방에 챙겨 다녔고 쉬는시간이면 고무줄이니 술래잡기니 있는힘껏 달리고 뛰며 놀았다.

수학여행 떄는 경주의 호반장이라는 숙소의 무대에 친구들과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어 최대한 멋을 낸 뒤 나란히 서서 철이와 미애의 워우워우워~그 당시 초유행이였던 때밀이춤을 췄드랬다.우리는 그 춤을 추기위해 라디오에 테이프를 넣어 동네 놀이터에 모여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그러면 그 당시 소위 춤 좀 추는 노는 언니들 취급을 받으며...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혀 춤도 못추는데 장기자랑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교복은 크게크게 맞춰야 했고 (많이 클거라는 예상에서였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흰양말은 무늬가 없어야 했고 머리에 똑딱핀을 여러개 꽂았다고 교무실에 끌려가기도 했다.(노는 아이라고 오해 받았다) 클론의 노래를 듣고 미술시간에 구준엽을 그리기도 하고 가수는 솔리드냐 REF냐, 농구는 연세대냐 고려대냐, 경쟁하듯 응원했다.

하복은 정해진 날에 입어야 하는데 미리 입는것이 또 학교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미리 하복을 입고갔다가 교문앞에서 오리걸음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원하던 학교의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개성은 묻혔고 길었던 교복치마는 발목에서 종아리높이로 끌어올려 수선하고 머리는 늘 똑같은 단발이었다.파우더 분을 발랐다가 걸리는 날엔 그자리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

좋아하는 노래는 소형카세트에 넣고 선생님 몰래 야자시간에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걸리면 이거슨 엠씨스퀘어예요오오오오!!!!하고 정색을하던 친구도 있었지.

야자시간에는 책을 가지런히 펴두고 슬리퍼를 신은채 교문을 벗어나 서점에 가서 이비에스 문제집을 사거나 햄버거를 사먹고 밤이 어두워지면 집에는 가야 한다며 돌아와서 가방을 싸 늦은 밤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공부를 안했네..내일은 이러지말자 다짐하고 늘 비슷한 나날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려면 집으로 전화를 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꿔서 통화를 해야 했던 아날로그의 표상같은 그런 때 였다.

삐삐를 들고 공중전화에 길게 줄을 서고

채팅을 하고 번개를 했다가 폭탄을 만났다며 울먹이는 일도 있었다.

사이버가수 아담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와 이게 뭐냐고 당치 않다며 화제가 되던 때도 있었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구채로 맞고 빗자루로 맞던 우리들이였다.

졸고있으면 칠판지우개가 맨 뒷자리까지 날아오고 그래도 누구하나 토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개인보다는 단체가 중요하던 그런 때 였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각자의 개성은 묻혀지는것 같았고

엑스세대라고 했지만 그 자부심도 저 멀리,

강압적인 교육을 받으며 인권은 배제된 채로

그러나 따스한 손편지를 주고받고 ,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로 주는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따뜻한 감성도 약간은 지닌 채 나는 그렇게 컸고 지금의 끼인세대가 되었다.

졸업 후 취업했을 때 직장에서는 내가 제일 어린사람이었고 그뒤로도 중간관리자라는 일의 특성상 어린사람들과 일해 보지는 못했다. 사실 끼인세대에 대한 절감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다 커버린 대학생 조카를 보면 어얼리어답터답게 기계도 잘 다루고 본인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그때 그 시절의 나보다 스스로 잘 챙기며 인별그램이나 SNS를 사용해 교우관계를 해나가는것도,사진을 올리는것도 별 무리 없이 합리적이고 야무지게 사는 듯 하다.

내가 끼인세대가 되어버린건 어쩔 수 없지만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라떼는 말야~하며 긴 이야기가 나와버리면 나도 이미 꼰대?

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조카들은 재밌다고 더 해달라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하는거다.

그것을 기준으로 젊은 사람들의 삶을 제단하거나 평가하려고 할 때 나 스스로 꼰대가 되는거겠지.

이러한 끼인세대라고 해도 운동장을 누비고 뛰놀던 열정,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원하는 사진만 찾고 보관할 수 있던 감성, 수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보려 했던 노력...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씨디에서 음악파일로 잘도 잘도 따라 넘어가는 우리 세대의 유연함을 칭찬하고 싶다.

낀대는 우리의 전유물도 아니고 흘러가는 과정이다.

누구나 낀대가 된다.

꼰대스럽지만 않다면 낀대도 소중하다.

낀대가 있어서 지금의 윗세대와 90년대생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거라고 믿는다.

이세상 낀대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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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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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내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게 될 줄이야.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을 좋아했던 나.
그래서 국어를 좋아했다. 그때 배운 시나 소설일부등은 20년이 넘게 지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너무 심취해서 배웠나보다.

가난한사랑노래, 메모광, 학마을사람들...그런것들...

고등학교1학년때였나?
국어책속에서 메밀꽃 필 무렵을 마주했던것 같다.
국어사전을 펴고 여기서 자주등장하는 '짜장'의 단어뜻을 찾으며 짜장이 왜나와하고 킥킥 거렸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게되어 반갑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우던, 17세에 마주한 그 재미없던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읽고싶어서 읽게된 이야기는 그때와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지금의 나는
문장 한줄마다  잘 묘사된 감정표현에 감탄,자연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눈부신 글귀들에 반했다.

그간 내가 읽던 책들이 많은양의 인스턴트음식을 빠르게 먹은느낌이라면  이 소설은 잘차려진 한식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은 느낌이랄까?
너무 좋아서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한국문학 베스트셀러인지 알 것 같다.

자연이 배경이 되고 거기에 인물의 심리가 적절히 묘사되며 상황이 전개되는 구조의 글이  눈에 그려지듯 선하며 흥미롭다.
 
아버지도 모르고 자란 동이가 실은 봉평 성서방네 처녀와 보낸 하룻밤에 태어난 장돌뱅이 허 생원의 아들이라는.
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않지만 동이가 잡은 채찍이 왼손이라는것을 말미에 보여주어 왼손잡이 허생원과 부자간임을 극적으로 암시한다.
 
내용도 짧지만 흥미로운데다가 서정적으로 자연을 묘사한것은 일품이다.

p19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p21 개나리가 지더니 찔레꽃 봉오리가 연지같이 진하게 맺혔고 라일락이 만발했다.몇 포기 안 되건만 덤불을 이루어서 송이송이 붕그런 자색 꽃방치가 풍준한 향기를 휘날리고 있다.라일락 향기는 유난스럽게 진하고 세어서 한 포기 덤불의 향기가 집 구석구석에 배어 뒤편에서나 방 안에서까지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흘러오듯 코끝에 찰락거린다.따뜻한 햇볕같이 땅 구석구석에 젖어드는 봄향기ㅡ그것이 라일락 향기이다.

사족이 필요없다.
문장하나하나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메밀꽃외에도 화분,약령기,수탉,분녀,산,들,장미 병들다 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는데 특히 화분을 읽을때는 현마와 단주,세란과 미란,그리고 영훈의  미묘한 애정관계에 장편의 아침드라마를 보듯 빠져들어 결국 사랑은 누가 차지할 것인지, 누가 패배자인지 끝까지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예나 지금이나 짝사랑도,이별도,또다른 사랑의 시작과 배신도 뭐 다를게 하나 없구나.

순결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을 갖던 그 시절 미란의 순수하디 순수한 사랑,사랑하는 남자 학수와 결혼하지 못한 금옥의 자살을 보며 어느시대에나 존재하는 사랑.그 얄궂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어쨌든
생경한 자연도 모두 눈앞에 그려지는듯한 세밀한 묘사가 나는 너무 좋다.

순박하고 자상했던 나의 국어선생님이 느껴져
아마 가장 애정하는 작가님으로 남을 듯.



「소담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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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
이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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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평단 참여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흔백수 손자가 엄마 박여사와 97세 피여사와 함께 살아간다.

피여사는 몸 여기저기가 아픈 97세의 할머니다.

누군가는 그런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

가족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가족이기 때문에,핏줄이기 때문에 마흔 백수 손자는 할머니를 돌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생명 갉아먹힐 정도로 남을 돌보는 일이 쉽지 않은거란걸 육아도 해보지 않은 손자는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피여사는 무뚝뚝하고 매사 부정적인 사고를 하는 전형적인 일제강점기 시대를 지내온 어른이다.그도그럴것이 전쟁에 항상 긴장상태로 지내온 그들이 평온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리가 없을거라고 손자는 피 여사를 이해해본다.

피여사도 박여사도 그 옛날 딸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적 풍토때문에 환대받지 못한 채 태어났다.

피여사는 2번의 결혼으로 네 아들과 박여사를 낳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이든 피여사를 책임지게 된것은 박여사 뿐이다.

태어날때는 아들아들 해도(요즘시대 사람들은 덜하지만) 나이들어 결국 부모마음 잘 헤아려주고 잘 보살펴 줄 수 있는것은 어쩔 수 없이 딸 인것 같다.딸은 결혼한뒤 엄마와같이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부모님의 아이를 키우는 정성과 노력과 고생을 자연스레 알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안쓰러움이나 공감대가 아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작용하는듯 하다.

피여사의 아들들도 이혼을 하거나 도박에 빠지거나 하여 자기 앞가림도 힘들어 가끔 엄마를 들여다 보는게 전부이다.그런 아들들이 당신보다 먼저 죽는날에는 몸이 좋지 않아 가보지도 못하는 처지다.100세 가까이 살게 되면 그럴수도 있겠구나...하는 슬픈 순간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오래산다는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나야 지금 아이를 키우는 가장 바쁜 시기이니 내 미래까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피여사의 생활을 들여다보니 집안에서도 보행기를 끌어야 화장실에 갈 수 있고,그마저도 안될때는 누군가를 통해 기저귀를 갈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밤마다 몸에 이상이 없는데도 아프다고 소리치게 되고 이것은 혼자서는 해낼수가 없는 사정이다.새삼 늙음이 두려워졌다.

p194 피 여사에게 친절했던 남자가 살아오면서 몇 명이나 될까 싶었다.남자들 역시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을 테고,가족들을 부양하느라 무지하게 고생했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여자들에게 전가하기 일쑤였다. 피 여사의 인생을 통틀어 고마운 남자보다 설움을 안겨준 남자가 더 많았다. 피 여사뿐 아니라 앞 시대 여자들 거의 모두가 불행했다.사람들이 자기 엄마를 생각하자마자 다들 울먹이는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피여사에게 행복한 날이 있긴 했을까?

그냥 낳고 키우고...

엄마들 세대는 참...안타깝다.

현재도 아주 나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말마따나 과거와 현재중 고르라하면 현재를 고를것이기에...

손자는 아버지의 장례식도 안갈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컸다.어린날 피여사와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뛰쳐나가 빗자루를 휘둘러 아버지를 패려고 작정했던 그였기에...

p178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지낸다는건,궁핍한 가정에서 큰다는건 참으로 서글프게 씁쓸한 일이었다.사위를 원망하던 피여사도,스스로 삶을 망가뜨리고 신세한탄하던 아버지도,빗자루를 들고 뛰쳐나가 휘두르던 나도,헐벗은 가슴으로 상처를 끌어안고는 세월을 견뎠다.

사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주기도 하는건데 손자는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살면서 비뚤어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텐데... 나이 40이 다되도록 엄마와 한집에서 아픈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밥도 챙겨드리고 약도 챙겨드리고 아프다고 '인아, 인아' 부를때마다 침착하게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주거나 진정시켜 드리거나 하는걸 보면서 역시 피는 진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그리 지성스럽게 돌볼 수 있을까,

새벽마다 가족들의 잠을 깨우고 몇번씩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불러대고 하는 아가같은 할머니를..

손자도 손자이겠지만 박여사의 사정도 딱하다.

박여사는 피여사를 배려하면서 자신을 희생하면 속이 문드러졌고,피여사를 외면하면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엄마와 딸처럼 끈적한 애증관계도 없는것 같다.

엄마에게 강렬한 애정을 느끼면서도 엄마의 말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자기또한 엄마에게 상처를 주면서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박여사는 피여사를 두고 일을 다닌다.아빠에게 맞고 살때 스스로 종교를 찾았다.

그래서 종교생활도 한다.그런 딸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엄마 피여사가 있다.

허나,박여사가 딸이라고 할지언정 박여사의 인생도 있는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가까워도 어느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그것이 가족이어도 말이다.

박여사가 집에만 있다고 해서 피여사를 더욱 따뜻하게 돌봤을리 만무하다.

오히려 아들과 돌보는 업무를 나눴기에 피여사와 함께 사는일도 가능했을 것이다.

피여사는 죽을것만 같았지만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가족이란 게 뭘까?

세상에는 이웃보다 못한 친족관계도 많다.

여기에 가족으로서 아픔을 줬고,각자 아픔이 많은 상처를 담고 살아가는 세사람이 있다.

세 사람은 현재에 매우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피여사는 격투기와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티비를 보며,박여사는 일을 다니며,손자는 그런 피여사를 바라보며, 글을쓴다.

언뜻보기엔 각자도생 같지만,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가장 적절한 포지션에서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맡은 책임을 다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더라도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그들을 끈끈하게 연결시켜주는것이다.

가족은 그런것이다.

가족은 그냥 영원히 내편이어야 하는것이다.

그래서 손자도,박여사도,피여사도 모두 잘 해내고 있다고 충분히 응원해주고 싶다.

피여사의 모습이 먼 미래에 닥칠 나의 모습,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다.

나중에 내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않고 스스로 잘 늙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앞으로 노인의 복지를 위해 나라의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피여사님도 건강하시기를...

#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이인 #한겨레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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