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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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내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게 될 줄이야.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을 좋아했던 나.
그래서 국어를 좋아했다. 그때 배운 시나 소설일부등은 20년이 넘게 지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너무 심취해서 배웠나보다.

가난한사랑노래, 메모광, 학마을사람들...그런것들...

고등학교1학년때였나?
국어책속에서 메밀꽃 필 무렵을 마주했던것 같다.
국어사전을 펴고 여기서 자주등장하는 '짜장'의 단어뜻을 찾으며 짜장이 왜나와하고 킥킥 거렸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게되어 반갑다.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우던, 17세에 마주한 그 재미없던 이야기가 아니고 정말 읽고싶어서 읽게된 이야기는 그때와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지금의 나는
문장 한줄마다  잘 묘사된 감정표현에 감탄,자연의 생명력이 돋보이는 눈부신 글귀들에 반했다.

그간 내가 읽던 책들이 많은양의 인스턴트음식을 빠르게 먹은느낌이라면  이 소설은 잘차려진 한식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은 느낌이랄까?
너무 좋아서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한국문학 베스트셀러인지 알 것 같다.

자연이 배경이 되고 거기에 인물의 심리가 적절히 묘사되며 상황이 전개되는 구조의 글이  눈에 그려지듯 선하며 흥미롭다.
 
아버지도 모르고 자란 동이가 실은 봉평 성서방네 처녀와 보낸 하룻밤에 태어난 장돌뱅이 허 생원의 아들이라는.
이라고 직접 이야기하지않지만 동이가 잡은 채찍이 왼손이라는것을 말미에 보여주어 왼손잡이 허생원과 부자간임을 극적으로 암시한다.
 
내용도 짧지만 흥미로운데다가 서정적으로 자연을 묘사한것은 일품이다.

p19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p21 개나리가 지더니 찔레꽃 봉오리가 연지같이 진하게 맺혔고 라일락이 만발했다.몇 포기 안 되건만 덤불을 이루어서 송이송이 붕그런 자색 꽃방치가 풍준한 향기를 휘날리고 있다.라일락 향기는 유난스럽게 진하고 세어서 한 포기 덤불의 향기가 집 구석구석에 배어 뒤편에서나 방 안에서까지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흘러오듯 코끝에 찰락거린다.따뜻한 햇볕같이 땅 구석구석에 젖어드는 봄향기ㅡ그것이 라일락 향기이다.

사족이 필요없다.
문장하나하나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메밀꽃외에도 화분,약령기,수탉,분녀,산,들,장미 병들다 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는데 특히 화분을 읽을때는 현마와 단주,세란과 미란,그리고 영훈의  미묘한 애정관계에 장편의 아침드라마를 보듯 빠져들어 결국 사랑은 누가 차지할 것인지, 누가 패배자인지 끝까지 손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몰려왔다.

예나 지금이나 짝사랑도,이별도,또다른 사랑의 시작과 배신도 뭐 다를게 하나 없구나.

순결을 지키지 못해 죄책감을 갖던 그 시절 미란의 순수하디 순수한 사랑,사랑하는 남자 학수와 결혼하지 못한 금옥의 자살을 보며 어느시대에나 존재하는 사랑.그 얄궂음을 다시한번 느낀다.

어쨌든
생경한 자연도 모두 눈앞에 그려지는듯한 세밀한 묘사가 나는 너무 좋다.

순박하고 자상했던 나의 국어선생님이 느껴져
아마 가장 애정하는 작가님으로 남을 듯.



「소담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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