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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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의 서평입니다*

나는 80년대 끼인세대다.

나는 영원히 끼인세대가 아니고 싶은데 끼인세대가 되어버렸다.

국민학생 때 나의 흰 타이즈는 의자 못에 걸려 올이 나가기가 일쑤였고 옆자리 짝꿍과는 낡은 초록나무책상에 금을 그어놓고 넘어오면 내꺼라는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도시락은 늘 아침마다 엄마가 싸주시는 밥과 반찬으로 가방에 챙겨 다녔고 쉬는시간이면 고무줄이니 술래잡기니 있는힘껏 달리고 뛰며 놀았다.

수학여행 떄는 경주의 호반장이라는 숙소의 무대에 친구들과 손수건으로 머리를 묶어 최대한 멋을 낸 뒤 나란히 서서 철이와 미애의 워우워우워~그 당시 초유행이였던 때밀이춤을 췄드랬다.우리는 그 춤을 추기위해 라디오에 테이프를 넣어 동네 놀이터에 모여 엄청나게 연습을 했다.그러면 그 당시 소위 춤 좀 추는 노는 언니들 취급을 받으며...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혀 춤도 못추는데 장기자랑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교복은 크게크게 맞춰야 했고 (많이 클거라는 예상에서였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흰양말은 무늬가 없어야 했고 머리에 똑딱핀을 여러개 꽂았다고 교무실에 끌려가기도 했다.(노는 아이라고 오해 받았다) 클론의 노래를 듣고 미술시간에 구준엽을 그리기도 하고 가수는 솔리드냐 REF냐, 농구는 연세대냐 고려대냐, 경쟁하듯 응원했다.

하복은 정해진 날에 입어야 하는데 미리 입는것이 또 학교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미리 하복을 입고갔다가 교문앞에서 오리걸음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연합고사를 치르고 원하던 학교의 고등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개성은 묻혔고 길었던 교복치마는 발목에서 종아리높이로 끌어올려 수선하고 머리는 늘 똑같은 단발이었다.파우더 분을 발랐다가 걸리는 날엔 그자리에서 쓰레기통으로 직행...

좋아하는 노래는 소형카세트에 넣고 선생님 몰래 야자시간에만 들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걸리면 이거슨 엠씨스퀘어예요오오오오!!!!하고 정색을하던 친구도 있었지.

야자시간에는 책을 가지런히 펴두고 슬리퍼를 신은채 교문을 벗어나 서점에 가서 이비에스 문제집을 사거나 햄버거를 사먹고 밤이 어두워지면 집에는 가야 한다며 돌아와서 가방을 싸 늦은 밤 공기를 마시며 오늘도 공부를 안했네..내일은 이러지말자 다짐하고 늘 비슷한 나날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려면 집으로 전화를 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꿔서 통화를 해야 했던 아날로그의 표상같은 그런 때 였다.

삐삐를 들고 공중전화에 길게 줄을 서고

채팅을 하고 번개를 했다가 폭탄을 만났다며 울먹이는 일도 있었다.

사이버가수 아담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와 이게 뭐냐고 당치 않다며 화제가 되던 때도 있었다.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구채로 맞고 빗자루로 맞던 우리들이였다.

졸고있으면 칠판지우개가 맨 뒷자리까지 날아오고 그래도 누구하나 토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개인보다는 단체가 중요하던 그런 때 였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각자의 개성은 묻혀지는것 같았고

엑스세대라고 했지만 그 자부심도 저 멀리,

강압적인 교육을 받으며 인권은 배제된 채로

그러나 따스한 손편지를 주고받고 ,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로 주는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따뜻한 감성도 약간은 지닌 채 나는 그렇게 컸고 지금의 끼인세대가 되었다.

졸업 후 취업했을 때 직장에서는 내가 제일 어린사람이었고 그뒤로도 중간관리자라는 일의 특성상 어린사람들과 일해 보지는 못했다. 사실 끼인세대에 대한 절감을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다 커버린 대학생 조카를 보면 어얼리어답터답게 기계도 잘 다루고 본인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그때 그 시절의 나보다 스스로 잘 챙기며 인별그램이나 SNS를 사용해 교우관계를 해나가는것도,사진을 올리는것도 별 무리 없이 합리적이고 야무지게 사는 듯 하다.

내가 끼인세대가 되어버린건 어쩔 수 없지만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라떼는 말야~하며 긴 이야기가 나와버리면 나도 이미 꼰대?

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조카들은 재밌다고 더 해달라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하는거다.

그것을 기준으로 젊은 사람들의 삶을 제단하거나 평가하려고 할 때 나 스스로 꼰대가 되는거겠지.

이러한 끼인세대라고 해도 운동장을 누비고 뛰놀던 열정,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원하는 사진만 찾고 보관할 수 있던 감성, 수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보려 했던 노력...

삐삐에서 핸드폰으로,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씨디에서 음악파일로 잘도 잘도 따라 넘어가는 우리 세대의 유연함을 칭찬하고 싶다.

낀대는 우리의 전유물도 아니고 흘러가는 과정이다.

누구나 낀대가 된다.

꼰대스럽지만 않다면 낀대도 소중하다.

낀대가 있어서 지금의 윗세대와 90년대생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거라고 믿는다.

이세상 낀대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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