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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4 - 의사의 길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4월
평점 :
대학이란 부조리와 모순이 야박하게 그물코를 둘러치고, 진지하게 뛰어다니는 의사들을 닥치는 대로 포박하려고 혈안이 된 세계야. 인정 있는 많은 의사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양심을 팔며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시중 병원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지지. (p.93)
의사로서 환자의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영광스러운 일이며 활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기쁜 일인가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의료 현장에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조리가 넘쳐난다. 마음 따뜻한 의사가 최선을 다한 덕분에 환자가 건강해진다는 식의 멜로드라마는 완전한 환상이며,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정도로 의료는 만만하지 않다. 의사가 열심히 한 만큼 환자가 좋아지기만 한다면야 그만큼 편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p.111)
이곳은 생과 사의 현장이다. 이 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다.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 리 없다. 명의라면 자신감에 차서 사람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100명의 인간이 100가지 형태로 죽어간다. 그 모든 것에 휘둘리면서도 있는 힘껏 곁으로 다가서는 것이 의료인이다. (p.456)
구리하라 이치토. 그는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지방의 종합병원에서 내과의로 5년째 근무 중인 의사다. 일을 시작한 지 반년 밖에 안 된 레지던트 둘과 덩치 큰 외과의 지로, 무섭지만 따뜻한 도자이 간호사 등 응급 의사 명찰을 달고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 보내던 그가 더 나은 의사가 되기 위해 시나노대학 의학부에 들어간다. 소화기내과의로서 근무하는 한편 대학원생으로서의 연구도 진행해야 하는 나날, 그 시간도 어느새 2년이 흐른다. 환자보다 의사의 수가 현저히 많은 대학병원에서도 환자를 끌어당기는 구리하라답게 변함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구리하라. 제4내과의 3팀에서 실질적인 리더를 맡고 있는 그는 정의감에 불타는 후배 의사들에게 공감하면서도, 모순투성이의 대학병원이라는 조직에도 나름대로 순응하려 한다. 하지만 생애 마지막을 가족과 보내고 싶어 하는 29세의 췌장암 환자 후타쓰기 씨의 치료법을 둘러싸고, 의국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우사미 준교수와 격하게 부딪치고 마는데 구리하라는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신의 카르테> 1, 2, 3, 0권에 이어서 4권! 4년 만에 돌아온 구리하라 이치토. 역시 엄지척!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간애와 꿋꿋한 의지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우리의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 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그가 띄워 올리는 작은 희망에 가슴이 뭉클! 진한 감동이 가슴으로 전해져온다. 세상에, 지금 우리 주변에 이와 같은 의사선생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고 나날이 신뢰를 쌓아갈 텐데······. 환자를 위한 치료보다는 권위가 우선인 이곳 대학병원! 구리하라는 오늘도 생각한다. 지금 이 환자를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생사를 다투는 이곳에서 그는 어제처럼, 오늘도 그리고 아마 내일도 생사의 기로에서 죽음과 맞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게 그가 생각하는 의사의 사명일 테니까. 정말 강추하는 책! 환자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의사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사명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환자와 의사들의 심리가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쉽게 감정이 이입된다. 그만큼 집중력도 up! 첫 편을 읽고 모두 구입 완료! 굳이 처음부터 챙겨보지 않아도 되지만, 흐름상 처음부터 보면 더 잘 이해가 되고 좋을 듯하다. 1권에서부터 4권까지 쭉 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