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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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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때, 200여 페이지의 얇은 볼륨에 깜짝 놀랬다.  

읭?! 101명의 화가의 생애가 담겨있다며??1명의 화가의 삶을 담아도 이것보다는 두꺼울 텐데, 200페이지 안에 101명의 화가의 삶을 넣었다니...라고 생각했다. 책을 펴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은 2페이지 안에 한 화가의 삶이 꽉꽉 눌러담아 있었다. 초등학생이 그린 낙서같은 그림들이 등장하여 2페이지에 걸쳐 화가의 삶을 초 스피드로 후루룩 훑어낸다. 말 그대로 '다이제스트'. 일단 한 사람의 삶을 2페이지에 다 담았다는 사실부터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림보다 글씨가 많지만 매 컷마다 작가의 유머가 정보와 함께 전달되는데, 참 재미있고 말 그대로 '촌철살인' 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을 굉장히 싫어한다. 특히, 나름대로 미술공부를 한 나에게 있어서 이런 책은 화가와 그림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가들은 정신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보는 세상은 우리같은 일반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는 그 색色 부터가 달랐다. 또한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와 실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과의 괴리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그것을 작품속에 표현해 냈다. 작가가 살고있던 시대적 배경, 자라온 환경, 부모님과 친구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그의 작품세계는 커녕 작품 한 폭도 정확히 읽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화가를 소개하는 페이지들 자체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록 위에 언급했던대로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막 그림을 접한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나 취미로 그림을 접하기 시작한 관람자들에게는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 한 작품이다. 화가에 대한 소개들은 '다이제스트' 에 딱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주아주 간략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사람을 만났으며, 어떤 친구들과 어떤 일이 있었고,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 이렇게 아주 간략하지만 필요한 요소들이 골고루 잘 들어있다. 아주 잘 만들어진 학습만화의 예라고나 할까. 역시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만든 책이로구나... 싶었다. 위에도 살짝 언급했지만, 캐릭터들의 흐름과 유머러스한 표현과 대사들도 아주 친밀감 넘치게 자리잡고 있다. 정말 생각보다 아주 괜찮았다. 

문제는 편집이었다. 작가들의 순서가 미술사의 흐름이나 시대의 흐름, 심지어 작가의 탄생 순서도 아니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화가의 명칭이 ㄱ,ㄴ 순서로 배치되어있는 부분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 편집부는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편집했을까 싶었다. 작가의 풀 네임의 알파벳순도 아니고, 성이나 이름, 잘 알려진 화가의 명칭을 한글로 풀어 썼을때 첫 자음의 순서라니...;;;

이 작품은 그림이 작고, 글씨도 작아서 작가의 탄생연도를 읽기가 굉장히 어렵다. 2페이지째의 오른쪽 가장 아래에 작가의 연표가 등장하는데 정신차리고 제대로 읽지 않으면 잘 안 읽힐 정도로 오밀조밀하다.  게다가 책의 순서도 작가의 탄생이나 시대의 흐름에 관계없이 막 섞은 뒤, 대부분 이름도 아니고 성을 한글로 썼을때의 한글 순서라니... 고흐 다음에 그레코가 나오고, 마그리트 다음에 마네와 마티스가 나온다.  인상주의 다음에 고전주의가 나오고, 중간에 르네상스가 갑자기 등장했다가, 다시 인상주의가 나오고, 다시 르네상스로 돌아갔다가, 갑자기 초현실주의가 등장한다. 아, 정말 정신없다. 

정말 너무너무 아쉽다. 미술사든 근대사든 역사는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원인과 결과가 존재하듯,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주의가 르네상스를 맞은 이유가 있고, 르네상스 시대에서 어떻게 인상주의 화가들이 튀어나왔는지, 어떤 화가들이 어떤 이유로 그리했는지 또한 시대의 흐름과 그 이유가 있다. 리얼리즘, 포비즘, 다다이즘이 공존했던 근대 미술사 등 당대에 활약했던 작가들이 잘 소개되어 있지만,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라는 점이 너무너무너무 아쉽다. 한 권의 책으로서 완성도를 푹 떨어뜨리는 편집이 참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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