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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디씨인사이드를 통해 이미 '본좌' 급으로 자리잡았던 '굽시니스트' 님. 이제 필명으로 자리잡은 그의 닉네임 '굽시니시트' 는 '굽신거리다' 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믿는 사람들은 지칭하는 영문법의 접미사인 '-ist' 가 조합된 합성어이다. 대충 '굽신거리는 사람' 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디씨 갤러리에 띄엄띄엄 올라오던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로 수백만 디씨폐인들을 사로잡았던 그의 매력은 단연 '오덕스러움' 과 절묘한 통찰력의 완벽한 조화였다. '오덕' 은 일본의 매니아 문화인 '오타쿠お宅' 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단어로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심취하는 행위나 사람을 말한다. 81년생인 굽시니시트는 태생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매니아일 수 밖에 없다. 아마 81년생 만화를 좋아하거나 만화가를 꿈꿨던 남학생들의 대부분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깊이 심취했을 것이다. 우리 세대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되었고, 한국의 만화 시장은 일본 만화에 잠식되었으며, 그와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방영해주는 케이블 채널,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소대하는 잡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식 수입작들이 비디오 대여점에 깔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씨 인사이드' 의 토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소위 '디씨 폐인' 들은 70년대 중후반~ 80년대 초중반 세대로부터 시작되었다.  

 굽시니시트는 바로 이 세대에게 완벽하게 먹히는 센스를 지니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남자들은 비교적 비슷한 단계를 거쳐가며 성장한다. 여배우나 애니메이션, 음악에 열광하는 치기어린 시기를 거쳐, 연애에 목 메는 시기, 취업에 목메는 시기,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지만 생계유지에 목메는 시기. 사회, 정치, 경제에 두루 관심이 생기지만, 넘사벽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방관자의 삶. 굽시니스트가  그려냈던 '본격 제2차 세계대전 만화' 는 이런 디씨인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만화였다. 나치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물론 그 뒤에 숨겨져있는 수많은 비밀들. 자본주의 시장 점유를 위한 열강들의 대립과 이념과 민족간의 갈등들이 뒤섞인 복잡하기 짝이없는 제 2차 세계대전의 발생 원인과 전황들을 '세일러 문' 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일본 애니메이션부터 '소녀시대' 까지 넘나드는 오덕스러운 대입으로 절묘하게 풀어냈다.   

 그런 그의 통찰력과 즐거움을 주는 오덕스러움을 눈치챈 분이 정통 시사주간 잡지인 '시사 인' 의 기자였다는 것이 뜻밖일 따름이다. 기자가 직접 간택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사 인] 이라는 이름이 주는 견고한 방 안에 일본 애니메이션 오덕후와 여 아이돌 빠가 있었던 것이고, 그걸 커밍아웃 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과거를 그렸던 굽시니스트의 통찰력이 현실 정치세계와 접목되기 시작했다. 그의 오덕스러움고 함께 접목된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최근 몇년간 일본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더 많이 쏟아져 나왔고, 패러디 할 소재와 패러디 될 대상은 무궁무진하게 늘어났으니, '만평' 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격 시사인 만화] 는 위에 언급한대로 시사주간지인 '시사 인IN' 에 2009년부터 개재 되었던 만화를 묶은 것으로 각 호에 실렸던 작품이 두 쪽, 그리고, 굽시니스트의 작가멘트와 각 챕터와 제목이 두 쪽, 총 두 페이지에 실려있다. 보기좋게 잘 정리되어 있고, 2009~2011 사이의 현실 정치세계에선 정말 큼직한 이슈들이 너무 많았기에, 당시에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독자들이라도 작가의 멘트를 곁들이면 큰 무리 없이 고개를 끄덕일 만 하다. 게다가 '오덕' 이 익숙치 않은 독자들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오덕' 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강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패러디 된 소재를 전혀 모르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이 작품을 단순히 정치만화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굽시니스트라는 작가는 태생부터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와 역사에 관심은 많았을지언정, 좌-우 편향적인 인물은 아닌 평범한 소시민에 가깝다. 소시민의 입장에서 보이고 생각나는대로 그렸다는 느낌의 작품이다. 그저, 2009~2011 한국 사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을 퍼 올리기에 매우 좋다는 느낌이다.  

 '통찰' 이란 부분을 보고 전체를 가늠하는 능력의 통칭이다. 요즘엔 너무나 많은 정보와 언론들이 수많은 대중들, 국민들을 혼란케 만들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다리와 코, 상아까지 만져보고 코끼리라는 사실을 인지해 가고 있는데,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자다! 늑대다! 아니야, 개야!! 호랑이가 물어간다!! ' 라고 시끄럽게 떠들어서 오히려 장님의 판단력을 흔드는 격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본격 시사인 만화] 가 한국 정치 현실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통찰력이 있어도 평범한 시민들을 보지 못하는 흑막이 있는 것이 바로 정치이므로.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한가지만은 확실히 알려준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남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다가 아니며, 귀에 들리는 소리 또한 다가 아니라는 점. 좀 더 보기위해 노력하고,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해보고, 좀 더 많은 것을 듣기위해 노력하여, 그것들을 가지고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에 굽신거리고 있는 모든 굽시니스트들이여. 마음만이라도 굽시니스트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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