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만남은 사실 길고 긴삶 전체를 놓고 보면 아주 잠깐에 해당하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준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꿈꾸며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지만 공모전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심사평에서조차 모두 혹평을 듣습니다. 
‘나‘
는 점점 가족들의 얼굴을 보러 가지 않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할아버지가 찾아옵니다. 몇 시간 동안이나 비를 맞으며 기다린 채 좁디좁은 고시원 방에 찾아온 할아버지는 ‘나‘의 초라한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할아버지는 ‘나‘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멋지다고 담담하게 말합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삶, 사실상 유일한 관객이었던 할아버지가 ‘나‘를 이해해 준 겁니다.

세 번째 열쇠말 서른 살, 우린 이제 혼자네

할아버지는 고시원 방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위로의 말뿐만 아니라 쇼코가 보낸 편지와 폴라로이드 사진을 건넸습니다. 편지 속에는그동안 쇼코가 살아온 평범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할아버지를 돌보며 ‘나‘는 지금까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어머니와 할아버지, ‘나‘는 함께 누워서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도란도란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실 타인에게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왠지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망설이게 됩니다. 
어쩌면 가족은가장 낯선 타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열쇠말 관심을 가질 것

세 번째 열쇠말은 두 번째 열쇠말 ‘행운‘에서 이어집니다. 곁에 누군가 있어야 행운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을 앞에서 했는데요, 결국이 소설에서 말하는 ‘행운‘이란 것은 어떤 초월적 존재가 가져다 주는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운‘이라는 이름의 초월적 존재를 통해 이것이 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관심을 가질 것. 너무 쉬워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관심을 가지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공감할 것입니다. 외로운 이에게도, 상처를 가진 이에게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도 그 옆에 관심을 가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충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그 사람에게도 행운이 다가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이 소설의 제목처럼 행운이 나에게 다가오는 중이라고 기대하며 산다면 매일이 얼마나 설렐까요? 지금 행운이 여러분 곁에 다가오기를바라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천지가 죽은 후 엄마와 언니가 이사한 곳은 화연이네가 사는 동네였습니다. 천지 엄마는 화연이네 중국집을 찾아가 화연의 생일 선물로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전해 줍니다. 그것은 천지가 죽기 전 타의에 의해 준비했던 것이었지요. 이때 천지 엄마는 이렇게 평생 피해자 가족의 얼굴을 보면서 살아보라고 혼잣말합니다. 사실 천지 엄마는 오래전에 화연이의 부모를 찾아와 괴롭힘을 말려 달라고 했으나 화연이 부모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연이 엄마는 천지가 죽은 후 찾아와 태연히 자장면을 먹는 천지 엄마가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로도 사과도 섣불리 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딸의 잘못을 인정해 버리면 치러야 할 값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잘못을 하고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잘못을 인정했을 때 치르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까요? 
어떤 이들은 왜 용서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묻기도 합니다.


세 번째 열쇠말 허생전

「허생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쓴 한문 소설입니다. 허생은 남산 밑 묵적골에 살며 책 읽기만 하던 가난한 선비입니다. 
어느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의 질책을 듣고 장안의 부자인 변 씨를찾아가 돈 1만 낭을 빌립니다. 그러고는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큰돈을 법니다. 이후 도적의 소굴로 찾아가 도적들을 설득한 뒤, 이들을 이끌고 어느 섬으로 들어갑니다. 
섬에서 농사와 무역으로 자신의 이상국을 건설한 허생은 다시 섬에서 나와 나라 안의 빈민을 구제합니다. 
변 씨에게서 허생의 이야기를 들은 이완 대장은 허생을 찾아가 나라 안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묻습니다. 
이에 허생은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이완 대장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허생은 지배층의 허례허식과 무능을 비판하면서 이완 대장을 내쫓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허생이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납니다.

허생은 사대부 양반으로 지식인입니다. 예리한 안목으로 당대 사회를 비판하고, 많은 과업을 이루는 인물이지요. 

왜냐 선생님은 이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양반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한계는 작가 박지원의 한계이기도 하다고 지적합니다.

왜냐 선생님 역시 지식인이지요. 그는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에 가입하여 진정으로 학생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참된 교육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를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지요.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전교조가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1990년대입니다. 그 이후에 일제 고사가 폐지되고 고교 평준화가 이루어져 중학교만이라도 입시 교육을 탈피하게 되었으며, 촌지와 체벌이 없어지고 친환경 직영 무상급식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교육 민주화는 전교조의 선구적 운동과 요구로 인해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왜냐 선생님처럼 해직되어 그토록 가르치고 싶었던 아이들곁을 오래도록 떠났다가 돌아온 선생님도 많지요.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사실은 이런 지식인들의 끊임없는 실천과 투쟁의 결과로 얻어낸 것들이라는 점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 선생님은 「허생전」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허생전」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허생전」을 배우는 시간은 현재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배웁니다. 이 작품을 통해 왜냐선생님이 가르치고싶었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제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문답식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외부로부터 억압을 받으면서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왜냐 선생님이 이처럼 실천적인 삶을 산 것은 허생의 모습을 비판하며,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일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르침을 가장 잘 배우고 실천한 학생은 윤수였습니다. 동철이가 왜냐 선생님을 비판할 때나,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오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윤수는 왜냐 선생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한결같이 옹호합니다.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못 들어온 날, 윤수는 자기 생각을 실천으로 보여 줍니다. 땡볕이 쏟아지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혼자 앉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윤수는 왜냐 선생님이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시위하며 저항합니다. 윤수의 행동에 선재 역시 운동장으로 뛰어갑니다. 선재는 똑똑하지만 생각이 많은 학생입니다. 하지만 윤수를 본 그 순간에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왜냐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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