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엄마의 태교법 - '기질 바른' 아이를 낳기 위한 500년의 역사
정해은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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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교의 전통은 연원이 길다. 이미 신라시대 유명한 여러 선사의 비문에 태교의 기록이 나타난다.’

 

제목에서 묻어나는 육아의 기본기를 익히는 방법이 태교에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태교에 대해 궁금해하고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임신 초기 순간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기는 출산 때까지 이어지며 배 속의 아이를 애지중지하며 각종 태교에 도움이 되는 방법의 시도한다. 현대 사회에서 부부들이 아이를 가졌을 때 시행하는 태교법과 오랜 시간 전통을 고수하며 발전해 왔을 조선시대 엄마들의 태교법을 비교, 군세해 보는 것도 재밌는 방법이자,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아이를 낳아본 독자는 추억을 더듬고, 아이를 갖게 될 부부 독자에겐 그 방법을 미리 예측하고 공부해보는 뜻깊은 독서의 시간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사주당이 62세 때 쓴 <태교신기>라는 태교의 교본이라 할 수 있는 작품에 흥미를 갖고 영감을 얻어 태교에 대한 관심과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태교라는 문제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의 태교는 분명 현재와는 다르다. 뱃속 아기의 안전과 생명존중을 과거에 중요하게 여겼다면, 현재는 태교 자체가 태어나서 시작 될 교육의 목적에 부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체로 약간은 씁쓸한 심정의 태교법이 주를 이루지 않나 생각해본다. 어떻게 태교를 하면, 태어나기전부터 아이의 머리, 두뇌가 좋아지고, 똑똑하게 자랄 수 있느냐의 고민, 다른 아이보다 내 아이가 더 돋보이기 위한 태교법 등, 아이의 숫자는 줄어들고 그 아이에게 혼신할 수 밖에 없는 이기적인 부모의 마음만 가득한 태교법이 성행하고 있지 않나 씁쓸함을 금치 않을 수 없다.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이보다는 기질이 좋은 아이를 위한 태교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선시대에도 자녀의 출산은 꼭 필요한 중요한 자산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 이유가 농업사회의 인력창출을 위한 필요성이건, 전쟁을 대비한 방책이건 출산을 장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하나의 미덕이었던 것 같다. 이때 주목할 점은 바로 남존여비 사상이 아닐까? 지금이야 딸을 더 원하고, 행여나 아들 형제들로만 가득 채워질까 고민하한다. 그렇지만 조선시대는 그렇게도 장손의 귀함을 여기고 가문의 대를 위해 아들을 선호하였으니, 태교 또한 아들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이러저러한 궁금증이 생기는 조선시대의 엄마들의 태교법이 책의 전반부에 담겨 있다.

 

아들을 선호했던 조선시대. 그 의도는 알겠지만 지나칠정도로 유교 사상이 인간의 생명과 탄생이란 상황의 존중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향약집성방>이라든지 허준의 <언해태산집요>, <부인대전양방>등에는 태어나기전 딸이었던 아이를 아들로 바꿀 수 있는 법, 약이나 음식을 통해 아들을 나을 수 있는 법, 임산부의 몸이나 동작을 보고 아들인지, 딸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들, 여성스러움이 그 관건일 수도 있다는 확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부지기수셨다. 이런 부분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 대개의 부류들이 지나치리만큼 편중 된 남아선호사상과 함께 믿고 따라야 할 각종 의학서나 자료들까지 올곧지 못한 편협함으로 당시의 전통을 고수하는데, 일조했음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 태교는 그럼 언제 시작되었나. 이는 중국 주나라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반도에 정착하기로는 9세기말 신라 선승의 일대기를 기록해놓은 탑비에 등장한데서부터 시작이라 여기고 있다.

 

이 외의 '태교'라는 단어의 직접적 표현은 충북에있는 '제천 월광사지 윈랑선사탑비'를 꼽을 수 있다고 전한다. 아이를 잉태한 날부터 예절을 지기고 조심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태교 초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그 이후 고려 시대의 태교는 왕실을 중심으로 올바른 군주를 키워내기 위한 일환으로 실시되었다. 물론 불교 국가답게 불심을 중심으로 불경을 외우거나,독송하면서 신앙 안에서의 태교 활동을 해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 당시에도 교육적 목적이 중시 된 태교를 강조했던 학자가 있었으니 '목은 이색'이라는 학자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목은시고>의 시에서 마냥 뛰어놀게한 손자에 대한 한탄을 노래하고 있다. 아이의 바름을 만드는 것이 태교이며, 그 중요성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투영시켜 태교의 중요서을 더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태교에 대한 생각은 기질 혹은 성품과도 연관이 있다. 아이의 기질이나 인품 또한 태교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오히려, 부모가 가진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정의내리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올바른 태교,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바른 성품과 기질을 바탕으로 태어나게 될 아이를 돌보고 아낀다면 책에서 언급하듯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기다리며 좋은 성품의 아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또한 불교에서 바라보는 태교, 불교는 윤회사상을 기본으로하는 돌고 도는 삶의 지속성을 강조하므로 전생에 지은 업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해 환생한다고 한다. 태아 또한 이와 같은 시각이며 부모와 아이의 인연도 불교식 용어로 '중유'가 존재해야 임신을 통해 아이가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배 속의 상태에 따라 임산부인 어머니의 마음과 행동이 달라진다니 이마저도 임신과 잉태를 통해 아이와 어머니 모두 해탈을 누릴 수 있다는 불교식 해석이 내포 된 건이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외 소혜왕후가 지은 <내훈>, 류중림의 <증보산림경제>, <태산여록>, 이 책의 동기부여가 된 이사주당의 <태교신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엄마들이 잊지 말아야할 임신 중 마음가짐과 자세, 피해야 할 음식 등 무엇보다 태어날 태아를 위한 안전함과 평온함이 바탕이 되었을 조선시대의 전통이 담겨진 태교의 역사를 작게나마 경험할 수 있는 독서였다. 태교란 이 책의 포인트가 되는 생명 존중의 실천, 모성의 보호가 기본이 된 바른 기질의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 자라온 역사와 시대상에 따라 태교의 차이는 있겠지만, 생명의 고귀함, 그리고 안전이란 기본 맥락은 동일하다는 것을 깊이 있게 새기는 독서가 되며 이 작품이 태교를 준비중인 부부 및 가족에게 모범이 되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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