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 : 개항도시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시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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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은 역사이다. 독자인 나가 생각하는 역사, 발전,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개항에 대한 정의이다.
골목길 역사 산책 개항편은 부산, 인천, 광주, 순천, 목포를 중심으로 쇄락과 발전을 거듭하며 다시 일어서는 우리 민족의 정절을 보여주는 역사의 뿌리를 찾아 떠나, 숨은 바닷속 보물을 탐사하는 모험과도 같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라는 역사의 변화 속에 책을 접하는 독자로써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 개항의 명암, 잊고 싶지만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우리 개항 역사의 과거와 미래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이번 골목길 여행의 시작은 다소 가볍고 정겹다.
특히 서두엔 부산의 지역적 특색을 고려한 50년대 전후 부산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볼거리, 먹거리, 배울거리 등 가볍지만 한번 가봄직한 부산항 주변, 부산의 전경, 그들의 과거와 오늘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에게 부산은 그 어떤 도시보다 가장 익숙하며 자갈치 시장, 남포동, 해운대, 부산국제영화제보수동 책골목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아우르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국제도시이다. 여기에 영화로도 더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국제시장 또한 빼놓으면 안될 일이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깨알같이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을 함께 읽어가는 재미가 찰 진 작품, 골목길 역사 산책 개항도시편의 매력이며 읽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럼 인천의 개항역사는 어떠할까?? 이 책은 우선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대신 희망과 미래 또한 제시해 주는 장단을 보여준다.
우리 과거의 역사는 조선시대를 비롯해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흔들리는 갈대마냥 좌우로 쉼없이 오락가락하며 중심을 잡지 못했던 역사를 지니고 살아왔다.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월미도, 제물포 또한 그 아픔의 역사가 개항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기록 앞에 담겨져 있다. 인천의 역사는 미학자라고 칭할 수 있는 우현 고유섭으로부터 시작된다. 다행히 그의 책이 10여권의 전집
으로 나와 있는 상태라 골목 산책가 최현석 작가는 그 내용을 통해 한국 미술, 미학의 발전사를 몸소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서 보여지는 우현 선생의 당 시대적(일제) 양면성에 있어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고 최현석 작가는 전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 현실의 지식인이 지닌 두얼굴의 명암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늘 공과 사는 나뉘어지기 마련이다. 해방전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삶을 마감한 우현 고유섭이기에 만약 해방뒤까지 그의 삶이 연장되었다면 어떤 역사적 평가가 이어졌을지 궁금하기도했다.

인천의 경우도 타 도시와 비슷하게 개항의 발단은 서양 선교사들의 노력이 큰몫을 차지한다. 김옥균의 중재로 맥클레이 선교사는 고종의 윤허를 받고 감리교를 이 땅 인천에 터전을 심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감리교의 창시자인 웨슬리 예배당으로 작가는 소개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이 예배당 또한 수많은 풍파를 거치며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건축되어 1985년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다고 전한다. 종교는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위안거리이며 서양의 신기술은 마술과도 같은 달콤함을 전해주던 시기인듯하다. 마술과 종교, 왠지 어울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표현이지만 당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인천은 이처럼 우리에게도 가깝고도 먼 도시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천, 월미도를 비롯해 자유공원, 차이나타운, 짜장면 역사의 시작이라할 수 있다는 ‘공화루‘ 의 에피소드까지 작고 무거운 시대의 정서가 담긴 인천 개항의 역사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근대사 일부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인천. 동인천역에서 내려 작가의 시선으로 걸어보고 느껴보는 인천항 여행, 생각만해도 흥분과 설레임이 동반 된 기대감이 몰려든다.

전라도 광주 양림동, 최근 태어나 처음으로 광주에 가본 독자의 입장에서 광주란 자체가 생소함으로 묻어나는 장소이나,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아픔의 역사가 간직 된 도시이기도 하다. 여기에 낯설지만 광주 양림동이란
지역 또한 이 책을 통해 한번쯤은 방문해 볼 골목길 산책거리란 생각을 해 본다. 우선 이 곳이 항구가 있던 곳인지? 아니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기에 골목길 산책(개항 도시편)의 하나로 작가는 이곳을 선택한 것인지 의문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조상의 얼과 숨결, 민족애가 담겨 있는 지역이기에 그 깊은 의미와 시대상, 그리고 오늘을 둘러보기 위해 작가의시선을 따라 골목길 여행을 시작해 본다.

‘조선을 해방시키기 위해 우선 일제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마지막 보루 중국 대륙을 지키려 했다.‘

위 내용은 양림동을 대표하는 중국의 3대 음악가 ‘정율성‘의 이야기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양림동 한켠에 중국인으로 알려진 그의 흉상이 건립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는 한국인이었으며, 양림동에서 온몸을 바쳐 나환자를 위해 헌신한 ‘최흥성‘ 목사의 조카이기도 했다. 이처럼 감춰진 진실과 고증을 통해 역사를 해부해 보는 것도 골목길 산책의 작품을 읽는 묘미이다.

양림동 산책은 ‘정율성‘ 생가를 중심으로 펭귄마을, 최부자집의 가옥과 이장우 가옥을 중심으로 당시 가옥의 특징과 연못과 정원의 배치, 모양등을 소개해 주고 있다. 또한 한희원 화가의 한희원 미술관과 소설가 문순태,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첫사랑‘으로 유명한 조소혜 작가가 거주하는 공간 등을 소개하며 조용한 산책은 이어진다.

여기서 개항이라하면 빠놓을 수 없는 것이 선교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양림동 소개 초반에도 ‘풍장‘(죽은 어린 아이를 장례 치르는 장례 예식)을 주로 치르던 외진곳에 교회터를 잡았다는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양림동에 세워진 예배당이 양림교회와 오웬기념각이다. 근대 시대 대부분은 일본의 강제 점령하에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의 백성을구제하며, 의학 및 교육적으로도 원조가 가능한 선교사들의 각고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뤼진 것이다. 서울, 부산 등을 제외한 전남 끝자락의 광주 양림동까지 위에서 언급한 오웬 선교사를 비롯해, 세브란스병원과 연희의전학교 학장을 지낸 올리버 에디슨의 아들 고든 에디슨도 1940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이 되기까지 광주 양림동을 중심으로 전라지역의 선교를 비롯해 농업기술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해외 선교사 외에도 양림교회의 장로였던 조형률 장로의 자제로써 광주의 어머니로 불리우던 조아라 여사의 기념관도 양림동에 위치하고 있다. 1950년대 광주기독청년회를 중심으로 불우 여성들의 계몽과 숙식등을 제공하며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주의 어머니답게 굵직한 사건과 업적을 남기고 2003년 소천하셨다. 이처럼 여성의 힘 또한 암울했던 광주를 지켜내고 시민들을 이끌어간 큰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을 광주 시민이 인지하고 있음에 한번은 만나볼 가치가 있는 장소와 인물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이 어디일까? 제주도? 부산? 정답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역사 산책자이자 작가는 그 곳을 순천의 탐매 마을이라고 전하고 있다. 순천 탐매 마을에서 꽃봉우리가 영글어야, 그 이후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진해 군항제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해석은 각각 다르겠으나 그 의미는 봄의 시작을 뜻할 수도 있으리라.

이렇게 가볍고 아름답게 시작한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도 알고 있다시피 여순반란 사건으로 이어진다. 이야기속 장면, 장면에 등장하는 서글프고 심금을 울리는 사진 속 장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에 대한 상처, 좌와 우의 대립, 가진자의 특권을 향유하려는 정치 지도자 및 권력계층의 아집과 독선, 권력욕에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아픈 역사와 유구한 민족의 전통이 있기에 우리는 이러한 과거를 거울 삼아, 같은 잘못은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책과 직접 만나봄을 권해본다.

순천 또한 기독교 사상의 전파는 여느 지역처럼 19세기 후반부를 시작해 광주를 거쳐, 순천에까지 뿌리를 밖게 한다. 물론 도시를 대표하는 영남 사림을 대표하는 김굉필 선생의 삶과 업적 또한 잊지 말아야하지만 선교와 의료 봉사를 통해 순천시의 발전의 초석이 된 대를 잇는 크레인 선교사 가문의 힘도 지금 순천을, 인재의 도시로 만든 하나의 초석이 아닐까싶다.
‘순천은 인재의 고장이다.‘ 라는 말이 우스겟 소리인줄로 알던 소문이라 여겼지만 책의 내용과 작가의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학문적, 의학적 토대로 국민을 계몽하고 올바른 교육관을 일궈나가게끔하며, 학문의 기초를 튼튼히 도운 선교사들과 호남사림의 성리학적 바탕을 통해 순천 지역의 근대 교육이 조화롭게 적용 된 결과로 귀결됨을 알수 있게 해준다.
이외에 인요한 박사를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해 순천에서 뿌리를 두며 검소한 환경 속에서 갯벌을 간척하고 땅을 나누며 선교에 힘을 더한다. 또한 의료사역도 병행하며 그의 아들 존 린톤(인요한)에 의해 한국 최초의 앰블런스룬 만들게하는 결과를 이뤄낸다.
하지만 이미 인요한 박사가 앰블런스를 개발하기전 그의 아버지 휴 린톤은 음주버스 기사의 차와 교통사고가 발생해 치료를 받으러 이동 중 소천하고 만다. 그 이후 휴 린톤의 아내는 순천기되결핵재활원을 설립하고 의료 사역과 선교 사역을 병행하며 그녀의 가족과 한국에 정착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 기록물과 건축물들이 순천시에 고스란히 남겨 있고 박물관으로 관광객 및 기독교인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니, 책 이상의 감회와 방문하고픈 마음이 더 크게 동한다.

‘한과 흥이 교차하는 도시 목포‘

말 그대로 목포는 항구이며 책을 통하지 않고서도 부침이 많던 도시였음을 역사적 사실들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면만이 존재하는 것이 인간사가 아니기에 목포에 초대 일본 영사로 부임한 와까마쓰 도사부로를 들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보다보면 그 또한 일본인 기독교 신자임을 알 수 있는 성경 구절이 나온다. 목포주재 영사로 거주하며 천일염 제조법을 보급하고 조선종육지면 재배에 성공한 사례를 남겼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의 병참기지, 수탈의 현장으로 자리 잡을 목포항이었지만 이러한 가슴 따스한 일본인의 추억도 서려 있는 고장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 또한 머물었던 역사와 전통이 하나로 어우러진 도시가 목포이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의 제2의 고향이 목포였음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역사의 환희와 부침을 동시에 앉고 고장이 목포이다.
역사 산책자의 걷기 행보를 통해, 단순히 책으로만 역사적 숨결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 조상의 얼과 호흡했던
기억의 단편을 느껴 보는 것, 이러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게끔하는 책의 힘이 다시금 입증되는 목포의 이야기였다. ‘공생원‘을 힘겹게 꾸려나가던 윤치호 전도사, 그리고 일본여인 다우치 치즈꼬와의 로맨스, 갑작스런 윤전도사의 행방불명으로 홀로 공생원을 끌고가던 다우치 치즈꼬(한국명 윤학자 여사)의 헌신등 글로만 느끼고 감당하기엔 아까운 역사의 산실이 눈에 밟히는 대목이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임을 항상 간직하고 책에 등장하는 각 도시의 아픔과 발전상 등을 몸소 느끼고 연구하며, 삶의 지혜로 승화시켜 보는 새로운 역사 산책자의 등장, 그것이 이 책과 만나는 독자이길 바란다.이렇게 역사산책은 끝이 아닌 영원을 꿈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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