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인 듯 소설이 아닌 듯 - 무서운 방

무서운 방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레드스톤 / 2019년 3월

이번 달 말에 이사를 가요. 결혼 후 처음 가는 이사라 여러 가지로 신경도 많이 쓰여요.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물론 이사 가는 집이 어떤지에 대한 거죠. 물이 새지는 않는지, 층간 소음은 어떤지, 이웃은 어떤 사람들인지. 집이란 게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우리에게 소중한 집, 하지만 집이지만 사람들이 기피하는 집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흉가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 그런 집들 말이에요. 일본에서는 그런 집을 사고 부동산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사고 부동산이란 전에 살던 사람이 자살 혹은 사고로 죽어서 월세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싼 집을 말한대요.

일본인 개그맨 마츠바라 타니시는 사고 부동산에 직접 살면서 그곳에서 경험한 이야기, 그런 집에 살았던 다른 사람들을 취재한 이야기들을 들려줘요. 바로 <무서운 방>이라는 책에서요. 일본에서 정말 무섭다고 소문난 책이라 읽기 전부터 솔직히 무서웠어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요.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했던지 하나, 하나 읽기 시작했어요. 총3장에 걸쳐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이 책이 정말 무서웠던 이유는 단순히 글로만 얘기하고 마는 게 아니라 사진과 함께 이야기에 나오는 집의 단면도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집의 구조를 보면서 책을 읽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정말 무서워지더라고요.

저자의 말처럼 죽음을 생각하면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에 대한 고마움도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고요. 저자가 보여준 것처럼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고독사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고요. 그렇기에 죽음과 삶은 늘 함께 가는 동반자 같은 게 아닐까 싶네요.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 빈센트 나의 빈센트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사람마다 각자 자기 나름의 선정 기준이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에 담긴 내용을 같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그런 책이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빈센트, 나의 빈센트>는 그런 점에서 제게 너무 좋은 책이에요.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를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저자처럼 빈센트의 그림이 보고 싶어졌어요. 그가 작업했던 곳을 가보고 싶기도 하고,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기도 하고, 그의 발자취를 뒤쫓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책 곳곳에 수록된 고흐의 작품들을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보면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소록소록 살아나 마치 원작을 눈앞에 두고 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치나요. 그 그림을 그린 고흐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고요.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이 우리의 손이 결코 닿지 않는 머나먼 곳에 있는 이미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처럼 슬퍼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도 다시 희망을 찾아나서는 평범한 이웃처럼 다가온다는 점이에요. 그의 내면의 깊은 곳까지는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지만요.

정여울 작가의 글과 이승원의 사진에 고흐의 작품이 이루어진 이 에세이집은 누구나 한번은 인생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난다는 부제처럼 고흐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야할 책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말이에요.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 - 내 인생의 X값을 찾아줄 감동의 수학 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아름다운 수학이라니.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어요. 수학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다니, 수포자(수학 포기 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이니까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어요. 저자는 무엇 때문에 수학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걸까, 수학은 단순히 공식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까? 궁금한 게 많아졌어요.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수학에는 감동이 있다고, 수학은 아름답다고 말해요. 저자는 이를 일반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3부에 걸쳐서 수학 전반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있어요. 1부는 삶에 수학이 들어오는 순간-사색으로 푸는 수학, 2부는 마음속 관념이 형태를 찾는 순간-아름다움으로 푸는 수학, 3부는 사유의 시선이 높아지는 순간-수학으로 풀어내는 세상이라는 꼭지로 수학이 가진 매력을 표현하고 있죠.

다양한 철학적 이야기들과 삶의 이야기들,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문학 작품들까지 연결해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수학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아직은 저자처럼 수학이 정말 멋진 자연 풍경을 보는 듯한 그런 아름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요).

수학의 아름다움을 완전하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학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는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특히 제논의 역설에서 더욱 그랬어요. 제논의 역설은 거북이와 아킬레스의 경주를 다룬 수학 문제이기도 하고, 패러다임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고, 철학 문제이기도 해요(예전에 어떤 철학 강의에서 이 문제를 다룬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저자는 실수와 초실수(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어요, 수학에 이런 개념이 있다는 걸)의 개념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부딪치는 문제들을 어떤 세계관으로 보는지,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혼용함으로써 오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를 설명하는데, 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지요. 지나온 저의 모습들 속에서 보였던 여러 모순적인 상황들도 이해할 수 있었고요.

이처럼 수학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에요. 저자의 말처럼 수학은 그 속에 우리의 삶을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어요. 그런 아름다움을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니, 너무 아쉬웠죠. 그래도 이제라도 수학이라는 세계의 한 부분을 맛볼 수 있어서 너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인문 교양 - 만화로 읽는 교양 철학 논어

만화로 읽는 교양 철학, 논어
김부일 지음 / 보랏빛소 / 2019년 3월

인문학 중에서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만화로 읽는 교양 철학 논어>를 읽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고전이 주는 재미나 유용함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아마 무척 어렵다고 생각했던 논어를 만화로 보니까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돼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20편으로 이루어진 논어에 대해 설명하는데 각 편에 시작하는 페이지에서 각 편에 담긴 내용들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에 본격적으로 그 내용을 만화로 보여줘요. 오늘날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 논어의 내용이 단순히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자의 말씀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요. 뿐만 아니라 공자의 말씀과 연계되는 혹은 대비되는 사상들을 함께 보여주기에 다양한 철학적 사고를 맛볼 수도 있어요.

각 편의 중간과 뒷부분에서는 본문에서 설명한 내용의 원문과 번역을 함께 실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을 주고 각 편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본문에서 다룬 내용이나 공자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설명해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랑 같이 읽어보기도 했는데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만화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크게 어려워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책으로 어렵지 않게 논어를 알게 되어서 논어 뿐 아니라 다른 철학 서적들도 시리즈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 - 노벨의학상이 밝힌 식사, 수면, 휴식의 규칙
막시밀리안 모저 지음, 이덕임 옮김, 조세형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2월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하나둘씩 아픈 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신체 현상이라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몸이 아픈 채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막시밀리안 모저의 <안 아프게 백년을 사는 생체리듬의 비밀>이라는 책에 그 답이 있지 않나 싶어요. 저자는 생물학과 의학을 전공한 후 현재 인간연구소에서 인간의 생체리듬과 자가 회복력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몸에 딱 맞는 리듬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식사, 수면, 휴식의 규칙을 알려줘요.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리듬이 존재하고 이런 리듬은 무언가를 할 때 흥얼거리면서 리듬을 타는 모습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정말 그래요. 우리 조상들이 농사를 짓거나, 함께 그물을 들어 올릴 때 흥얼거리던 가락을 생각해보면 분명 우리 몸의 어딘가에 각각의 생체리듬이 있음을 알 수가 있죠.

저자는 이런 생체 리듬을 바탕으로 평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서부터 다이어트, 수면 등 실생활에서 생체리듬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이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삶을 행복하게 지내는 가장 강력한 토대를 만들어주는 과정이기도 해요.

100세 시대라고 하는 요즘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건강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생체리듬에 적합한 생활 습관을 들인다면 100세를 넘어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