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김상윤.정현애.김상집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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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살아오면서 한 번도 광주에 가 본 적이 없다. 회사일 때문에라도 한 번쯤은 갔을 법도 한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광주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국립 5.18민주묘지와 금남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5.18 최후의 항전지인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인데 최근에 과거의 전남도청을 복원한다고 한다.

 

올해는 5.18 항쟁 39주기가 되는 해이다. 많은 시민이 5.18 항쟁으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추모하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올해도 어김없이 5.18 항쟁은 극우 정치가들에 의해 훼손되고 모욕당했다. 그들에게 5.18 항쟁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과 정쟁의 도구일 뿐 그 무엇도 아닌 것 같았다. 2014년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처럼 그들은 모욕하고 왜곡하고 그리고 덮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3인이 공저한 ‘녹두서점의 오월’은 5.18 항쟁을 온몸으로 겪었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녹두서점은 전남도청 인근에 있는 헌책방으로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면서 많은 대학생과 들불야학의 강학, 반독재 운동가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이 책은 녹두서점을 운영한 김상윤과 그의 아내 정현애, 동생 김상집의 시선으로 각자가 보고 듣고 체험한 5.18 항쟁의 전 과정을 이야기한다.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의 확대와 더불어 자행된 예비검속으로 녹두서점의 주인인 김상윤은 구속되고 견디기 힘든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다. 홀로 남은 정현애는 구속된  남편을 대신해 녹두서점을 지키면서 광주의 현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운동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 활동(대자보, 전단지, 정보교환 등)을 한다. 결국 정현애는 5월 27일 마지막 항쟁에서 공수부대원에게 잡혀 구속된다. 동생 김상집 역시 10일간에 걸친 실제 시위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녹두서점의 오월’은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3인의 증언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래서 5.18 항쟁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 및 구체적 사실에 대한 해석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왜 광주여야 했는지, 미국에 대한 운동지도부와 광주시민들의 생각은 어떠했는지, 공수부대원들은 왜 이토록 잔인한 진압을 하였는지, 총기 회수 문제로 인한 수습대책위의  갈등과 같은 사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이런 부분은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을 듯하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습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처럼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5.18 항쟁의 국민적 합의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잘못된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5.18 항쟁의 진실에 더 많이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녹두서점의 오월’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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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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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남자 없는 출생)’을 다 읽고 난 느낌은 “한 권의 소설에 많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구나” 이다. ‘난자 대 난자’ 인공 수정 시술의 윤리적 문제, 동성애에 대한 혐오, 황색저널리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사이의 편견, 과학으로 포장된 가짜뉴스 등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 작가 앤젤라 채드윅의 데뷔작인 ‘XX(남자 없는 출생)’는 남자 없이 여자의 난자만으로 인공수정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된 가상의 현재를 배경으로 한다. 레즈비언 커플인 줄스와 로지는 자신들의 아이를 갖기 위해 임상 시술을 신청하고 임신에 성공하게 되지만 곧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시련에 직면하게 된다.

 

생명윤리에 대한 신념도 없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인,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언론 보도, 과학으로 포장하여 비논리적인 통계와 주장을 하는 전문가. 이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임신을 한 줄스와 로지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이러한 상황은 두 사람의 관계에도 위기를 맞게 한다.

 

난자만으로 인공수정이 가능한 기술이 생명 윤리적으로 올바른지에 대해 잘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러한 기술 개발이 생명윤리 문제로 멈추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당장 IVG(시험관 배우자형성)기술은 한 사람의 체세포에서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으로 배양하여 아기를 탄생시킬 수 있으며, 10~20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제는 이러한 기술 개발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가족을 이루는 방식에 대한 고정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사랑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가족만이 정상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최초의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에서도 생명윤리에 대한 반발은 매우 컸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이를 갖는 것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 거야?”

 

가족의 의미와 성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로지의 대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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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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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인문 도서나 사회과학 도서 중에 시작부터 독자의 기를 죽이는 책들이 있다. 당신이 얼마나 세상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지 수치로 보여주면서 말이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가 바로 그런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13개의 문제로 당신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세상을 인식하고 있는지 테스트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테스트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평균 정답률은 16%로 2문제이다. 우리는 왜 사실에 근거하여 세상을 보지 못하고 느낌으로만 기억하는가 ……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자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인간의 비합리적인 10가지 본능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일반 대중의 생각과 달리 세상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음을 통계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책을 다 읽은 후 가장 먼저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올해 초의 미세먼지 문제였다. 언론에서는 연일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문가 및 학자, 시민단체 역시 이 대열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불안감에 싸였고,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했으며, 비난의 대상을 찾아 모든 책임을 그곳으로 돌렸다. 그러는 와중에 정책당국자의 진단과 대책은 갈팡질팡했다..

 

당시 우리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것인가? 그 정보에 과장이나 왜곡은 없었을까? 정말 대기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역대 최악이었을까? 미세먼지의 원인은 모두 중국 때문이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기존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기의 질은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올봄의 미세먼지 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동의하기 쉽지 않지만 이들(KBS 저널리즘 토크쇼 J , 환경운동연합)의 주장에는 통계적 근거와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즉 공포가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1990년 관측 이래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며 최근 3년간의  정체기를 빼면 가장 좋은 수준이다. 이 부분은 대다수의 환경학자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대 최악이라는 미세먼지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얼마나 사실에 입각한 판단을 하고 그것이 여론으로 형성되는가이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사실에 의한 잘못된 여론은 필요 없는 정책을 추진하게 만들고 예산을 낭비한다. 그 결과 정작 필요하고 우선순위가 급한 곳에 예산이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에게 사실에 입각한 세계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정보와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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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국가의 탄생 - 베트남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고삐 풀린 미국의 전쟁사
레이첼 매도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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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베트남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고삐 풀린 미국의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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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12만 명 규모의 이란에 대한 군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트럼프는 “이란과 전쟁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오늘 기사에서는 “이란이 싸우길 원한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인 종말이 될 것”이라고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이 자국과 대립하는 특정 국가와 전쟁을 결정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것인가? 더 정확히 말하면 국가가 전쟁을 수행할 경우 전쟁 결정의 판단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인가 아니면 의회의 권한인가…? 대통령의 권한이라면 전쟁 결정을 한 사람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미국의 진보적 정치평론가인 레이첼 매도가 쓴 ‘전쟁국가의 탄생’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미국의 초기 건국자들의 생각인 ‘전쟁은 어렵게, 평화는 쉽게’라는 이상과는 매우 멀어진 미국은 너무도 쉽게 전쟁을 결정하고, 실행한다.국민들은 전쟁상태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다 못해 미국이 지금 전쟁을 수행 중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부제처럼 정말 고삐가 풀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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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전쟁국가의 탄생’은 베트남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를 통해 미국이 어떻게 전쟁을 논의하고 결정했는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과장된 국가 안보주의, 군대의 민영화, 행정부 권한의 팽창, 무인공격기와 전쟁 지원 민간기업 등은 미국이 전쟁을 더욱 쉽게 결정하도록 만든 요소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쟁 결정에 대한 대통령과 의회 간의 힘겨루기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미국의 정치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의 경우에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시사보도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저자의 경력답게 비교적 쉬운 문장과 유머러스한 표현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나간 거 같다. 어렵고 번거로운 전쟁 결정을 지향했던 미국이 어떻게 전쟁국가로 변모했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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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열전 - 3.1운동의 기획자들.전달자들.실행자들
조한성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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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 만세열전 & 아리랑

작년 12월에 후배 가족과 함께 중국 항저우와 상하이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항저우의 서호는 무척 아름다웠고 상하이의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에게 중국 대륙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관심이 가는 장소가 상해임시정부였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자 상해임시정부가 수립된지도 1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와 관련된 서적들이 다수 출간되어 있었다. 그 중에 눈길이 가는 책이 있어 한 권을 골라 읽고 있는데 그게 조한성의 ‘만세열전’이다.

이 책은 3.1운동 당시 독립과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운형, 손병희, 이승훈과는 별도로 역사교과서에 기록되지 않은 인쇄소 사무원 인종익, 배재고보 2학년 김동혁, 지하신문과 격문을 만든 사람 등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통사람들의 저항정신이 오늘날 촛불혁명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설명하는데 충분히 공감할만한 주장이다.

‘만세열전’과 같이 읽기 위해 선택한 다른 책은 김산과 님웨일즈의 ‘아리랑’이다. 이 책은 너무 유명한 책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부제처럼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같은 삶을 통해 식민지시기의 조선 청년의 고뇌와 좌절 그리고 독립에 대한 열망을 다양한 역사적 기록과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을 거 같다. 이래저래 이번 연휴는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보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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