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사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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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끝난 사람 _ 우치다테 마키코

제목부터가 극단적이다. 아무리 정년퇴직을 했다고해서 ‘끝난 사람’이라니 좀 너무하다 싶다. 또한 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이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거의 도발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럴지도…” 라며 묘하게 공감된다.

‘끝난 사람’은 회사일밖에 모르고 40년을 달려온 정년퇴직자의 심리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인물들(배우자, 딸, 전직장동료 및 거래처 직원, 친구들 등등)과의 갈등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아마도 작가가 TV 드라마 각본을 많이 쓴 경험 때문인지 이야기의 전개가 드라마틱하면서도 빠르고 여성작가임에도 은퇴한 남성의 심리를 아주 적나라하면서 세세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다시로’와 그의 아내인 ‘지구사’와의 관계가 가장 흥미로웠다. 자기연민에 빠진 주인공 ‘다시로’를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은 처음에는 안쓰럽지만 점점 지겨워진다.

자식 다 키워놓고 이제 독립적인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려는 지구사에게 갑자기 60이 넘은 기저귀를 찬 아들이 생긴거나 다름없다. 누가 좋겠는가.

더구나 회사일을 삶의 전부로 여기며 살아온 다시로가 그 동안 가정에 어떠했을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다시로가 은퇴해 갑자기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무엇을 찾는 모습에서 “평소에 하지.. 그게 갑자기 돼” 라는 말만 떠오른다. (물론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본사회와 한국사회 모두 회사 일을 삶의 전부로 살아간 세대들이 있고 그런 세대들이 이제 은퇴하거나 은퇴의 기로에 놓여있다.

다시로의 모습은 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연착륙이 무엇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늦기 전에 모두들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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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익명의 여인 지음, 염정용 옮김 / 마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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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락된 도시의 여자 : 1945년 봄의 기록 _ 익명의 여성

2차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4월 20일. 소련군에게 함락 직전에 놓인 베를린에서 한 여성이 전쟁의 참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기록을 정리하여 1954년에 책으로 발간한 것이 바로 함락된 도시의 여자 : 1945년 봄의 기록이다.

책이 원제는 ‘Eine Frau in Berlin, A Woman in Berlin’ 이고 2008년에 독일 영화감독인 막스 파르베르복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이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친절하게도(?) 누군가가 자막까지 삽입해서 올려놓은 영상이 있다)

베를린 함락 당시인 1945년 4월에 베를린의 민간인 수는 270만명 정도였고 그 중 200만명이 여성이었다. 베를린은 여성만 남은 도시였고 이곳에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친다. 점령군으로 들어온 러시아 군인들은 베를린의 여성들을 마치 전리품으로 취급하며 무자비한 성폭행이 이어진다.

베를린에서만 10만명 이상의 여성이 집단강간의 피해를 입었고, 독일 전체로는 80만~200만명의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일 계속되는 성폭행으로 인해 베를린 여성들 사이의 첫 안부인사가 “당신은 몇번이나?” 였으며, 부족한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군에게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도 내몰린다.

이 책에서는 주로 러시아군에 의한 성폭행을 서술하고 있지만 패전국인 독일여성에 대한 집단강간은 미국군과 영국군, 프랑스군 점령지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다. 미군 점령지에서 일어난 성폭력 피해자만도 1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은 미소 냉전의 논리와 나치의 옹호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잊혀졌고 지워졌다. 독일여성의 집단강간 및 성폭력에 대한 언급은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독일의 정치가, 역사학자들에게도 금기사항이었다. 피해자로서의 독일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책을 다 읽어갈 즈음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미군이 점령한 도시는 베를린도 있지만 도쿄도 있다. 태평양전쟁의 승전국인 미국이 도쿄를 점령할 당시에 일본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없었을까? 설사 있었더라도 베를린의 사례처럼 이들의 피해도 잊혀지고 지워졌을지 모른다.

만약 일본여성의 피해를 다룬 책이 출간된다면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문제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쟁으로 유린된 여성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해결의지가 없는 가해자로서의 일본인 피해자로 받아들일지...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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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 유엔인권자문위원이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시공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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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 (Capernaum) 그리고 장 지글러

작년 12월에 방배동에서 합정동으로 사무실이 이전했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사무실 이전이 불가피했지만 못내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사무실 근처의 이수역 아트나인(ART NINE)을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줄 장소가 합정동 근처에도 있었다. 바로 KT&G 상상마당이다. 이 곳에서 최근 보고 싶었던 가버나움(Capernaum)을 가족과 함께 관람했다. 가족들 모두 예술영화 전용관은 처음이었고 아마도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이다.

영화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베이루트의 빈민촌에서 생활하는 12세 소년 자인의 비참한 삶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빈곤문제와 무책임한 어른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대사로 시작하는 영화는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게된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저런 곳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안도감 이상의 그 무엇인가를 말이다.

장 지글러(Jean Ziegler) 의 신작인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이러한 질문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손녀에게 설명하는 자본주의’ 이지만 국내에서는 장 지글러의 베스트셀러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영향을 받아 이렇게 책 제목이 정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중학생인 손녀에게 자본주의가 무엇이고,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인 자본주의의 무자비함을 설명한 책이다.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기아와 심각한 빈곤 문제에 대한 원인을 자본주의라는 이념에서 찾고 그 대안 및 해결방안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대화체의 쉬운 설명으로 정리하였다

물론 지금의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의 문제를 자본주의라는 하나의 이념에서 모든 원인을 찾는 저자의 생각에 100% 동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금융자본주의 폐해를 온 몸으로 체감하는 우리로서는 그의 주장을 흘려 들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세계의 빈곤 및 기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영화 가버나움(Capernaum)과 장 지글러의 신간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꼭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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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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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이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라고 해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리베카 솔닛의 책이라고는 읽어 본게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외에는 없다보니 저자의 이미지가 페미니스트로 각인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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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는 미투운동을 통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민주주의와 인권, 기후변화, 젠트리피케이션 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이런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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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인상 깊없던 내용은 기후변화이다. 페미니스트가 쓴 기후변화는 어떤 문제의식을 가질지 궁금했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폭력이다” 라고 정의 했다. 과거에 우리는 기후변화를 지구온난화라고 불렀다. 최근에 경험해보지 못한 한파가 몰아치자 지구온난화란 용어보다는 더 정확한 의미의 기후변화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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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폭력의 하나이다.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죽음을 당하고 또 죽어갈지도 모른다. 특정한 사회적인 문제에 어떤 이름을 붙느냐에 따라 그 문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솔닛의 문제의식도 거기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쓴 컬럼을 엮은 책이다보니 한 번에 읽을 책은 아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듯 읽기에 좋은 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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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누구인가 - 아베 정권의 심층과 동아시아
길윤형 지음 / 돌베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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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누구인가 _ 길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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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치러진 일본의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아베 신조는 3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021년까지 일본 총리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2006~2007년의 1차집권과 더불어 2012년에 시작된 2차내각으로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에 오르게 된다. 참 길게도 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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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베는 누구인가’는 최장수 우익총리가 될 수도 있는 아베 신조의 사상적 배경이 된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에서 시작해 정치입문 후 최연소 일본 총리의 타이틀을 안겨준 일본인 납치문제, 1차내각의 몰락과 2차 집권으로 재기하기까지의 정치활동, 그리고 2012년부터 시작된 2차 정권에서의 각종 정책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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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 정치의 우경화나 역사수정주의, 천황 중심의 메이지시대로의 복고를 위한 개헌, 해결의 실마리가 찾을 수 없는 일본군 위안부문제 등등의 아베정권의 납득하기 어려운 일련의 행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죽일 놈인 아베가 왜 국민적 지지를 받는지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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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의 편집장인 저자 길윤형은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과 안보, 경제문제 관련 기사를 쓴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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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현직기자라서인지 사회과학서적 치고는 매우 가독성이 높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여러모로 현 일본의 정치 상황과 아베라는 인간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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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읽는내내 암에 걸릴거 같은 빡침을 견뎌야 한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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