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 - 중세 연애시부터 현대 희곡까지, 음악과의 만남으로 탄생한 독일 문학 이야기
이창복 지음 / 김영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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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소리를 통해서, 문학은 글을 통해서 감동을 준다.하지만 음악에는 문학적 서사가 포함되어 있는 가사가 필요하고 문학에서도 (특히 운문문학에서는) 음악적 효과가 크게 작용한다.이 두 종류의 예술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독일의 문학인과 음악가들을 통해 그 상호관계를 다뤘다.저자는 원로 독문학자인데 그러다보니 독일쪽 사례에 집중되어 있는데 왜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의 사례를 안 다루느냐고 불평할 수 없이 아주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책의 두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작가로 유명한 사람들이 주된 비중을 차지하지만 사실은 단순히 작가로만 분류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나와있는 사람들의 면면이나 활약상에 대해 (책에 나와 있는 것 외에는) 다 알지 못하지만 헤르더와 니체는 철학자로 유명하고 특히 종교개혁을 상징하는 마르틴 루터는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의외였다.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 과정에서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다는 것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음악과 음악의 교육적 효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찬송가를 지역의 사정에 맞게 만들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또 문학과 음악이라는 예술에 대한 분류 너머에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에 대하 대한 깊은 고민도(미학적 고민) 돋보였다.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는 헨델,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하이든과 같은 음악 교과서에 한장씩은 차지하고 있을법한 음악계의 거인들과 동시대에 살았다.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성취한 사람들의 교류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괴테의 작품을 바탕으로 슈베르트가 만들어낸 마왕이 그렇다.그리고 괴테가 파우스트의 2부를 오페라 텍스트로 작성한 것과 토마스 만이 다시 써내려간 파우스트의 주인공이 음악가라는 것은 문학인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세기를 뛰어넘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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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 - 근대화, 문화적 이동, 가치관의 변화로 읽는 민주주의의 발전 지도
로널드 잉글하트 & 크리스찬 웰젤 지음, 지은주 옮김 / 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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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민주주의는 일단 설치하면 저절로 작동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이는 대중에 의존한다."(12페이지)


"시민적 가치에 대한 논의에서 개인주의와 휴머니즘은 종종 충돌하였다.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개인주의가 사회적 이기주의와 동일시된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중략)그러나 개인주의와 휴머니즘 간의 대조는 잘못된 것이다.사실상 개인주의는 자기중심적 정향이 아니라 인류애적 정향과 함께하는 경향이 있다."(259페이지)

 

sns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기존의 정치권과 언론에서 활동하는 기성 엘리트층에게 기대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견해를 (sns 등장 이전보다) 더 쉽게 그리고 다수에게 자유롭게 밝힐 수 있게 되었다.소통이 쉬워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드러내기 더 쉬워진 환경이기도 하다.이것은 자기표현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는 계기이면서 또한 자기표현을 더 널리 유행하게끔 한다.사람들에게는 다 각자만의 관점과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또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는 창구가 만들어지면서 엘리트들에 대한 감시와 요구가 쉬워진 만큼 정부를 시민들에게 더 반응적으로 만들었다.인터넷으로 정부에게 민원을 넣을 수 있는 국민신문고와 대중의 요구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비록 말들이 많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이 그렇다.

 

전통사회에서는 종교가 그리고 정치적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강요했다.그러나 르네상스는 신이 아니라 인간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종교개혁과 상업혁명은 경제활동과 사유재산에 대한 터부를 물리치면서 정치적 의식이 있는 중산층을 탄생시켰다.휴머니즘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권리 보호로 이어졌고 산업혁명과 뒤이은 전쟁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어나면서 양성평등도 강화되었다.개인의 중요성과 권리의식이 커지면서 (자유)민주주의는 그 뒤를 따라온 것이다.개인주의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민주주의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하면 흔히 선거, 의회 등 제도적인 요인들에 집중한다.물론 그것들은 민주주의의 결과물이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탱해주는 것들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가치가 중요할 것이다.이 책은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한 제도적이고 다소 진부한 서술이 아니라 근대화와 민주화에 대한 문화적인 그리고 가치관에 기반한 검토를 하고 있다.민주주의 제도 밑바탕에 깔려있는 토양에(개인적 자유, 인간적 다양성, 시민사회의 자율성) 대해서도 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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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정경선.루트임팩트 엮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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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취업을 목표로 좋은 학교에 가려고 하고 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한다.비교적 도전적인 사람들은 창업을 하고 선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봉사나 기부를 하곤 한다.사회운동은 민주화 이후 더 이상 유행하지 않는 것 같다.개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경쟁은 바빠졌으며 가치는 다양해진 이 시대에 정의나 사회개혁을 위해 애쓰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그마저도 보통은 정치권 주위를 기웃거리곤 하지 특별히 공직을 노리지도 않는데도 사회변화를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은 정말이지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문 사람들의 이야기다.엮은이인 인터뷰어부터 특별하다.재벌 3세로 태어났고 경영학을 공부했으면 기업 승계를 준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영리활동 자체와 거리를 두고 있다.그보다는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을 후원하는 체인지메이커 일을 하고 있다.인터뷰 대상인 사람들의 활약은 다양한데 공통점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 본인이 가는 길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스스로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계속해서 성찰한다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는 유익하면서도 재밌는 강연인 <세바시> 그리고 네이버에서 기부 대상을 선택하여 손쉽게 기부할 수 있고 기부금의 사용 품목까지 살펴볼 수 있는 <해피빈>을 만든 사람이 이런 체인지메이커였다니 참 반가웠다.어려운 형편과 냉소적인 사람들의 악담을 견디면서 일해야 하는 사회운동가들이 조금이나마 성공해서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사회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고 부정적인 시선이나 재정적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들에게서 높은 의식수준, 실천하는 정신, 인내심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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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풍요 - 나노 기술이 이끄는 우리 삶의 변화
에릭 드렉슬러 지음, 임지원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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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은 4차 산업혁명 등 최근의 기술발달을 대표하는 부문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데 그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에릭 드렉슬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이 처음 예상했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은 모양이다.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에릭 드렉슬러 역시 처음에는 마찬가지였지만 나노 기술이 2000년대 들어 인정받으면서 그의 위상도 달라진 것 같다.

기술발전사에 대한 풍부한 설명과 나름의 관점, 과학과 공학의 차이에 대한 분별과 공학자로서의 사고를 강조하는 것, 나노 기술에 기반하여 미래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다.특히 나노기술이라고 하면 흔히 의료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환경과 안보에서도 활용의 여지가 많다고 한다.나노기술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면서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심지어 기존에 배출되었던 이산화탄소로 나타났던 효과를 시정하는 것도 노려볼 수 있다고 한다.또한 나노기술을 활용한 집약적인 감시와 저비용으로 생산하는 비살상무기 때문에 국가안보와 국제사회의 균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에릭 드렉슬러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인지 완벽하게 가려내는 것은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래의 환경문제 해결에 희망을 주면서 또 전통적인 안보와 국제정치 이론을 흔들며 걱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지구온난화 해결과 새로운 국제정치체제 확립에 나노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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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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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배운다.그렇지만 이렇게 자세하고 재밌게 배우지는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배웠다.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이 역설적이다.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지금은 기각되었지만 한때는 많이 떠돌았던 과거의 이론(혹은 학설)도 과학의 발전상을 잘 보여준다.신체기능을 맡은 각 부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조화되는지도 잘 설명되어 있다.


최근에 한창인 이슈로 낙태죄 폐지 문제가 있다.과연 어디서부터 생명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이 문제를 다루려면 사람이 만들어지고 태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과거의 여러 이야기들이 오류로 밝혀지고 특히 다른 생물과의 비교를 통해 사람의 형성과정에 대한 더 폭넓은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 이슈에 대해 너무 단순하고 추상적인 관념만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남녀의 사랑에서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장대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면 사회적으로 극심한 의견 대립을 낳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향해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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