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이라는 에세이스트 또는 generalist의 저작들을 여러 개 읽어 보았다. 최초의 인연은 '조용헌의 고수기행'이라는 책이었는데, 당시 무술계나 도판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 그리고 태동하던 종합격투기에 대한 책들을 두루 섭렵하던 나는 '고수기행'이라는 제목 - 사실 조용헌은 그전부터 원래 유명한 저술가였지만 - 만 보고 덜컥 사들였던 물건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후로, 조용헌의 특이한 주제와 사상, 세계관, 특히 동양, 아니 한국적인 것을 찾는 그의 글에서 매력을 느끼고 닥치는대로 그가 쓴 책을 긁어 모아 읽어나갔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주제에 대한 글을 그야말로 '강호'스럽게, 그러나 불교학 박사이면서 대학교 훈장이라는 신분답게 학술적으로도 빠지지 않는 그의 글은 언제 읽어도 즐겁다. 많은 분들이 이미 그를 접한 바 있겠지만, 나름대로 좋은 글선생이라 여겨 그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한병철 박사의 '고수를 찾아서'와 혼동하여 그와 같은 내용일 것이라 생각하고 산, 첫 조용헌의 책이다. 다양한 분야의, 그러나 제도권을 벗어난, 여러 고수들의 인생을 소개한 글이다. 이런 우연이 있기에 책을 읽는것은 언제나 즐다.
책을 사들이는 행위역시 기연을 만날 확률을 높여준다. 요즘같은 세상에 스승이나 동류, 또는 이런 저런 강호의 인사들을 나같은 범인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기연밖에는 없는것 같다.
페이퍼를 위해 그의 책을 찾던 중 더 많은 책이 나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 이 페이퍼도 어떻게 보면 현재진행형인 셈.
조희봉님이 이윤기선생을 전작하고 모신 것처럼, 나는 조용헌선생을 전작하고 모시고 싶어진다. 강단의 학자이면서, 강호의 학문을 논하고, 기인을 만나는 그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역시 앞서 말한 기연. 나름대로 유명한 그의 책들을 거의 다 읽었노라고 생각했건만, 더 많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이다. 해서, 나는 오늘도 책을 사들이고, 쟁여 놓는다.
행여 인류의 종말이 온다면, 아니 북두신권 같은 세상이 온다면, 나의 의무는 나의 책들을 무사히 후대로 넘기는 일이 될게다. 지식과 지혜를 온전히 후세에 넘겨주는 그런 일 말이다. 조용헌. 참으로 담백하고 재미있는 책을 많이도 써왔음에 감사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