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현황을 7월과 8월, 정체가 극에 달하던 시점, 그리고 이주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시간과 비교하면 무척 만족스럽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는 법. 그간 아파트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했던 업무공간의 이점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기에 요즘은 출퇴근에 대략 한 시간은 쓰고 있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퇴근하면 피곤함을 느끼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대충 널부러져 시간을 보내다가 자고 만다.  그전에는 사무실에서 금방 나와서 운동을 하는 점심이나 저녁시간이 있었는데 그런 사치는 적어도 당분간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인데 터무니없이 목표를 크게 잡고 새벽 네시에 일어나려고 하니 눈을 뜨면 다시 잠이 드는 것이다.  다소 소박하게 일정을 꾸려야 무리가 없겠다.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이치, 하야시 후미코, 시마지카 도손 등 일본근대문학의 who's who들이 쓴 다양한 에세이를 편집했다.  각각의 글 하나를 읽으려면 여러 권의 책을 따로 구해야 하고, 그나마 번역되지 않은 것들이 태반일텐데 편자의 수고덕분에 관심있는 작가들의 짧은 글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익히 알려진 단편을 모은 책이라면 다른 것들, 예컨데 전집이나 출판사의 개별적인 판본과 겹치는 경우가 많은데 도서관을 뒤져가며 찾아낸 글이라서 그런지 대충 보기에는 겹치는 건 없는 것 같다.  우리보다 근대화가 약 백년 정도는 앞선 듯한 일본 아니, 우리의 근대화를 잡아먹어가면 이룩한 현대국가 일본의 근대문학을 생각하면 늘 여러 모로 우리의 역사가 아쉽고 화가 나는 한편, 우리가 갖지 못한 시대를 가진 그들에 대한 부러움을 느낀다.  우리에게도 20세기 초에서 중반까지의 제대로 된 근대국가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의 근현대문학도 이들처럼 빨리 시작되어 지금까지 다양한 고전을 보유하고 훌륭한 출판과 번역의 전통을 가질 수 있었을까.  원래부터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의 문명과 정치체제를 유지했던 일본이지만 근현대를 생각하면 특히나 우리와의 차이가 확연한 일본의 근대문학에는 우리의 근대문학이 어쩔 수 없이 애증을 갖고 대한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근대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일본의 근대문학을 들여다보는 시늉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다.  새삼 이 책을 통해서 그간 좋은 시절에 집중적으로 모아둔 일본의 근대문학서적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 되었으니 책값은 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담집을 썩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키의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강연이나 대담은 그 자리에서 혹은 최소한 오디오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을 받아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둘의 대화가 얼마나 둘 사이에서는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현장감이 빠진 대담은 김빠진 맥주와도 같다.  그저 하루키의 작법과 작풍,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도 이제 나이가 들면서 예전의 까칠함이 많이 누그러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좀더 많은 작품을 남겨주기를 희망했다. 그런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구성이 책마다 끊어지는 이야기라서 시리즈지만 이어가기에 큰 부담은 없다. 이런 스타일의 기담, 무척 일본풍이 강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욱 좋아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관도 그렇고, 외래종교에 점령당한 덕분에 예전부터 우리와 함께하던 다양한 영의 세계가 '귀신'과 '마귀'로 label되어 좀처럼 가까이 지낼 수 없는 이계로 밀려난 한국에 비해 아직도 다신교 또는 만신전이 국민 대다수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일본의 풍토는 이런 기담이 나오기에 적합한 것 같다.  어느 고등학생이 있다. 어린 시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이 아이를 괴롭히거나 하면 크게 다치거나 죽는다.  한편 교생인 화자도 무척 이질적인 존재임을 늘 자각하고 살아왔기에 이 학생에게 묘한 공감을 갖고 관심있게 그를 지켜보면서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단서를 잡아간다.  결말은 좀 모호하고 당위성도 떨어지지만, 그려낸 세계관 그 자체가 마음에 든다.  십이국기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을 다 읽으면 한번 시간을 내서 완주해볼까 한다.


이번 달엔 여러 모로 성적이 좋다. 새로운 일도 최근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더 많이 들어왔고 일도 많이 했고, 책도 많이 읽었으며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전의 낮은 성적을 make-up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로써 이번 달의 스무 권을 읽었으니 9월과 10월에 나눠서 열심히 부족한 걸 채워볼까 한다.  


평일의 운동은 가급적 새벽에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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