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꾸준히 오래 하다보면 늘 어딘가는 다쳐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실 격한 춤을 추는 댄서나 아이돌, 훈련부터 실전까지 늘 치고 받고 꺾고 던지는 격투기선수들부터 다른 프로종목의 선수들 대부분이 피지컬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하지만 이런 저런 잔부상과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비록 그런 레벨은 아니지만 나 역시 검도를 하던 시절의 부상도 늘 달고 다니고, 한 10년 가까이 gym을 다닌 결과 늘 어느 한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왼쪽 날개죽지가 좀 이상한데, 이것도 좌우를 바꿔 나타나는 현상이고 관절부위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단련이 될 수 없는 body part라서 그런지 어딘가 이상하다.  이런 문제와 밸런싱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최근 2주는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고 계속 못 나가고 있다.  달리기를 여러 종류로 해보고 싶은데, 이런 의미에서도 요가는 꼭 해야하는데 말이다.  이번에 월드컵을 보면서 확실히 느낀 바, 운동선수들 중에서는 경량급 MMA선수나 축구선수의 몸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  조기축구회라도 들어갈까 생각해보고 있는데, 그 전에 일단 달리기 능력을 좀 키워보고 싶다. strength training이 제대로 오래 하면 의외로 여러 운동에 도움이 되는데, 기초체력과 힘을 기르고 방법에 따라서는 지구력과 순발력을 키울 수도 있는 fundamental training이라서 당연히 그런 것 같다.  오래 운동을 해본 결과, 달리기든 뭐든 시작이 좀 어렵지만,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금방 적응을 하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할 때, 일단 지구력이 딸리기는 하지만, 다리의 힘이 딸리지는 않는 것이 좋은 예.  


일이 slow하고 정체가 길어지니 무엇을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 일도 설렁설렁, 그냥 해야할 것만 얼른 처리하고 미루며 놀기 일쑤.  그러다 보니 7월의 남은 반쪽 동안 처리할 것들이 좀 쌓였다.  일은 언제나 한꺼번에 들어오기 때문에 한가할 때 사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못 하는 이 게으름과 아둔함을 어찌할꼬?  어제부터 다시 하루의 목표량을 잡고 천천히 일근육을 다시 키우기로 했다.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양을 늘려가는 건데, 고통으로 머리에 각인되지 않도록 아주 조금씩 양을 책정해서 하루에 끝내는 만족감을 갖는 훈련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오늘을 목표는 편지 두 통. 대략 3-4페이지씩, 그리고 간간히 들어오는 상담과 메일 등 MISC 행정업무의 완료.


맘이 늘어지고 어렵다 보니 다른 분들의 서재에 가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다는 것도 좀 심드렁하다. 그냥 매사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모습인데, 우울증이 오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이 된다.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건 책과 운동, 전적으로 나 자신. 회사를 시작하고서 벌이가 썩 좋지 못하던 첫 해부터 조금의 여유만 있으면 책을 사들였는데, 그 결과 지금은 엄청난 재고(?), 즉 읽지 못한 책을 보유하게 되었다. 덕분에 흐르는 대로 책을 보고, 흥미가 가는 장르를 찾으면 그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장서가(?)가 되어버렸다.  내 독서흐름을 보면 역시 상태가 좋을 때에는 한 방향을 깊이 파기도 하지만, 이런 시기에는 중구난방으로 손에 잡히고 눈에 들어오는 책을 읽어낸다.    


필립 딕의 대체역사 SF. 루즈벨트가 암살된 미국, 2차대전이 독일과 일본의 승리로 끝났고 현재 이들은 미국을 양분하고 있는 상태. 소설의 시대적인 한계와 작가의 관점을 뛰어넘지 못하기에 21세기 미국을 살아가고 있는 아시안이 볼 때 다소는 조잡한 동양관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척 잘 읽히는 이야기. 조금 보다 멈춘 드라마에서는 약간의 왜곡된 역사를 힌트하는 것 같았는데, 소설을 보니 그런 타임슬립의 설정은 아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SF형식을 빌린 풍자극 같다는 생각도 든다만, 결정적으로 SF와 뒤틀린 시공간 또는 평행우주 같은 설정의 힌트가 있기는 하다. 아주 잠깐, 소설의 세계와 정반대로 흐른 역사의 결과가 소설의 세계와 오버랩되어 등장인물의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  소설의 깊이와 담긴 이야기에서 비슷한 테마로 소설을 찍어내는 해리 터틀도브와는 확연한 수준의 차이를 보여준다.  거장은 거장이다.


이 책을 읽는 건 최소한 세 번째는 될 것으로 기억한다. Yolo를 건너 소확행을 사회적 유행어로 만든 미디어의 저렴함을 좀 잊어버리면, 하루키는 '소확행'이 '소확행'이기 이전부터 작가로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는 내가 맥주와 마라톤, 보울 가득 담긴 샐러드, 파스타, 재즈, 클래식, 피츠제럴드와 레이먼드 챈들러와 레이먼드 카버에 보다 더 깊고 꾸준한 관심을 갖게 했는데, 사실 하루키에 빠지기엔 좀 늦은 나이라서 더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아련함으로 그의 책을 읽어온 것 같다.  데모를 해본 적도 없고, 친구가 죽은 적도 없고, 기숙사에서 살아본 적도 없으며 심지어 재즈에 심취해서 재즈바를 운영해본 적도 없고, 여행을 그처럼 active하게 다닌 경험도 없어서, 대리경험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소설도 좋지만 가끔 읽는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런 날과 맞아떨어지면 금방 모든 걸 내려놓고 이야기속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책. 팟캐스트와 TV에서 본 그의 대담, SNS에서 볼 수 있는 멘트가 좋아서 기대하고 봤으나 나의 재미와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서울내기도 아니고 무엇보다 논문을 정리한 듯, 개론서인 듯 주절거리는 서술은 이 짧은 책을 무척 빨리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현재 서울의 위치가 조선왕조 500년의 수도이기 이전부터, 우리 역사가 만주를 떠나 한반도에 집중하게 되면서 삼국시대부터 이 땅의 hegemony를 잡는데 매우 중요했다는 걸 새삼 배우기는 했다. 



지난 번에 읽은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에 이어 또다른 '허무'시리즈라고 해야 할 또다른 이야기. 박해를 받게 된 예수회가 살아남기 위해 식민지에서 들여오던 보물을 싣고 가라앉은 배를 찾는 여자, 그리고 남자, 그 둘 중 하나를 도와야 하는 운명의 다른 남자.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패를 다 보여주지 않는 작가의 트릭에서 다른 이야기의 흔적을 보았다.  권말에도 설명되어 있지만 아르투로 페레즈의 소설에서 '여자'는 미스테리와 연정을 버무려 주인공의 운명을 쥐고 흔들지만 결국 남자를 다른 길로 이끄는 전형적인 사이렌의 인물적 성격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전형을 벗어난 독립적인 개체로써 자신을 주체적으로 사용하여 주체적인 목적을 향해 나가기 위해 지형지물처럼, 또다른 재료처럼 남자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사이렌보다는 고전시대의 여신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남은 이야기가 몇 개 없는데 허무를 벗어난 활극이면 좋겠다.



한번 잡으면 책을 놓기 어려울만큼 재미가 쏠쏠하고 flow가 좋은 이야기.  벌써 네 번쨰 이야기까지 끝낸 색슨연대기. 이제 다섯 번째 이야기를 반 정도 끝냈는데, 그 다음의 책은 아직 주문하지 못했다.  내가 이리도 빨리 영어책을 읽을 줄은 몰랐으니까.  여전히 온갖 사건이 가득한 9세기 말기의 영국 땅.  아직 England는 존재하지 않고, 웨섹스, 마르시아, 노텀브리아, 브리톤, 웨일즈, 스코트랜드로 나뉜 땅에서 색슨의 영주들과 알프레드왕, 데인의 침략자들이 어지럽게 얽혀 싸우고 약탈하고 죽인다. 우트레드는 여전히 그가 싫어하지만 충성의 맹세로 엮어진 알프레드왕을 위해 그가 좋아하는 데인족의 침략자들과 싸움을 하고 '전신'처럼 가장 위험한 순간마다 알프레드왕의 웨섹스를 구해낸다.  그런 충성의 댓가는 그가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의 말씀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알프레드왕의 귀를 지배하고 있는 뱀같은 성직자들에 의해 늘 다른 이에게 빼앗긴다.  이순신장군이 그의 칼끝을 선조에게 돌리지 않는 것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우트레드의 서약이행으로 웨섹스는 여전히 건재한 색슨의 왕국으로 남고, 알프레드왕의 딸도 구출되고 금도 아끼고 위험한 데인족들의 전사들의 세력도 꺾이지만, 아무렴 이들의 침략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실제의 역사가 그랬으니까.  그런 침략이 이어진 끝에 결국 색슨의 왕권은 데인에게 넘어가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역사소설도 좋아하고 이런 칼싸움과 ale과 피가 넘치는 소설은 읽는 재미가 가득한데 왜 한국에는 번역되어 들어가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Last Kingdom'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눈빠른 출판사가 하나 나설런지?  워낙 책시장이 shrink된 한국의 현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과거보다 1/10로 줄어든 형편이고 어지간한 책은 만 권을 파는 것도 힘들기 그지 없다는 그 줄어든 파이를 다시 크게 키울 방법은 정녕 없는 건지?


기무사문건, 기업적폐, 노동 등 산적한 문제도 많고 이제 겨우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마구 떠들어대는, 이전 정권에서는 꼼짝 못하고 눈을 깔던 자들이 떠들어대는 소리가 역겹기 그지 없다. 정말이지 그 민도가 의심되는 그들은 결국 이 정권의 손발을 묶고 모든 개혁을 무위로 돌릴 수 있음이다.  이미 재벌과 족벌언론, 행정과 법을 장악한 이 구악세력은 사람들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얼마나 더 두드려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지금은 이 정권에 힘을 보태줄 때고, 그간 돌산이 되어버린 밭을 다시 개간하고 파종을 할 때이지 거둘 시기가 아닌 걸 모르는 것 같다.  미투고, 노동계도, 여성권익이고 뭐고 그들의 진실한 마음과 목적의식과는 별개로 교묘하게 이용을 당할 수도 있음이다.  이미 주옥선 같는 미친년이 여성운동을 표방하기 시작했다. 아마 노동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하면 결국 다시 이명박근혜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무능하고 악한 이에게 정권이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나라를 지켜본 적이 없고, 일제의 따가리들이 장군이 된 희대의 빛나는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육군답게, 21세기에도 쿠데타를 통한 일신의 영달을 획책했음이 이번의 문건으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은 모두 국가전복음모로 주동자는 사형시키고 나머지는 모두 25년에서 무기징역으로 거세시켜야 마땅하다.  아울러 앞서 해산된 통진당의 선례를 볼 때 이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위험하고 실행가능한 국가전복을 기도한 새누리당은 해산되어야 마땅할 것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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