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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환경 분야는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을 마케팅 코드로 삼으며,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터지면서 이런 관심은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 버렸다. 무늬만 친환경을 세웠던 어떤 정치인의 거짓말에 경제만 살아나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들의 욕망에 모른 척 했다.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원자력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인가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무감각적인 수용과 착각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서 깨졌다. 여전히 경제적이라는 가치를 붙여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견지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경각심은 그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도 점점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경제 위기 발생 전과 비교하면 많이 후퇴한 상태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또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근시안적 걱정의 발로다. 국민 연금에 대한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령화와 기금고갈 문제다. 처음부터 잘못 설계되다 보니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미 먼저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지금 그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민 연금에 대한 불신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서 저 잘 예측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면을 보면 이들도 지극히 미래를 보지 못하는 지극히 근시안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 생각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후를 충분히 자신이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근시안적 존재다. 미래를 대비하기 보다는 현재를 살기 바쁘다. 그래서 개인이 노후를 준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민 연금이 생기기 전, 지금 노년을 살고 있는 많은 분들이 현재 심각한 노후의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현실이 근시안적 시각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준다.

 

인간의 시각은 대부분 근시안적이다. 지금 닥친 현실의 문제도 해결하기 급급한데, 앞으로 미래의 문제를 걱정하고 준비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음에도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런 근시안적 시각 때문이다. 꿈은 꾸지만,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계획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보다는 자신의 현실에 급급하다. 그럼에도 인류는 진보 하지만, 그 진보가 더 나은 미래인지 아니면 더 나쁜 미래인지 아무도 쉽게 짐작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애써 무시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작은 현실들의 조합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실을 치열하게 살면서 지금 존재하지만, 지금 그 치열함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가는 현실이 결코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를 망각한 그런 개인적인 시각은 사회적 변화가 개인에게 주는 영향의 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미래를 낙관하는 몇몇 사람들은 다가올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기술로 다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얼마나 기술이 발전에 인류의 역사에 기원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신에게 이르고자 바벨탑을 쌓았던 바빌론 사람들처럼, 신 만큼 거대한 자연의 힘에 대항하고자 하는 기술적 낙관주의의 결과는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다가올 미래의 현실을 고민하고 다시 설계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가올 미래는 이 순간 순간이 쌓여서 결정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 조심스레 이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나 낙관주의 생각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처음에 이런 낙관적인 이상주의를 믿지 않는 것 같다. "가능한 세계를 꿈꾸는 것보다 미래에 우리가 살게 될 세계를 아는 것이 마음을 더 차분하게 해준다. 마음의 평화로 가는 첫 걸음은 미래를 정확히 그리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그림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접어야 한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그 만큼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현실적 제안을 내놓는 것 같다.

 

그 만큼 저자와 다른 학자들이 보여주는 앞으로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비롯해서, 경제 발전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적 희망도 이 책은 꺾어 버린다. 현재의 기대와 낙관이 오히려 미래에 얼마나 해악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몇몇 예측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현실을 빗겨 난다. "잠재 노동인구에 속한 각 개인이 부양하는 사람의 수는 지난 40년 동안 줄어들었다. 이것은 갈수록 늘어나는 노년 인구를 부담해야 할 젊은 생산인구가 줄어든다는 우려 섞인 공적 논의와 대치된다. 진실은 많은 사람이 잘못 가정하듯 부담이 계속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는 저자의 추정과 데이터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기존 경제학적 관념에 대해서 저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성장"이라는 목표에만 매진하는 경제의 한계를 지적한다. "성장이 언제나 우리를 더 잘 살게 만든다는 것은 표준 경제학의 기본 논리 중에서도 기초적인 오류다. 우리는 언제 성장이 비경제적으로 바뀌는지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시점부터 성장을 멈추고 '정상 상태 경제'를 운영해야 하지만 그 방법을 모르며, 오로지 '한계 없음'의 이데올로기에 종교처럼 헌신한다. 우리는 성장이 나눔 없이 또한 우주 만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생태적 지위를 제한하지 않고 빈곤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경제적 기득권을 획득한 이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이야기 같지만, 저자는 기존 경제체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40년간 일인당 소비 증가율이 느려지고 성장이 정체하거나 하락하기 시작하면 늘어난 파이 조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긴장을 완화할 수는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기존의 파이를 재분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자들의 몫을 빈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개인들에게 이렇게 또 말한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그러면서 "만족은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면서 신념을 위해 일할 때 느낄 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면 즉시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조언한다. 부에 대한 열망보다 행복이나 만족에 대해 열망하는 개인이 늘어야 경제적 관점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도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다가올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중국의 정치 체계를 높이 평가하는 점이다. 민주주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민주사회에서 인간의 노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지식 부족이 아니라 합의 능력 부족이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결정에 있어서 지금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래서 오히려 중국의 정치체계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정이 빠를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집행능력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 많은 이들의 피로 얻어낸 민주주의 가치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지적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전히 민주주의 가치는 어떤 정치체제 보다도 뛰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류의 의식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민주주의 발전 단계를 해석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보면 1차 산업발전은 생존의 가치에 중점을 둔 인류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2차 산업발전을 거치면서 인류는 자기 표현의 욕구를 표출하기 시작하고, 다양성의 가치와 타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환경에 대한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인류의 의식 변화과정을 보면 개발에서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치변화를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다. 경제라는 가치를 최고로 치던 문화에서 다양한 가치 문화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변화로 바뀌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지금 경제 위기로 사회가 다시 생존의 가치를 우선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더 나은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더 중요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미래가 제기하는 주요 과제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는 '합의'에 있다. 진정한 과제는 사람들, 특히 자본가들이 단기적인 희생을 감수하고 힘든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바램이 지금 당장은 어렵지라도 머지 않아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비관적인 말로 시작했지만, 책의 끝에서 저자는 인류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임박한 재난의 가능성으로 좌절하지 마라. 장기적인 미래의 부정적인 전망이 희망을 죽이게 하지마라. 가능성 작은 일에 희망을 가져라! 가능성 작은 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또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해도 여전히 미래 세계가 있을 것임을 기억하라. 가능한 것보다 덜 아름답고 덜 조화로워도 여전히 미래 세계는 존재한다."라고. 이 책의 제목 처럼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이 조금이나마 우리를 더 나은 미래가 오도록 만들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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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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