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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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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주변 나를 아는 사람 중에 가끔 나를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스스로 자부해서 그런지 몰라도, 나에 대해서 쉽게 단정적으로 말한다.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그 사람의 날카로운 시선에 수긍하겠지만, 대부분은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좁은 시각으로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처음 들을 때는 날카롭게 사람을 보는 듯 하지만, 여기 저기서 본 얕은 지식은 쉽게 바닥을 드러낸다.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혈액형으로 쉽게 사람을 평가하고 단정한다. 가끔 짜증나서 혈액형과 성격의 과학적 근거가 있냐고 따지듯 물으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렇다는 공허한 대답을 자신에 차서 말한다. 그런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을 큰 가치로 여기고 사람을 평가한다. 그 사람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기점화와 조정(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른 모든 면을 평가하고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보고도 첫인상을 바꾸지 않는)'편견에 사로 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심리적 함정은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결코 이성적일 수 만은 없다.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아주 이성적인 동물로 규정하고 말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수 많은 경제학 이론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합리성과 다양성에 대해서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학문의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학문적 흐름은 단선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의 원리를 쉽고 단순하게 만들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복잡한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된다. 복잡계를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을 잘 이용하는 집단 중에 하나가 정치가들이다. 어떤 현상을 흑백논리로 규정해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면 대중들은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함을 이해하기 보다는 정치적 구호나 수사에 쉽게 휩쓸려서 광기에 휩싸인다. 정치꾼들은 이렇게 대중들을 적과 아군으로 나뉘어 아웅 다웅하게 만든다. 물론 정치는 아주 복잡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렇게 단순하게 평가하는 것 또한 성급하다. 하지만, 가끔 광기 싸여서 상대를 헐 뜯는 하급 정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경제와 소비라는 공간에서도 복잡계를 이용하기 보다는 쉽게 현상을 이해하거나 분석하려는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영화를 보면서 실패한 마케팅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영화를 코메디물로 규정해 마케팅 하지만, 실제로 영화는 코메디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영화라는 것이 특정 장르적 요소 하나를 목표로 만들어지지만, 요즘은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영화도 있고, 여러 장르의 스타일을 섞어서 만들어낸 영화도 많다. 그래서 마케팅에 심상치 않게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눈에 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영화에 대한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실패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SF와 코믹 그리고 스릴러적 요소가 잘 어우러진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장르를 표현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내용을 드러내지 않고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쉽지 않다. 특정 스타를 부각해서 마케팅하기에도 힘든 영화였다. 그래서 인지 마케터는 이 영화를 코메디 영화로 마케팅 했다. 다수의 소비자가 생각하는 코메디 영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보니 마케팅만을 보고 영화를 찾았던 사람들은 큰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B급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했어야 할 작품이다. 그럼에도 마케팅의 대상을 단순한 오락물로 즐기는 다수의 대중들을 상대로 마케팅하다 보니 실패한 마케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마케팅 했던 마케터의 실수는 영화의 소비자들을 너무 폭넓게 잡았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요소를 부각하기 보다는 많은 대중들이 주목할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실수는 마케팅의 타겟 층을 잘못 잡은 것이다. 모든 소비자들이 비슷한 소비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마케팅만 보고 온 관객들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영화를 색다른 매력에 빠졌던 관객들은 마케팅이 잘못되어 좋은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매니아를 자청하는 팬들은 자발적으로 영화의 홍보에 나서는 기 현상이 일어났었다. 이 사례는 소비자를 단순히 규정한 마케터의 실패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소비자들의 욕구는 단순히 이거야라고 규정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는 각자 다른 욕구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모든 소비자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제품은 있을 수 없다는 부분이다. 하워드 모스코비츠의 연구 사례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 사례를 통해서 "다양한 욕구를 가진 소비자 집단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서 이 책은 한국들의 소비심리를 파고 들어간다. 책의 앞부분에 외국 학문을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한국인의 다양한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소비심리를 사례를 통해서 들어간다. 그런데 이 책은 뭐랄까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책 앞부분의 상당부분을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면서 본론에 쉽게 들어가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게 만든다. 그리고 한국인의 소비심리를 탐구한다고 하면서도 외국의 사례를 너무나 길게 나열하고 있으며 자신이 연구한 사례를 또 나열하고 있다. 사례를 통해서 접근한 한국인의 소비심리는 그 사례 내부에 머무르는 듯하다. 즉 사례별 소비심리라고 해야할까? 분명 이런 접근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망을 이해하는 접근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이 말하고자하는 내용을 너무 많이 나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내용이 없게 만든다. 이 책은 마케팅과 심리에 대해서 재미있고 신선하긴 했지만, 그 신선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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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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