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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래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개인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 남을 탓하는 하기 보다는 자신을 탓하는 성향이 많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강한 성향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의 나약함을 탓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일자리 문제가 국가나 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무능과 나약함으로 둔갑해 버리기 일수다. 사람들은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너무 강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분명 인간의 자유의지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만들어 냈다. 계급사회를 타파하고, 스스로가 노력하면 그 만큼의 댓가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의 힘이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 되면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떤 행태로 의해서 조작되고, 조정되어진다. 우리가 성취했던 자유와 권리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조금씩 제약되고 있다. 스스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믿음과 사회적 기반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커다란 허상일 수도 있다.
공해처럼 쏟아지는 수 많은 광고와 마케팅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쉽게 무너뜨린다.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지름신을 부추겨서, 우리의 자유의지를 무기력화 시켜서 광고와 마케팅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스스로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 객관성을 잃는다. 그러면서 다양한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우리는 강력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유혹에 약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우리가 꼭 필요할 때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있는 어떤 힘이 우리의 자유의지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자유의지를 조절하는 우리의 생각들. 우리는 그 생각하는 능력에 이성적 사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인 인간은 올바른 사고를 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 생각을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 체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인간의 사고 시스템 체계를 빠르게 생각하기를 유발하는 시스템 1과 느리게 생각하기를 유발하는 시스템 2로 구분한다. 이런 단순한 구분이 우리의 사고체계가 단순하고 우리의 의지로 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가 이성적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시스템 2보다 직관적이고 감정정적인 시스템1이 우리의 사고 체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시스템 2라는 놈은 게으르고, 정신적 노력을 회피하는 성격을 띠기 때문에 시스템 2보다는 시스템 1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 책에 보여지는 다양한 사례들은 시스템1이 우리의 사고에 좌우하는 힘이 우리가 생각하는 힘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시스템 1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는 사례들도 많다. 이 책에 설명하는 사례들 외에도 말콤 글래드웨의 "블링크"라는 책은 시스템1이 보여주는 직관의 논라운 힘을 매력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전문가들도 알아보지 못한 위작들을 어떤 사람이 잠깐의 느낌과 직관으로 그것이 위작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즉 인간의 사고라는 것이 느리게 생각하는 시스템2의 힘보다 어떤 때는 빠르게 사고하는 시스템1의 힘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스템1과 시스템2를 두고 어느 것이 더 월등히 뛰어난 것인지 단순하고 구분할 수는 없어 보인다. 각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시스템의 작동이 필요한 순간에 그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우리의 자유의지는 그런 시스템의 활용을 단순하게 선택할 수 없다. 우리의 자유의지가 이 시스템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의 작업은 머릿속에서 조용히,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기 때문인 것 같다. "돈에 대한 생각이 개인주의를 점화시킨"다거나 사람들에게 "죽음을 상기시킬 경우 권위주의적 생각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은 현상들은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진행되는 현상을 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어떻게 보면 대립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스템2는 시스템1의 감정들을 비판하기보다는 옹호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생각들이 실제로는 시스템2가 만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1이 만들어낸 감정과 사고에 대해서 시스템2가 만들어낸 자기합리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어떤 면에서 가끔은 논리적 모순을 비롯해 허술한 사고를 보이는 경향이 일면 이해가 가게 된다.
우리가 어떤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때론 과소평가해서 사회시스템의 왜곡까지 만들어 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진실 또는 진리라고 믿게 만들어내는 지금의 사고체계는 우리가 갑작스럽게 바꾸고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런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사고 체계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 책들은 우리가 믿는 다양한 신화에 대해서도 과감없는 이야기를 한다. "성공담과 실패담은 리더십 스타일과 경영 관행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과장하기 때문에 별로 유용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CEO나 지도자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맹목적 추종에 대한 잘못된 현실인식을 보여준다.
그 만큼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우리의 자동 생각 시스템이 만들어낸 것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무시하고 만들어진 시스템과 사고체계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생각하는 것과 진짜 현실의 괴리는 때론 심각한 간극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론적 경제학이 만들어낸 시스템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파괴적인 현상들로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인간의 자유의지와 뛰어난 이성이 그런 위기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생각들은 인간의 시스템1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시스템2를 너무 맹신하는 믿음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일반인에 대한 논라운 사실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한 행동에서 놀라운 점들을 발견함으로써 무언가 배울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말한다.이런 믿을 깨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거대한 담론이나 학문적 논쟁이 아니라 스스로 우리의 불안정성을 먼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자기 객관화나 자기 관찰을 통해서 인간의 불안정성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가진 사고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무의식적 결과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의 사고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첫걸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