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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단 하루도 인터넷을 하지 않고 뉴스를 보지 않으면, 세상의 흐름을 놓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세상 이야기와 상관없을 것 같은 커뮤니티나 사이트를 들어가도 그날 쏟아지는 중요한 뉴스와 거기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딴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느껴진다. 세상이 변화도 빠르고 그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정보 또한 넘쳐 나는 세상이다 보니 자칫 한 눈을 팔면 무리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주변에 머룰 때가 많다.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흐름을 뒤쫓기 위해서 매일 뉴스를 보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머리를 싸매고 공부도 해야 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기도 모자란 인생인데, 시대의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스스로 뛰어들어 허우적 댄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거대한 물살 속에서 그저 허우적 대면서 물의 흐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다. 그래서 어떤 것이 유행한다고 싶으면, 너도 나도 그 유행을 따라하기 바쁘다.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보는 것도 시대의 변화나 흐름을 조금이나마 앞서 가려는 나와 너의 또 다른 욕망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시대를 앞서가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자신의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기보다는 인생의 전진과 성취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나 고민은 누구나 하지만, 아무도 지금의 현실에 저항하지 않는다. 뒤쳐지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우리는 마음이 시키는 일보다는 남들이 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삶에서 권태를 느끼고 점점 무기력해 진다. 욕망만 존재할 뿐 삶에 대한 열망과 열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삭막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시도도 순식간에 "경제적 가치"가 붙어 버린다. 한 때 유행했던 "웰빙"은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육체적, 정신적 간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것을 더 줄이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을 사먹고, 등산을 하는 등의 식으로 웰빙을 추구했다. 전부 겉으로 보이는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경제적 가치"가 유입되면서 기존 공산품과 다른 비싸고 더 좋은 상품을 추구하는 형태의 소비문화가 되어 버렸다. 돈 들여서 열심히 운동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어서 육체적 건강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한 축 정신적 건강에 대한 추구는 빈곤 그 자체로 머물렀다. 인생에 대한 심각한 철학의 부재와 맹목적인 트렌드의 추구가 만들어낸 모습이랄까?
등산도 하지 않으면서 너도 나오 값비싼 아웃도어 브랜드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한 아웃 브랜드의 옷을 가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계급이 매겨지는 현실은 얼마나 비참하고 안타까운가. 내 학창시절 불었던 특정 브랜드 열풍을 생각해 보면 이것 또한 그냥 지나가는 현상이겠지만, 별 의미 없는 트렌드와 유행에 휩쓸려 땀을 흘려 번 돈을 기업들의 호주머니 속에 퍼 넣어주면서 자신은 점점 궁핍해지는 사실은 곧 현실이다. 거기에 정신의 빈곤은 더 깊어 질 뿐이다.
흔히 말하는 트렌드는 곧 시장이고 돈이다. 이 책도 시장적 관점, 경제적 관점으로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트렌드를 주도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필요한 책이 된다. 그래서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 책은 돈에 대한 인간에 대한 욕망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일시적 유행에 머무를 수 밖에 없음을 물론 인간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 책은 시대라는 큰 조류에 둥둥 떠내려가다 스쳐 지나가는 단순한 부유물이다. 조류를 거슬러 갈 수 있는 도구도, 가야 할 방향을 잡아줄 나침반이 되지 못한다. 정신의 빈곤을 채워주지 못하고 끝 없는 욕망을 알게 해줄 뿐이다. 이 책에 제시된 트렌드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저 생각들로 나의 감정은 너무나 복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