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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지독한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인데, 한 언론에서 출산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천 만원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병원비를 포함해 다양한 육아용품까지 포함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총 천만원 정도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 88만원 세대라고 불리울 정도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약자인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문제에 돈이 커다른 장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의 부담(사실 대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도 부담이 크다.)을 줄이고자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사회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여전히 젊은 세대들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로서 존재한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치적 움직임과 목소리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지만, 변화하지 않는 현실을 보면 단순한 정치적 구호와 수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산에 드는 비용 천 만원을 살펴보면, 값비싼 육아용품에 혀를 두르게 된다. 조그만 천조가리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유아들의 옷이 어른 옷값과 맞먹는 현실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한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을 가지고 육아용품시장을 보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저출산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데, 왜 그렇게 가격은 비싸야만 하는가. 사실 이 시장에서 보면 수요는 단순히 신생아의 숫자로만 규정할 수 없다. 부모들의 욕망이 수요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귀중한 자기 자식에게 만큼은 아낌없이 쓰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 말이다. 그래서 비싼 육아용품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기업들도 그런 수요에 발맞춰서 비싼 육아욕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그럼 비싼 육아용품이 가지는 가격에 포함된 원가는 얼마나 될까? 기업의 영업비밀에 속하는 것이라 우리들은 쉽게 알 수 없지만, 조그만 천조가리인 유아들의 옷에 그렇게 많은 원가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결국 부모들의 욕망과 기업의 마케팅과 일방적인 가격 결정을 통해서 나타나는 비싼 가격은 거품 그 자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당연히 똑똑한 소비자들은 값 싼 대체물을 소비하거나 불합리한 가격에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비싸다고 말만 할 뿐 그런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 소비자의 주권을 쉽게 행사하지 않는다. 단순히 그런 사회적 구조에 복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런 기업들의 행태를 감시해야 할 공공기관들은 기업의 논리에 충실해 소비자들의 주권을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 거기에 기업의 지능적인 마케팅은 그런 비싸 보이는 가격이 불합리한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만든다. 마케팅은 가격에는 원가 외에 다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흔히 "브랜드"라고 말하는 것으로 가격에는 "브랜드"의 가치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고, 비싼 가격을 당연하게 수용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 또한 소비자들의 욕망일 뿐이다. "브래드"는 제품의 품질이나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그 제품에 가지는 욕망을 그리고 그 제품을 통해서 소비자가 충족하고자 하는 판타지를 담고 있을 뿐이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는 자신의 주관적 관점에서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와 욕망을 충족 시킬 뿐이다. 그런데, 이런 가치는 객관적 수치로 표현될 수 없다. 그래서 효용이라는 관점에 주관적 가치를 대입해, 결국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만족하면 그 효용은 크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경제학까지 변해왔고, 지금은 그런 주관적 가치만 만족 시켜주기만 하면, 그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결국 이성적이고 똑똑한 소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품의 가격에 원가가 10%든 30%든 40%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들어낸 욕망과 판타지 속에서 기업이 만들고 가격을 매기는 제품을 그냥 소비할 뿐이다.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우리가 아는 가격이란 경제학에서 말하는 형태로 결코 형성되지 않는다. 이 책 "가격이 없다"는 기존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가격 매커니즘을 부정하고, 심리학을 경제학에 끌어들인다. 흔히 말하는 행동 경제학적 관점을 통해서 현실의 가격결정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의 초반부에는 심리학 서적에서 흔히 보는 이야기와 실험 이야기를 보여준다. 기초적인 심리학 서적을 읽는 듯하다. 그러다가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격 이야기에 앞서 이 과정을 통해서 행동 경제학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로 앙숙이던 심리학과 경제학이 서서히 하나로 합쳐져 행동 경제학이 탄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그를 바탕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심리학적 요인들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비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교묘히 활용하는 기업의 행태까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비싼 가격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형태의 가격을 향한 소비자들의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만들어낸 "브랜드"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그 "브랜드"를 또 열광적으로 소비하는 비이성적인 소비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과정을 위해서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그런 심리적 기제에 저항하는 것이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