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처음 독서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주로 손에 잡았던 것은 자기 계발서였다. 20대 초반 세상에 대한 식견이나 안목은 없고, 단순히 성공이라는 것을 열망하다 보니 그런 장르의 책부터 읽게 되었다. 그런 책만 읽다 보면 처음에는 책 속의 말에 공감하고 수긍하다 책을 다 읽으면 뭔가 얻었다는 뿌듯함이 웬지 모르게 솟아 오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런 책의 내용과 내 욕망이 상호 작용해 만들어 놓았던 환상은 사라진다.책을 읽는 그 순간에만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생기고 그 기분에 취해서 그런 책을 계속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지나면 공허함이 찾아온다. 자신의 성공경험을 마치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인냥 일반화 해서 떠벌리는 이야기들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를 가지고 이렇게 하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다수의 실패 사례는 무시하고 극소수의 성공사례만 주목하게 만든다. 그렇게 주목해 마치 그 책의 저자나 성공담의 주인공이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말했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사람들은 빌 게이츠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노력만 하면 워렌 버핏은 될 수 있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로 자신도 웨렌 버핏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능력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사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 사람의 성공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우리 나라는 60년대씩 하면 된다라는 근성 때문인지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왜 공부를 못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고 아이들만 나무란다. 아이들의 적성이나 재능이 공부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는데도, 그렇게 공부만 강요하면서 결국 우리는 아이들의 재능과 열정을 짓밟아 버린다.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에 대한 향수에 취해서, 아이들의 재능과 열정을 짓누르는 사회 시스템이나 환경에 대해서도 방관한다.
자기 계발서의 상당수가 그렇다. 하면 된다는 정신을 앞세워서 나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또는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적성이나 개성은 완전히 무시해 버리고 오직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돌진하도록 밀어 붙인다. 그런 책들의 영향으로 성공만을 욕망하는 괴물들이 우리사회에 넘쳐난다.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없고,자신의 이익을 앞세워서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행위를 정당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 생각에 이제는 자기 계발서류는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자기 계발서에서 시작된 독서는 인문학, 사회과학, 경제학 같은 분야의 책들로 폭을 넓혔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철학과 사상의 부제를 그런 책들에서 찾기 위해서 랄까? 사실 경제학 관련 책들에서 철학이나 사상을 찾는다는 것이 우스워 보인다.경제학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돈을 어떻게 버는지 가르쳐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내가 경제학 서적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선 재미있다. 심리학 서적이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명쾌하면서도 재미있게 가르쳐 준다면, 경제학 서적도 사회의 작동원리나 흐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학문이라면 수 많은 경제학자가 부자가 되었을테지만, 실제로 파산하는 경제학자들도 있고 부자가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 처럼 사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그들을 보고 경제학과 돈을 단순히 연결 시킬수는 없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이 자신이 선호하는 것은 계속 선호는 경향이 있다 보니, 경제학 분야의 책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나 내용의 책들을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크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독서를 하는데, 오히려 특정한 틀 안에서 갇혀 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가끔 내 선택이 아니라 책 내용은 살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추천(그냥 이 책 한 번 읽어 봐라는 말)만을 보고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좋았던 적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취향이 달라서 생기는 호기심의 감소로 인해서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강제성을 동원한다. 자신과의 약속은 쉽게 어기지만,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 부과된 강제성은 지키기 때문이다.
서평단이라는 것은 그런 강제성을 통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번 신간 서평단 9기에 지원했었고, 운이 좋아서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귀차니즘과 게으름을 온 몸에 데리고 살다보니 리뷰 마감의 압박은 힘겨웠지만.... 선호하지 않는 책도 있었고, 때론 어려워서 읽는데 한참 걸리는 책도 있었다. 어려운 책들은 이해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리뷰를 써야 되는 막막한 상황을 연출했고, 머리를 쥐어 짜면서 힘들게 허접한 리뷰를 써내게 만들기도 했는데, 좋은 경험의 시간이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내 관점에서는 보지 않았을 다양한 경제 관련 서적들(비록 그 책들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 성에 차지 않았더라도)을 접했다는 점에서 서평단에 지원했던 첫 번째 이유, 내가 만든 틀을 깨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그 중에 "독식비판"이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적인 책이다. 승자독식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경제학의 논리와 인식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상당히 학문적이면서 깊이 있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 읽는데 조금 힘겨운 면도 있었지만, 명쾌한 논리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에 과감한 도전을 던지는 책이다. 명쾌한 논리적 전개는 책을 읽으면서 쉽게 공감이 가지만, 기존 경제학이 만들어 놓은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한번에 무너뜨리기에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내용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평단으로 읽었던 책들 중에 "돈의 본성", "모든 것의 가격", "경제학의 배신"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