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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미국의 파산에 대한 뉴스가 갑자기 쏟아졌다. 부채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은 국가부도사태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그 여파는 전세계의 경제를 뒤흔들만한 충격파가 된다고. 그래서 전 세계의 언론의 미국의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 많은 뉴스를 쏟아낸다. 경제나 국제정세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면 미국의 몰락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여전히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고, 정치와 경제적 영향력은 여전히 다른 나라들이 넘볼 수 없는 국가이기는 하지만, 힘 없는 이들은 서서히 쓰러지는 골리앗에 깔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기적이라고 해야할까? 당연하다고 해야할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악영향이 미칠지에 대해서 먼저 걱정한다. 쓰러지는 사람을 걱정하기 보다는 저 사람이 쓰러지면 나도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그게 경제학인지 모르겠다.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긍정하는 학문. 그래서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적 탐욕을 옹호하고, 그 탐욕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그 탐욕을 채울지 찾기에 바쁘다. 탐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 되는 모습이랄까?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 되면 될수록 점점 깊이 빠지는 늪에서 우리는 계속 허우적 거리면서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한다.
누가 말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후회를 하지 말고 반성을 하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떤 일이 잘못되면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돌이켜 보기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기 보다는 잘못했다는 사실 하나만 후회를 한다. 어떤 잘못을 통해서 건설적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에 머무르고 마는 것이다. 언제나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 잘못해 후회하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배우는 것이 전혀 없다. 후회만 할 뿐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남의 나라 일이지만, 우리는 이번 미국이 직면했던 국가부도 위기를 통해서 무언가 우선 배워야 하지 않을까? 단순하게 미국에서 일어난 여파가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걱정보다도 미국의 잘못을 우리가 반복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지금보다 앞으로를 위해서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죽도록 동경해 그토록 닮아가기 위해서 아득바득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이 책 “미국이 파산하는 날”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 미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단순히 경제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않는 사회 정치적 문제를 아울러 파헤치면서 미국이 아니 서구가 몰락해 가는 원인을 세심하게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경쟁지향적 관점과 신자유주의적 관점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어서 가끔은 거부감이 드는 부분들이 분명 보인다. 미국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지적하면서 미국의 인적자원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저하를 설명하는 부분은 특히 그런 관점이 많이 묻어 난다. 경쟁지향적 교육의 귀환을 바라는 듯한 늬앙스는 교육의 가치 더불어 노동의 의미나 인간존재의 의미를 경제학적 자원으로 해석하는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이 기업을 위한 양질의 노동력 제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부채에 의존하는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대리인 문제, 한 때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잘못 설계된 연금문제 등은 우리 사회와 바로 연결시켜 생각해도 심각하게 인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시장의 단순한 힘이 아니라 정치라는 또 다른 요소가 중요함을 더욱 부각되게 만든다. 시장 만능을 외쳤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시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저자는 자본주의는 하나만 있는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있음을 지적한다. 시장이 법을 어기거나 오용할 때 또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정부가 개입해야 됨을 강조한다. 이것은 우리가 시장에 빼았겼던 사회와 정치의 힘을 되찾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가 건전한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비로써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줄 시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탐욕만을 긍정하는 지금 우리는 언제쯤 정치적 힘을 되찾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