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천국, 쿠바를 가다 - 세계적 교육모범국 쿠바 현지 리포트
요시다 타로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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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원어민 교사가 캐나다인이었다. 학교측의 배려로 학부모들도 원어민과 영어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원어민이 한국의 어린이들이 각자의 교실을 스스로 청소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단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활했던 것을 그들이 보기에는 독특한 교육으로 보였나 보다. 그 이야기를 큰아이에게 했더니 대뜸 이런다. "직접 해보라고 그래!" 내 딴에는 우리 교육 방식이 서구의 개인주의적인 것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건데 완전 빗나갔다. 남이 보기에 교육적이고 획기적인 일도 당사자가 느끼기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날이었다. 오죽하면 5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날까.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성취수준도 높지만 만족감은 낮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꼭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다. 교육은 백년을 바라보고 계획해야 하는데 책임자(장관이 됐든 교육감이 됐든)가 임기 안에 성과를 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졸속으로 진행해서 그렇다는 비판 말이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왜곡하는 열혈 학부모가 있는 한 변하기는 힘들다는 소리도 들린다. 모두 맞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쿠바의 교육을 높이 평가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했다.

 

  쿠바하면 체 게바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핵 위기도 떠오르고, 관타나모 기지며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구책으로 실시한 정책들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도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저자도 지적했듯이 혁명으로 지금의 성과를 이루어냈다고는 해도 어쨌든 독재를 했고 지금은 정권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상식적으로 보기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나라라는 점에서 과연 벤치마킹할 것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든 사회주의든 그 안에 있는 '교육'을 따로 떼어내 보자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찌보면 지금 우리가 가장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지나친 경쟁과 모든 것을 돈으로 가치를 매기려고 하는 모습을 슬기롭게 헤쳐나갔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연대니 조합이니 하며 서로 모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던데 쿠바의 경우는 그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사실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쿠바처럼 급여가 그대로 나오고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시켜준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 얼마나 환상적인 정책인가 말이다. 그러나 어떤 논문에서 지적했다고 하듯이 아주 일부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밖에서 보기엔 이상적인 정책으로 보여도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헛점이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큰아이가 화내며 이야기했듯이. 오바마가 한국의 교육정책을 여러 번 언급하했던 사실도 그렇고. 원래 사람이란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교육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다른 나라의 정책에 대해 환상을 갖진 말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큰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비록 책을 읽진 않았지만-쿠바로 유학가고 싶단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쿠바는 못 사는 나라가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길래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더니 한 말이다. 우리는 어느새 의료나 문화, 복지와 같은 수준을 외부에 보여지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 또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아닐런지. 실은 나도 쿠바가 의료천국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교육수준까지 높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경한 지명과 연결되지 않는 이름들, 그리고 예를 든 것들이 일목요연하지 않은데다 숫자가 너무 많이 나열되어 집중하기 어려웠다. 인터뷰를 정리해서 시스템을 설명하는데 이용했더라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 그냥 장황한 설명이 계속되어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야심차게 읽기 시작했다가 끝까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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