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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신간평가단으로 그간 6권의 소설을 읽었고, 그에 대한 6개의 리뷰를 썼으며, 아직 읽지 않은 2권의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그리고 이제 2번, 그러니까 최대 10권의 선택 기회가 남아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렇게 반환점을 돌았다고 느껴질 때가 아마도 중간점검을 한 번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새롭게 소설 신간평가단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세운 시답잖은 원칙이랄까, 희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면 그 희망은 그렇게 충족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평가단으로서는) 한 권도 읽지 못했고(이번에 구병모 작가의 책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SF소설도 아직 한 권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이 전부 별로였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어떤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 위주로 선정을 하겠다,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렇지만...  

 

이번 달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 별로 없다. 3월에 나온 소설들은 이 책도 좋아보이고, 저 책도 좋아보여서 책들을 골라내는 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 달에 나온 소설들은 5권을 채우기도 쉽지가 않다. 정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고 투표장에 들어섰지만, 투표 용지에서 물릴대로 물려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이름들만 보았을 때의 맥풀림이랄까(그래도 정동영과 안상수는 좀 너무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도 환멸을 느끼고 투표장을 벗어나기보다는 어떻게든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최선을 고를 수가 없으면, 최악이라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빨간색으로 도배된 개표방송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장의 정국에 대한 답답함이라기보다는 어떤 환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타인들의 환멸을 이야기할 것 없이, 내 안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잡은 내밀한 환멸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을 이겨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든다.

      

물론 신간평가단 책을 골라내는 것은 선거와는 다르고, 예상이 들어맞지 않는 즐거운 배반도 많다(그렇다고 해도 이 신간평가단 책이 선정되는 작은 과정만 해도 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그러니 어떻게든 골라보는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희망에 가까운 다섯 권을. 소설 읽기는 내밀한 환멸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집시와 르네상스, 안토니오 타부키, 문학동네

    

항상 유럽사회의 주변인들, 타자들로 여겨지는 집시들의 삶을 묘파하는 안토니오 타부키의 르포 형식의 글이다. 작가로서의 세심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은 소설이 아닌 이러한 글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 낭만적인 도시로서만 인식되는 피렌체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1990년대 후반에 쓰여졌지만, 지중해에서 일어난 최근의 난민선 전복 사고에서 보듯이 난민 문제는 여전히 유럽 사회의 화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심상대 외, 예옥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15명의 작가들이 쓴 공동소설집이다. ‘추모’라는 조금은 이른 단어가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 작가가 이 사건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것일 터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에이콘출판

 

어니스트 클라인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한다는 소개문구만 믿고 골라본다. 장황한 책 소개와 가득한 여러 추천문구가 살짝 미심쩍게 만들기는 하지만...

 

  

용감한 친구들,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장미셸 게나시아, 문학동네

 

잘 모르지만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소설들. 잘 모를 때는 다른 누군가의 추천을 꼼꼼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처음 세운 원칙도 다른 분들의 추천에 빚을 지자는 것이었으니 안될 것은 없겠지. 3권만 고르려다가 이렇게 5권을 채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어떻게든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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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5-04-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 결과 좀 무서워요-_- 별 기대도 안 돼서 일찍 자긴 했는데 역시나였을 때 기분이.. 열다섯 살 때부터 스물 다섯살 때까지만 (내가 뽑지도 못한) 인생에서 최고로 좋았던 대통령의 국가에서 산 게 전부가 될까봐 두려움과 환멸을 많이 느끼죠. 이건 저는 좀 오래됐어요. 공주님이 대통령이 될 때 그래서 많이 무서웠어요. 두려움을 밖으로 꺼낼 수도 없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을 만큼.

우와, 타부키다, 피렌체다, 집시다, 우와...

맥거핀 2015-05-03 16: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결과를 예상못한 바가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를 수치로 보니 기분이 뭐랄까 참담하더군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다니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일반적인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고 흔히 얘기하는 국개론도 이의 답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조금더 굳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근데 저는 타부키 잘 몰라요.

희선 2015-05-01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반이 지났군요 멀리에서 보는 사람은 새로 시작하고 끝나는구나 합니다 바라는 책을 고르려고 할 때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니... 이게 있을 때는 많고, 없을 때는 없기도 하더군요 이건 책만 그런 게 아니기도 하죠 마음에 드는 게 많을 때가 더 좋을지, 적어서 뒤돌아서는 게 좋을지... 둘 다 그렇게 좋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적당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이 자주 없죠

자신이 고른 책이 되면 기쁠 듯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 고르기, 안 된다 해도 하는 게 더 좋을까요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생각해야겠죠 이건 나 하나가 잘한다고 세상이 좋아지겠어, 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럴 때는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하죠 좀 엉뚱한 말을 했네요

맥거핀 님이 고른 데서 하나라도 되면 좋겠네요


희선

맥거핀 2015-05-03 21:19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제가 고른 책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일단 신간평가단 같은 경우에는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저의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영 이상했던 경우도 많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때도 많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책이 좋아보인다,라고 해서 고르는 게 우스운 거잖아요. 책소개들은 대체로 출판사들에서 홍보 목적으로 쓰는 거라서 다 엄청 좋은 것처럼 소개하기는 하죠.

그런데..선거는 다르죠. 나 하나가 고르는 것이 무슨 영향을 미치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되는 것이 선거이죠. 선거라는 것이 그런 작은 나 하나들의 뜻을 반영하는 의미로 처음 탄생된 것이기도 하구요. 선거에서 나는 관심없어,라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히는 것이 바로 이 구조이기도 하겠죠. 그러니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오 2015-05-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될봐에는 앞으로 장난이라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닙다라고 말하고 마음 편하게 먹으면 될까요? ㅠㅜ

맥거핀 2015-05-03 21:21   좋아요 0 | URL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절망하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근데 저도 잘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