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 서평단 활동도 이제 점점 끄트머리로 다가가는 것 같다.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제 이번을 포함하여 단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서평단의 경우에는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정치-사회 쪽의 책들이 조금 많다. 그래도 명색이 '인문/사회/과학/예술 서평단'인데 늘 소외받는 분야의 책들이 아쉽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알라딘 측에서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예술 분야의 분리에 대한 고려를 다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마도 과학이나 예술 분야의 책들은 선정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과학/예술을 묶는 것이 조금은 의아해 보일 수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SF작가이자 과학자였던 아서 클라크의 말.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말도 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이다. 신비는 예술과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모태이다." 결국 극도의 과학과 극도의 예술은 인간에게 동일하게 신비의 세계를 열어준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과학과 예술 분야의 책을 추천을 하겠다는 말이다.

 

 

 

신경 과학의 철학 / 맥스웰 R. 베넷 외 / 사이언스북스

 

이름부터가 왠지 과학적인 맥스웰 교수와 해커 교수가 지은 이 <신경 과학의 철학>이라는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리 만만치는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책 소개에 따르자면 "인간의 심적 속성이 뇌의 부분이 아닌 인간 전체의 속성"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 오묘한 질문을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을까? 마음이라는 것, 혹은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조금 더 괜찮은 질문을 하면 좋겠지만, 최근에 읽은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때문에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난다. 그 소설에는 교통사고에 따른 수술 후 살인을 하지 않게 된, 그러니까 무엇인가가 달라져 버린 살인마가 나온다. 그런 것이 가능할까? 즉 살인충동이라는 악이 우리 신체 어딘가, 혹은 뇌의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여 그를 선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에 읽은 프로이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오이디푸스는 우리 뇌 어딘가에서 진짜 테베로 돌아오는 중일까?

 

  

물리학자의 철학적 세계관 / 에르빈 슈뢰딩거 / 필로소픽

 

만만치 않기로는 이 책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듯 하다. 양자역학의 사고실험 중의 하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이 물리학자는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이 책에서 서구 과학의 유물론적 사고를 비판하고, 인도 철학인 베탄다 철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의식, 자아, 실재, 윤리 등의 문제를 고찰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의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와 이 책의 관점을 연결하려는 해석을 시도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연결을 지양하며 할 수 있는 말만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역시 과학자다운 태도가 아닐까.

 

 

  

할리우드 사이언스 / 김명진 / 사이언스북스

 

만만치 않아보이는 책을 두 권 골랐으니 만만해 보이는 책으로 균형을 맞춰야겠다. 위의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은 즉각적으로 영화를 떠올리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때로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영화는 거의 일종의 마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을 저렴하게 우주로 모셨던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가 그 대표적인 예일텐데, 현대 과학기술은 영화의 많은 부분의 자양분이 되어 자연스럽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했으며, 또한 도리어 반대로 영화적 상상력이 미래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렇게 고도의 과학은 예술이 되고, 또한 고도의 예술은 다시 과학에 빚을 갚는다.

 

 

 

 

 



 

 

 

 

 

 


 

명작순례 / 유홍준 / 눌와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 / 김봉렬(글), 관조스님(사진) / 컬처그라퍼

그래서 마지막 두 권은 고도의 예술품이자, 어떻게 보면 당대의 과학기술이 집약되었다고 볼 수 있는 옛 미술품들, 그리고 전통건축에 대한 책으로 꼽아봤다. 물론 예술이란 기본적으로 예술가의 상상력을 통해 탄생하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당대의 명작들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우리의 눈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은 당대의 최고의 과학기술에 빚진 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전해진 과거의 상상력은 다시 현재의 과학, 현재의 기술에 영향을 미친다...
 
는 끼워맞추기고, 솔직히 말해서 한 해의 마무리를 좋은 것들을 보며 차분하게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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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5 0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3-12-0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인문/사회 분야에 예술/대중문화를 넣으면서 너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하더라구요.. 이렇게 합쳐지면서 예술분야는 그다지 선택이 안되고 있기도 하고.. 과학 분야라고 별반 다른 상황도 아니구...

맥거핀 2013-12-05 19: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분리해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러겠죠..근데. 다음번에 혹시 서평단을 하게 되면 과학책 좋아하는 분들 모아서 사전작당이라도 해야...라고 해봤자 어차피 담당자님 마음..^^

근데 진짜 범위가 넓기는 좀 넓어요. 걸면 걸리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마립간 2013-12-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기 서평단부터 수학/과학의 분야의 독립을 담당자님에게 줄기차게 부탁하는데, 그리고 알라딘에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는데,

수학/과학 책은 서평단 효과가 적은 지 출판사에서 도서 제공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맥거핀 2013-12-05 19:29   좋아요 0 | URL
아..마립간님이 선구자셨구나. 또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뭐 아무튼 안된다면 할 수 없는거죠. 서평단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라딘과 출판사 측의 나름의 필요라는 부분도 고려안할 수 없는 거니까요. 아무 효과도 없는데 유지하라,고 할 수 만은 없는 거겠죠. 조금 더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리뷰를 써서 판매신장 효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능력은 많이 모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