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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올까, 생각했는데 아무튼 마지막이 왔다. (그러나 사실 실질적으로 아직도 써야하는 리뷰들이 5편이 남았으므로, 실질적인 마지막은 조금 후에 보게 될 것 같다.) 내가 하는 상당수의 일들이 그렇듯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마지막은 역시 '의욕적'이란 게 그런 뜻이었나,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리뷰들은 거의 제 때 올리지 못했고, 매번 대장님에게 민망한 메일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고도 심지어는 그 메일의 기한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이 글도 보시게 될 대장님에게 송구할 뿐이다. <코뮤니스트> 리뷰는 빠르면 오늘 중, 늦어도 내일 중으로는 꼭 올릴께요.-_-) 내가 앞으로 서평단을 하려는 생각을 접는다면 그것의 8할은 이 민망함 때문이다. (나머지 2할은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을 견디게 해준 박하사탕 값?) 예전에 알라딘 측에 직접 양해를 구할 때에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같이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말하자니...(아마도 알라딘에서 노린 것이 이것인듯.)

 

아무튼 하나 확실한 것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좋아보이는 책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사실이고, 이게 착각인지 아니면 9월에 유달리 내 입맛에 맞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분명 다음 서평단의 책들을 보면서 울분을 토하겠지.) 그러니까 뭐든지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들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법이다.

 

 

 

약탈적 금융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 제윤경, 이헌욱 / 부키

 

로버트 서비스의 <코뮤니스트>는 공산주의 사회가 그 인민들을 폭력과 억압, 감시와 상호고발로 지배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그 국민들을 어떻게 지배할까. 그 지배전략 중의 하나는 그들을 빚지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직접적인 폭력 혹은 효과적인 수사 따위는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뼈가 부서져라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자들은 2등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빚을 지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고? 이 책은 왜 빚을 지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지, 이 사회의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알게 해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21>에서 제윤경 씨의 칼럼들을 재미있게, 그러나 등줄기의 서늘함을 때로 느끼며 읽었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 -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 이상우 / 자음과모음

 

여전히 (컴퓨터) 게임은 (특히 모든 부모들에게) 악의 근원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시기에 다시 중세와 같은 거대한 암흑이 도래하고, 인간의 7대악을 초래하는 수많은 물건들이 화형당한다면 아마도 (야동이 가득찬 하드들과 함께) 수많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기꺼이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게임 애니팡이나 앵그리버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번도 게임을 안해본 자, 여기에 성냥불을 당기거라,라고 하면 쉽게 성냥개비를 집어들 만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야동도 마찬가지.) 그러니 우리는 싫든 좋든 그 이후에도 여전히 '게임과의 전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고, 그 게임들을 정벌할 십자군 기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거나, 기꺼이 수많은 정령들과 수도사와 마법사들과 함께 그 십자군에 맞설 사람들(그대가 레벨1일지라도 말이다) 모두 한번쯤 읽어볼 책이 아닐까 싶다. 

 

 

  

얽힘의 시대 - 대화로 재구성한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 / 루이자 길더 / 부키

양자 불가사의 - 물리학과 의식의 만남 / 브루스 로젠블룸 외 / 지양사

 

이번 달은 흥미롭게도 양자역학에 다룬 두 권의 책이 눈에 띈다. 한 권은 양자역학 중에서도 특히 양자 얽힘 현상에 대해, 대화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양자이론의 주요 내용들에 대한 교양강좌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튼 '쉽게 썼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책들의 쉽게 썼다는 말에는 함정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 뒤편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고 명쾌한 수식으로 풀어냈다'고 문구가 쓰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자. "하지만 물질의 특성에 대한 응력 성분의 의존성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불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이 불변성 조건을 바탕으로 압축성 점액에 관한 방정식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와 같은 문장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축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그 '대중'이 그 '대중'이 아니란 얘기다.) 그게 걱정되어 서점에서 두 책에 대해 꼼꼼이 살펴보았는데, 앞의 한 챕터 정도까지는 적어도 욱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도리어 꽤 재미가 있었다.

 

 

죽음 / 임철규 / 한길사

 

마지막 추천의 마지막 책에 어떤 책을 넣을까 고민했다. 유홍준, 김윤식, 강준만, 진중권, 강상중 등 쟁쟁한 필자들의 책들이 나온 9월이다. 그런데 이 문구를 보고서는 이 책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 한 노학자의 평생에 걸친 '죽음'에 대한 성찰. 저자 임철규는 그리스 로마 문학 등의 문학 연구와 비평에 평생을 천착해 온 학자로,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들의 피할 수 없는 형벌인 죽음을 맞닥뜨리고자 한다. 이 책은 문학, 신학, 정신분석학, 철학 등에 나타난 여러 다양한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살자'는 당위의 문제가 아닌 '죽음' 그 자체를 들여다보고자 하는데(물론 이들 문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은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고찰을 통해서 우리가 죽음 전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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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담아둡니다^^

맥거핀 2012-10-05 23:19   좋아요 0 | URL
서점에서 봤는데, 책 자체가 뭔가 묵직한 느낌이 있어요.

2012-10-05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에세이 분야인 저도 근근히 했고, 막달이라 안도하고 있는데, 인문사회분야인 맥거핀님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분명 저도 다음달에 울분을 토하고 있겠지요.

저는 성냥불을 댕길 수 있는 사람인데.. 하드에 야동도 없고, 국민 게임조차도 손끝 하나 안 대본~~.ㅋㅋ 제가 안 좋아하는 두 가지는 게임, 윈도우 쇼핑입니다. 왜냐면, 둘 다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어서.. 전 가상 세계에 혹하지 않는 종류의 인간~.

그나저나 전 이미 약탈적 금융사회의 명백한 2등민이라, 약간의 소개글만 읽어도 등골이 서늘하네요. 읽고 나면 섬뜩하겠죠~

맥거핀 2012-10-05 23:24   좋아요 0 | URL
근데 정말 이상해요. 할 때는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툴툴대는데, 막상 끝날 때가 되면 그 '툴툴대기'자체가 너무 그리워져요. 아..그래도 저거라도 할 수 있는 때가 좋았어 그러고 있지요.

아..진짜요? 그건 믿기어려운데요. 어렸을 때 오락실 너구리는 해보시지 않았을까..(그것도 컴퓨터 게임입니다요. 야동은 믿습니다만.) 저는 하루에 컴퓨터를 끼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긴 인간이라서요. 좀 줄이기는 해야하는데. 근데 저도 인터넷쇼핑은 잘 안해요. 돈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한 적어도 우리모두는 빚진 사람이죠. 제윤경 씨는 늘 모든 신용카드를 어서빨리 잘라버려라..하고 주장하지만.

2012-10-06 08:57   좋아요 0 | URL
ㅋ 죄송~ 성냥불 못 댕기겠군요. 현재만 생각했어요. (국민게임에 손끝 하나 안 댔다는 건, 위에 언급된 두 개에 대한 이야기..^^)
-과거엔 1943,1942에 동전 많이 바쳤었네요. PC로 헥사 하느라 눈알 빠진 적도 있고, 테트리스야 뭐 당연히.. 지금은 아무도 안하는 폭탄게임도 PC로 무진장 했었구만요.ㅋ (근데 아무튼 쓰고 보니 정말 조잡한 게임만 했었구나, 싶네요.)
근데 언제부턴가 모든 게임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지용...

맥거핀 2012-10-08 12:01   좋아요 0 | URL
오..1942. 그거 재미있죠. 가끔 폭탄을 날릴때의 쾌감! 저는 어렸을 때 스포츠게임에 좀 미쳐있었죠. 신야구, 세이부축구, 버추어스트라이커..요즘에도 술마시고 어쩌다 오락실에 가는 때가 있어요. 술깨는 데는 그런 게임들이 가끔 도움을 주죠. 헥사..오랜만에 듣는 추억의 이름이네요. 요즘에도 헥사게임이 있나..(애니팡의 선조격?) 찾아봐야지.

가연 2012-10-0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파트장이라서.. 아무래도 우수리뷰 선정도 있고 그러다보니 공정성(?)을 위해서 일부러 평가단하시는 분들 글에는 잘 댓글을 달지 않는데, 혹은 모든 분들께(너무 바빠서 달지 못할 때도 있지만) 다 달거나.. ㅋㅋ 첫 문단을 읽으니 안달수가 없네요. 저는 리뷰 안올리신 분들 서재에 재촉 댓글 쓸 때가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더라구요.. 내가 이렇게 재촉 댓글 달아도 되나, 이런 기분도 마구 들고.. 물론 이 댓글은 재촉 댓글이 아니랍니다, ㅋㅋ

맥거핀 2012-10-05 23: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방금 리뷰를 올리고 이 댓글을 봤다는 사실이네요. (너그러이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말이죠. 파트장 본인도 좀 늦고 그러면 별로 민망하지 않는데(원래 회사에서도 같이 지각하는 상사가 뭐라하면 별 신경 안쓰잖아요), 워낙 항상 빨리 하셔서..아무튼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리뷰 빨리 쓰는 비결 좀..

아무튼 이제 거의 마지막이네요. 그간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