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여름은 많은 것의 계절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독서의 계절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그렇건 아니건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있고, 내 책상은 읽지도 않은 책들과 반쯤 읽은 책들과 읽어야 할 책들과 각종 주간지가 누적 각축을 벌이고 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월초가 돌아왔으며, 나는 새로운 책들을 추천해야만 한다. 6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추천도서들.
학살, 그 이후 - 1968년 베트남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인류학 / 권헌익 / 아카이브
이 책은 1968년 베트남전 당시 하미와 미라이에서 외국군에 의해 이루어졌던 민간인 학살과 그 이후의 일들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살펴본 기록이다.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권헌익은 이 책의 집필 동기를 '동일한 지정학적 양극화에 사로잡힌 다른 사회의 파괴와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경제적 번영을 이룬 냉전 사회에서 자라난 나의 유년 시절을 둘러싸고 도덕적 궁지에 몰린 개인적인 경험이 일정하게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도덕적 궁지'에 어떤 우리도 그다지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넘버 미스터리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지난 번 서평단 활동에서 이 저자의 <대칭>이라는 책을 보며, 어려운 이야기를 참 쉽게 풀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이번에는 일상의 사소한 여러 일들에 내재된 수학을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결국에는 클레이 수학 연구소가 제시한 수학의 21세기 미해결 7대 문제에까지 우리를 이끈다.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 월터 르윈 / 김영사
우리 대장님 추천도서를 밀어드리는 차원에서 그 중 한 권 골라서 선정....은 반농담이고, 이번 달에 물리학을 쉽게 풀어쓴 책들이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 <보이지 않는 세계> 등 여럿 출간되었는데 그 중 나아보여서 선정. (<진화심리학>을 밀어드릴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 책은 서평단 용으로 후다닥 읽기는 아닌 것 같아서 이 책을 밀어드린다.)
전쟁과 인민 -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과 인민의 탄생 / 한성훈 / 돌베개
요즘 '종북주의 까기'가 대세인데, 막상 그 중심에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리는 흐릿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이해는 '통일전망대'식의 체제선전을 뒤집어보는 내용들과 보수신문들의 선정적, 호전적 보도에 기반한 것들이 뒤섞여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이 (권력과 군사력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북한사회의 형성과 그 안의 인민들의 생각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영화 이론 - 영화는 육체와 어떠한 관계인가? / 토마스 엘새서, 말테 하게너 / 커뮤니케이션북스
많은 영화이론서들이 단지 이론의 역사를 개괄하는 것으로 머물고 있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인간의 감각과 영화이론을 연결지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책의 목차는 눈으로서의 영화, 피부와 접촉으로서의 영화, 귀로서의 영화, 뇌로서의 영화 등으로 이어진다.) 무릇 영화란 눈으로 보고 귀로서 듣는 것만이 아니라 오감으로 지각하고 육체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덧.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닐지 몰라도, 많은 것의 계절이기도 한데, 그 중의 하나는 락페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락페의 이야기를 하는 건, 올해 펜타포트의 헤드라이너가 매닉스라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 아, 나도 '당신이 이를 참는다면, 당신의 아이들이 다음 제물들이 될 거야'라고 떼창하고 싶다.
Manic Street Preachers - If you tolerate this your children will be next
(Glastonbury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