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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 둘만 모여도 의견이 갈리는 현대사 쟁점
박태균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평점 :
우리가 말을 할 때 흔하게 쓰는 표현 중에서 '십중팔구'라는 말이 있다.. 거의 대부분.. 어떤 일에 대한 결과의 확률을 나타낼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따라서 그 결과의 확률을 예측할 때 그 현상의 이루어짐이'십중팔구'라는 말을 쓰게 된다면 그 일의 결론은 바로 그 현상으로 귀결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가?' 라는 설문을 조사했을 때, 과연 그 위대함의 수치는 얼마나 될까? 국민들이 생각하는 위대함의 비율이 정말로 '십중팔구'쯤 될까? 물론,, 위대함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인 개념이니 그것을 수치적으로 나타낼 수도 없고 계량화할 수도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질문은 여론 조사 같은 따위로 사람들의 생각을 숫자화하는 것이 어쩜 현명한 일일 수도 있으리라..
그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성에 대한 여론 조사를 가상으로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생각은 당연히 나의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에 의해 그 결과를 도출해 보겠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발표하자면 <위대하다 : 그렇지 않다>의 비율이 55 :45 ? 아님 48 : 52 ?... 하하~ 숫자를 정확히 제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도 어느 쪽이든 '십중팔구'에 해당되는 수치의 결과는 안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아쉽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위대한 사람이 아닌 걸로 결론 짓겠다.. 왜냐하면 위대함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십중팔구'는 안 될 것이 확실하게 보이니까.. 누군가 그걸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건 내가 대한민국에서 나름 인생을 살아 온 그 마일리지로 그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고, 또한 그 생각이 그리 틀리진 않을 거로 자신하는 인생의 경험을 그 이유로 밝히고 싶다..
이제,, 진도를 조금 빨리 나가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와 같은 방법과 나의 마인드로 조사와 결론을 내려본다면 과연 그 분은 위대한 분일까? 솔직히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연 어떨까? 그분은 위대한 분으로 우리 국민들이 '십중팔구' 생각하고 있을까? 아쉽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위대한 분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 동상으로 서 계신 이순신 장군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내 생각엔 이순신 장군이라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어서'십중팔구' 위대한 분으로 생각 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앞서서도 말했지만 국민들의 '십중팔구'가 이순신 장군을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내 나름의 느낌 때문이다.. 그럼 세종대왕은, 백범 김구 선생님은 어떨까? 내 생각엔 두 분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확실히 위대한 분으로 각인돼 있을 걸로 감히 예상해 본다..
그런데,, '십중팔구'의 수치를 필요로 하는 그 위대함이 지금 내가 하려는 얘기와 무슨 상관이고 또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말이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그 이유를 밝히자면,, 나는 그 위대함의 속성을 얘기하고픈 것이다.. 위대함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위대함은, 특히 위대한 인물은 결코 백성이나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대한 사람들은 언제나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이순신 장군을 두고서 우리 국민들 중에서 서로 간의 이견으로 설전이 벌어진 걸 본적이 있던가? 세종대왕이나 백범 김구 선생님을 떠올리며 사람들이 이건 진실이고 저건 진실이 아니라며 싸움질을 해 대는 걸 본 적이 있었던가? 위대한 사람들은 이토록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다면,, 다시 말해서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들을 떠올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설전과 함께 이념의 전쟁으로까지 치닫게 되는 걸 수도 없이 많이 봐 오지 않았던가? 결국,, 앞서 밝힌 세 분의 전직 대통령들은 살아 계실 당시의 공과를 떠나 최소한 2015년 현재 만큼은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언짢게 만드는 분들이며, 이 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위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청소년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대한 생각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여론 조사해 보겠다.. 우선 국정화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찬반 조사를 하기 전에 먼저 2015년 현재 청소년들의 역사 교과서를 우리나라 성인들에게 보여준 뒤 지금의 교과서가 균형 잡힌 시각 속에서 집필된 교과서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해 본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나는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데,, 그 조사의 결과는 균형 잡혀 있는지 아닌지 그 어느 쪽도 '십중팔구'의 수치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다면 2015년 현재 청소년들이 보고 배우는 역사 교과서는 결코 위대한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위대하지 않은 역사 교과서는 배우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을 불쾌하거나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상 어느 나라든지 미래의 주인이 될 사람들이 보고 배우는 역사 교과서의 질이 위대하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될까? 역사는 그 나라 사람들의 뿌리임에 분명할진대,, 그 중요한 역사 교과서의 수준이 위대한 최고의 양질이 아니라면 그 나라의 미래는 뻔한 게 아닐까? 제대로 된 최고의 역사 교과서도 접해 보지 못한 친구들이 성장해서 이끌어 나가는 나라는 한마디로 사상누각,, 바로 그 자체라면 나의 과장과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일까?
역사를 논하면서 진실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역사에 과연 진실이란 존재할까?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으면 그 역사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고, 어느 부분까지 모르면 진실을 모르는 건지 누가 좀 속 시원히 알려 줬으면 좋겠다.. 어제 저녁 청와대에서 일어났던 평범한 일상들도 잘 모르면서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몇 백년, 몇 천년 전의 일을 논하고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고 싸운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지.. 만약,, 청와대 집무실에 계신 박근혜 대통령이 그 넓은(?) 청와대 전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까지 모르시는 건 당연한 일일진대, 게다가 어떤 형편 없는 청와대 근무자 몇 명이 나름 중요한 일들을 처리함에 있어 실수가 발생했고, 그것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 해 자기들끼리만 쉬쉬하며 대통령 모르게 일을 감쪽같이 수습했다는 가정을 해 보자.. 그래서 나름 중요한 역사가 영구히 묻히고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날 한 역사 학자가 자신은 한국의 현대사 중에서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의 모든 역사는 죄다 알고 있다고, 박근혜 정부 시절의 비사(秘史) 만큼은 확실히 안다고 큰 소리 친다면,, 이거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까? 도대체 진실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알면 진실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흔히들 정치는 타협이라고 말한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정치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경험하는 많은 문제들 중에서 때때로 타협해야 할 것들은 이성적으로 타협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살이에 현명한 자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타협해야 할 것이 생겼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 현대사의 집필은 타협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역사 만큼은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눈을 부라리며 떠들어 대지만, 난 최소한도 한국의 현대사 만큼은 타협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너도 진실, 나도 진실 서로가 자기들의 생각만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십중팔구'의 범위에 결코 들지 못하는 팽팽한 주장들은 당연히 위대한 주장이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역사 교과서 문제가 내팽겨쳐 버려도 괜찮은 가벼운 사안도 아니며, 무엇보다 국민들의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관을 심어 줘야 하는 나라의 책임자들이라면 가장 이상적인 방법,, 즉 타협을 통해서 최상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내게 있어서 관심 밖이다.. 내가 바라는 건 새로운 법을 만들어,, 그러니까 지금의 '국사 편찬 위원회'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가진, 헌법 기관에 상응할 정도의 권한을 가진 위원회를 만들고, 아울러 편찬 위원들의 배분도 우파 좌파 중도파의 세 개파로 아예 명시를 해 놓은 뒤, 편찬 위원들이 모두 의논하고 합의하여 역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가장 타당한 역사 서술의 모습일 듯하다.. 일단 한 번 정해진 역사는 법에 의해 함부로 바꿀 수 없고, 뭔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거나 고쳐야 할 일이 생기면 위원회를 통해 합의를 해서 고치면 된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 단 한 권만 존재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고보니 나도 모르게 결론적으론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찬성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역사를 조작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따라서 역사를 왜곡하는 일 역시 없다.. 그저 우리는 한 권의 제대로 된, 국민의 '십중팔구'가 인정하는 위대한 역사 교과서를 갖고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이 세상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 처럼 역사 교과서로 정쟁을 하고 국민의 생각이 갈리고 촛불 까지 켜고 한단 말인가? 쓸데 없는 시간 낭비이고 정력 낭비이며 그것은 결국 우리나라의 모든 면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일로 귀결될 것이다.. 자랑스럽지는 못해도 국민 누구나가 인정하고 존중하는 한 권의 역사책을 밑거름으로, 보다 건설적인 일에 우리 모두의 힘을 하나로 응축시킨다면 그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