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Crimson
Peak, 2015
감독 -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 톰 히들스톤, 제시카 차스테인, 미아 와시코브스카, 찰리 헌냄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작가가 되길 꿈꾸는, 가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이디스’. 어느 날 영국에서 건너 온 준 귀족 ‘토마스’와
그의 누이 ‘루실’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기계에 대한 투자를 받기 위해 온 것이다. 소문만 들었을 때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그를 만나면서 이디스는 마음을 빼앗긴다. 아버지 ‘카터’는 어쩐지 안 좋은 느낌에 토마스의 뒷조사를 하고, 그것을 빌미로 딸에게서
떨어지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하자, 이디스는 토마스와 결혼하고 영국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들을
만나게 되는데…….
처음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을 보았을 때, ‘어머, 이건 봐야 해!’라고 잔뜩 기대를 했었다. 게다가 귀신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이라니,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예고편을 보니 전체적인 색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렇게 기대를 했던 내가 참 안쓰러웠다.
전반적인 색감이나 의상도 멋졌고,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귀신의 모습도 ‘오-’하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괜찮았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게 다였다.
가끔 너무도 전형적이고 진부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진행시키는 작품들이 있다. A에서 B로 이어질 게 당연하지만, 어떻게 그 과정을
그려낼 지 기대가 되는 작품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읽거나 영화를 보게 되면, 마지막에 가서는 만족감이 든다. 충전이 100% 다 되었다는 그런
느낌? 예전에 이 감독의 ‘미믹 Mimic, 1997’이나 ‘헬 보이 Hellboy, 2004’ 그리고 ‘블레이드 2 Blade 2, 2002’
를 보았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중간부분에서 ‘재미없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모든 것이 너무 뻔했다.
극의 진행 방식은 돌아가는 것 없이, 너무도 정석대로 흘러갔다. 그 때문에 손을 꼭 쥐면서 두근거리거나, 눈을 빛내면서 긴장할 여지가 없었다.
차라리 예전에 KBS에서 방영해주던 ‘사랑과 전쟁’이 더 드라마틱하고 긴장감이 넘칠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배경과 색감이 뛰어난 영상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