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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독살사건 1 (양장 특별판) - 문종에서 소현세자까지 ㅣ 조선 왕 독살사건 (양장특별판)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기존의 역사 해석에 의문을 던지며 새롭게 역사를 바라보는
이덕일 작가의 대표작 [조선 왕 독살사건]이
출간 13주년, 110쇄, 30만 부 돌파를 기념해 특별 양장본으로 재출간됐습니다.
우리가 늘 보아오던 조선의 역사를 담은 역사서가 아니라
조선 국왕의 독살이란 코드로 조선사를 바라보면
어떤 조선을 볼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역사서죠.
[조선 왕 독살사건]이 파헤치는 정치구조는 사실 단순하다.
조선 전기에는 계유정난으로 거대한 공신집단이 형성되고,
조선 후기에는 인조반정을 일으킨 서인(노론) 독주체제가 구축된다.
조선 왕 독살의 구조는 계유정난과 인조반정 이후 형성된 공신 집단과 거대 정상에
국왕, 세자가 어떠한 사안을 두고 충돌을 향해서 달려가다가
국왕, 세자가 갑자기 죽거나 쫓겨나 죽는 경우가 반복되는 구조이다.
문종, 단종, 예종, 연산군이 그랬고,
소현세자, 효종, 현종, 경종, 사도세자, 정조, 효명세자가 그랬다.
그리고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정국은 다시 공신집단과 서인(노론)중심으로 회귀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왔던 조선의 역사는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왕이 뒤바뀌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왕이 오르며
그들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 흘러왔다는 것이죠.
소름이 끼치는 일이지만 지금의 현실도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씁쓸합니다.
작가는 이 구조가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
노론의 마지막 당수 이완용을 필두로
대한 제국을 일제에 팔아먹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일제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수단으로 중국 망명을 선택했던 고종 또한
독살설로 최후를 마쳤고
노론은 일제강점기에도 세력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으며
해방 이후에도 지배 세력이 되어 프랑스와는 다르게 친일세력 청산은커녕
친일 세력에 의해 항일 세력이 청산당하고 말았다는 거죠.
지금의 우리사회 상부구조의 상당 부분이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조선 왕의 독살사건을 그저 과거로만 생각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넘겨서는 안되겠죠.
과거에 제대로 밝히지 못했던 역사가 지금 우리의 삶에
너무도 깊이 뿌리박혀 있으니까요.
그것도 잘못된 예전의 방식 그대로요.
[조선 왕 독살사건]은 문종에서 고종까지 이어지는 조선의 왕조사에서
특히 조선 후기 왕과 세자들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이를 독살사건으로 연결해 새롭게 조선왕조의 역사를 바라봅니다.
이 책이 그저 독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담은 내용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거에요.
저도 처음 제목을 읽고 나서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저자는 왜 독살을 당해야 했는지,
독살을 당하고 난 뒤의 역사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만약 그 왕이, 세자가 독살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가 그때의 역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알고 현실의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답니다.
[조선 왕 독살 사건] 1권은 문종의 의문사를 시작으로
단종의 죽음, 예종의 의문사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연산군에 대한 해석도 기존과 다른데 연산군이 폐위된 이유가
사대부들의 재산을 빼앗은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폭군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거죠.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그가 조선을 개혁과 개방의 나라로
이끌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조선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대주의와 예학이 기승을 부리는 나라로 남고 말죠.
[조선 왕 독살 사건] 2권은 북벌의 꿈을 꾸었던 효종의 의문사로부터 시작합니다.
효종은 죽기 두 달 전 북벌을 강하게 주장하였는데
이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의혹을 불러 일으켰죠.
어의가 침을 잘못 놓아 죽음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지만
그것을 단순 사고로 볼 수 있을까요?
이로 인해 조선은 변화의 흐름을 일으키지 못하고
다시금 기존과 다를 것 없는 나라로 돌아가고 맙니다.
순조의 아들이었던 효명세자는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횡행하던 조선 말기에
단 2년 동안의 대리청정을 통해
안동 김씨 일문의 차세대 주자였던 김유근을
귀양에 보낼 정도로 조정의 면모를 바꾸었죠.
하지만 새로운 정치의 기운이 막 싹트던 무렵
효명세자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이후 세자의 측근들은 제거되고 말아요.
조선의 정치 제제가 다시금 변화를 맞이하다가 회귀하게 되죠.
정약용이 독살설을 제기한 이래 지금까지도
조선 최대의 의문사로 남아 있는 정조의 죽음,
친일파 이완용과 이기영이 숙직을 서던 밤 급서하고
사망 사실이 하루 뒤에 알려진 고종의 죽음 등
우리 역사에 숨겨진 가장 아픈 기억을 꺼내 진실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역사서를 읽으며 그때 이랬더라면...이라는 후회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 적어도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앞으로의 역사에 그런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제대로 시대를 읽고
아닌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습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조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어 좋았던 [조선 왕 독살사건]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