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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시대가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진리라고 부른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것, 인류가 진화해 왔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고전문학이라는 항목을 더 넣고 싶다. 문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 시대의 사항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미시적으로 보는듯한
느낌이다. 이번 고전인 주홍글자가 더욱 거기에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비록 청교도혁명으로 뉴잉글랜드로 이주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여러 가지 각도로 분석이
가능해 인류가 가진 문제점들을 제대로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홍글자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먼저, 종교가 우선시 되고 목사라는 존재가 높이 평가되던 시대에 왜 목사 ‘딤스데일’이라는
인물이 간통이라는 대죄를 저지르는 인물로 묘사되는가? 둘째, 여성보다는 남자가 우선시 되던 때에 왜 여성이 작품의 주인공인 ‘헤스터’로 등장하게
되는지 이다.
문학이라는
작품자체가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왜 딤스데일이 목사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적 의견의 차이에 의해 영국에서 뉴잉글랜드로 이주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목사 ‘딤스데일’은 청교도인으로써 뉴잉글랜드로 건너가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며, ‘헤스터’는 그 신대륙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
같다. 여러 소설에서 보면 대지를 여성으로 대표해서 쓰는 경우를 보더라도 여성인 헤스터가 현재의 미국을 나타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에서
헤스터는 간통이라는 대죄를 저지르고 주홍글자로 된 A라는 상징을 항상 달고 다닌다. 이것은 죄의 상징인 것이다. 즉, 영국사람들의 눈으로는
종교적 의견의 차이로 나라를 버리는 사람들이 천벌을 받을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며, 씻을 수 없는 주홍글자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여길 것이다.
반면, 헤스터는 기존의 규칙과 규범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청교도인의 눈으로 보면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동시에 목사인 ‘딤스데일’은 자신의 나라를 버린 죄책감, 종교적 갈등을 야기시킨 죄인이라는 가슴 속의 주홍글자를 품고
살아간다. (여기서 가슴 속의 주홍글자라고 쓴 이유는 비록 주홍글자를 몸에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가슴 언저리에 손을 얹고 다니는 모습에서
이미 마음속에 주홍글자를 새긴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헤스터를 인정하지 않고 헤스터와의 사랑의 열매인 펄을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안아주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죄책감과 갈등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표명함으로써 영국과의 애증의
관계를 끊고 당당히 한 나라의 시민으로써 인정받기를 원한다. 여기에 의사인 ‘칠링워스’는 구대륙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딤스데일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잘은
모르지만, 그 당시 미국소설에서 여성을 이렇게 당당하고 심지가 굳은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여성에 비해 육체적인 우월감 뿐
만아니라, 사회적인 지위에서도 우월한 남성을 대표하는 목사 ‘딤스데일’(여기서도 목사라는 지위는 남성의 지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은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며 자신의 딸 펄에 대한 사랑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반면에 여성의 대표주자인
‘헤스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멸시와 차별을 순순히 이겨낸다. 또한 혼자서 딸 펄을 키우며, 목사를 걱정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면에서는 로마로부터의 탄압과 고행을 이겨내며 살아간 예수를 빗대어 헤스터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책의 마지막 결말을 보면
“앞으로
하나님의 계시를 전할 천사요 사도는 모름지기 여자일 것이로되, 고귀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더욱 커져간다. 다시 말해, ‘주홍글자’라는 소설은 그 당시에 흔치 않은 여성에 대한 권리 즉, 페미니즘을 발현한 작품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 쯤이야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이라 하며
안위한다. 목사 ‘딤스데일’은 우리 평범한 인간을 대표한다. 자신의 가슴에 품은 주홍글자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그 죄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목사로서의 역할과 봉사를 하며 명성과 덕성을 얻어가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주홍글자의 크기는 커져만 간다. 이에 의사인 ‘칠링워스’는
인간내면의 또 다른 하나인 악마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간다. 목사는 자신의 주홍글자를 깨끗이 지우기 위해 공개적인 발표를 강행하지만,
의사는 그런 그를 강하게 만류한다. 결국 목사는 자신의 죄를 이야기하고 의사는 빠르게 약해지면서 이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 ‘주홍글자’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죄책감과 거기에 맞서는 악마적인 감정을 대비시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때에 한 인간으로서 평온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