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제3인류 1~4 세트 - 전4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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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에게 자연은 언제나 적자생존, 약육강식으로 줄어 설명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동물보다 육체적으로 기술적으로 이점이 있는 종들이 항상 우위를 점하며 긴 세월을 살아남는다. 초등학교 자연생활에서 배운 것처럼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데 왜 피라미드일까? 굳이 약육강식을 나타내고 싶다면 층층을 나타내는 구조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그럼에도 피라미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록 강자와 약자가 구분되는 자연이지만 그 매커니즘 안에는 그들만의 조절과 조정 그리고 조화가 있다는 것이다. 1차 소비자인 초식동물은 수풀을 파괴할 정도로 많이 종을 늘리지 않고 항상 일정 수를 유지하며 3차 소비자인 육식동물은 자신의 배를 채운 이후에는 더 욕심을 내지 않고 만족한다. 그럼으로써 자연의 법칙을 유지해 간다. 하지만 자연 안에 존재하는 인간은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그 어떤 종보다 우수하다는 자만심과 만족을 모르는 욕심으로 더불어 사는 지구라는 생명체를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베르베르의 최근 소설 3인류는 지금 시점에서 인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책에서는 인류의 성장방향을 인류의 진화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 같다.) 인류의 변화방향을 총 7개로 설정하고 이 중 인류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1. 현재의 자본주의체제 유지. 2. 종교에 바탕을 둔 전체주의 3. 자아를 의식하는 로봇 4.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5. DNA조작으로 인한 젊음과 생명의 연장. 6. 여성화 7. 소형화 이다.

 

  1번째와 2번째는 폭력과 파괴를 대표한다. 자본주의의 유지는 더 많은 것을 생산해서 경제적 수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자연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종교로 인한 전체주의는 이해와 배려보다는 폭력과 배척의 길을 이끈다. 십자군원정,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여러 테러사건 등이 2번이 전체주의로 빠졌을 때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3번째는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성장하기 위해 애완동물들을 인간처럼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게 만들자는 논리와 같다. , 로봇자체가 인류의 외부적인 면에 이점은 되기는 하겠지만 로봇이 인류가 될 수는 없다. 인류의 성장방향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 4번째는 회피이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험을 다른 행성에 가서 다시 반복하자는 것이다. 5번째는 표면적인 변화이다. 같은 성능을 가진 자동차를 차제만 바꾸었다고 기능이 향상되었다라고 보지는 않는다. 6번째와 7번째가 작가가 선택한 인류의 진화방향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화 되면서 소형화된 제3인류인 에마슈를 인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인류의 진화를 결정한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는 생활양식의 문제도 아니고 소비주의의 문제도 아닌 것 같아요. 인간은 크기가 어떠하든 쩨쩨하거나 관대할 수 도 있고, 이기적이거나 연대를 중시할 수도 있어요. 눈앞의 일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들도 있죠. 그건 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도 아니에요. 중요한 건...의식이죠. 3p. 253-254” 나와 다른 너를 용납하지 못하는 자세와 인간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생각은 인간스스로의 진화를 저해한다. 다름과 같음을 구별하지 않고 나음과 못함을 차별하지 않고 동일선상에서 대하는 자세. 그것이 의식이며 그것이 인류 진화의 바탕이다. 작가는 인류의 성장가능성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내 역사의 현 단계에서 나는 인류가 진화하리라고 믿는다. 3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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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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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쪽수와 연극대본으로 되어있어서,  생각보다 편하게 읽은 작품이다. 그 속에 담긴 내용과 깊이는 다른 어느 문학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것도 보다 얼마나 쉽고, 마음에 와 닿게 글을 썼는지가 중요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서 밀러의 이 작품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경제공항 동안 한 세일즈맨의 하루 동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인공 윌리는 과거시점과 현재시점을 오가며, 과거의 화려한 모습에 연연하며, 현재의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 운동선수로 잘 나가던 큰 아들 비프의 현재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이 바라는 아들이 되기를 바라게 되어 결국 가정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바로 이 지점, (부모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식에게 기대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완전한 인격체로써 아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아직까지 자신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하며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아들을 더 힘들게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 가족의 문제와 일치하는 것이다.

 주인공 윌리는 막 시작하는 신생회사에서 세일즈맨으로써 회사발전에 힘을 실어주면서 승승장구한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책임감과 자긍심도 그와 더불어 커져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세일즈맨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내근직으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사장은 윌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여기고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시켜버린다. 윌리를 회사에 기여한 한 인물이 아닌 회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부품으로 보았기 때문에 사장은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낡은 부품을 바로 교체해 버린 것이다.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인간이 아닌 자본과 이익이라는 것이 침입하면서 인간과 인간의 강한연결고리는 사라지게 되고, 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들의 노동자에 대한 횡포는 이미 일반화된 현대에 그 당시에 벌써 자본의 위험성을 표현한 점이 이 작품의 높은 문학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더 슬픈 점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살아온 가장이 결국 가정을 위해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현실이다. 윌리의 부인 린다는 윌리의

 무덤 앞에서 주택할부금도 다 갚았기 때문에 우리 집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작 그 집에 살 사람이 없다고 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가족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다짐하며, 실제로 자살까지 하지만, 정작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집을 사기위한 돈도 세일즈맨으로써의 명성도 아닌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의 내면을 기독교적인 측면으로 해석했다면, 아서 밀러는 인간을 혼자로서가 아닌, 사회에서의 인간으로 바라보면서 거기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모여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하나의 사회, 국가를 이루어 나가게 되는데 거기서 인간이 빠지게 되었을 때의 문제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 ‘세일즈맨의 죽음’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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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일기 - 인조, 청 황제에게 세 번 절하다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6
작자미상 지음, 김광순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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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욕지거리가 나온다.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도대체 위정자라는 인간들은 어디에 있는가? 한 나라를 책임진 위치에 있는 자들이 훗날을 기약한다는 말로 도망가는 모습에 웃음조차 나지 않는다. 명을 섬기듯 조선을 섬기고 주자를 존경한 만큼 백성을 존경하고 아꼈다면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DNA는 언제나 백성을 말하지만 언제나 백성보다 한 발 앞서 부를 축적하고 두세 발 앞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한다.

정묘호란에 이어 일어난 병자호란으로 결국 인조는 청 황제에게 세 번 무릎 굻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다. 그들을 위해 분노가 일어나거나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다. 최소한 위정자들은 목숨을 건졌고, 그들의 부를 유지했으며 그들의 자손을 보호했다. 그런데 조선의 백성은 어떠한가? 볼모로 인질로 노비로 그리고 첩으로 청에 끌려갔다. 여기서 화냥년, 호로자식이라는 말이 유래했으니 과연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분노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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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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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진리라고 부른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것, 인류가 진화해 왔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고전문학이라는 항목을 더 넣고 싶다. 문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 시대의 사항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미시적으로 보는듯한 느낌이다. 이번 고전인 주홍글자가 더욱 거기에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비록 청교도혁명으로 뉴잉글랜드로 이주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같은 내용을 여러 가지 각도로 분석이 가능해 인류가 가진 문제점들을 제대로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홍글자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먼저, 종교가 우선시 되고 목사라는 존재가 높이 평가되던 시대에 왜 목사 ‘딤스데일’이라는 인물이 간통이라는 대죄를 저지르는 인물로 묘사되는가? 둘째, 여성보다는 남자가 우선시 되던 때에 왜 여성이 작품의 주인공인 ‘헤스터’로 등장하게 되는지 이다.

 

 문학이라는 작품자체가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왜 딤스데일이 목사로 등장하게 되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청교도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적 의견의 차이에 의해 영국에서 뉴잉글랜드로 이주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목사 ‘딤스데일’은 청교도인으로써 뉴잉글랜드로 건너가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며, ‘헤스터’는 그 신대륙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 같다. 여러 소설에서 보면 대지를 여성으로 대표해서 쓰는 경우를 보더라도 여성인 헤스터가 현재의 미국을 나타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소설에서 헤스터는 간통이라는 대죄를 저지르고 주홍글자로 된 A라는 상징을 항상 달고 다닌다. 이것은 죄의 상징인 것이다. 즉, 영국사람들의 눈으로는 종교적 의견의 차이로 나라를 버리는 사람들이 천벌을 받을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며, 씻을 수 없는 주홍글자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여길 것이다. 반면, 헤스터는 기존의 규칙과 규범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이것은 청교도인의 눈으로 보면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동시에 목사인 ‘딤스데일’은 자신의 나라를 버린 죄책감, 종교적 갈등을 야기시킨 죄인이라는 가슴 속의 주홍글자를 품고 살아간다. (여기서 가슴 속의 주홍글자라고 쓴 이유는 비록 주홍글자를 몸에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항상 가슴 언저리에 손을 얹고 다니는 모습에서 이미 마음속에 주홍글자를 새긴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헤스터를 인정하지 않고 헤스터와의 사랑의 열매인 펄을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안아주지 않으면서 내부적으로 죄책감과 갈등으로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결국, 마지막에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표명함으로써 영국과의 애증의 관계를 끊고 당당히 한 나라의 시민으로써 인정받기를 원한다. 여기에 의사인 ‘칠링워스’는 구대륙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딤스데일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역할을 맡게 된다.


 잘은 모르지만, 그 당시 미국소설에서 여성을 이렇게 당당하고 심지가 굳은 인물로 묘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여성에 비해 육체적인 우월감 뿐 만아니라, 사회적인 지위에서도 우월한 남성을 대표하는 목사 ‘딤스데일’(여기서도 목사라는 지위는 남성의 지위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은 자신의 죄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며 자신의 딸 펄에 대한 사랑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반면에 여성의 대표주자인 ‘헤스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람들에게 받게 되는 멸시와 차별을 순순히 이겨낸다. 또한 혼자서 딸 펄을 키우며, 목사를 걱정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면에서는 로마로부터의 탄압과 고행을 이겨내며 살아간 예수를 빗대어 헤스터라는 인물을 묘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책의 마지막 결말을 보면 “앞으로 하나님의 계시를 전할 천사요 사도는 모름지기 여자일 것이로되, 고귀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더욱 커져간다. 다시 말해, ‘주홍글자’라는 소설은 그 당시에 흔치 않은 여성에 대한 권리 즉, 페미니즘을 발현한 작품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에는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 쯤이야 누구나 저지르는 잘못이라 하며 안위한다. 목사 ‘딤스데일’은 우리 평범한 인간을 대표한다. 자신의 가슴에 품은 주홍글자를 어떻게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그 죄를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목사로서의 역할과 봉사를 하며 명성과 덕성을 얻어가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주홍글자의 크기는 커져만 간다. 이에 의사인 ‘칠링워스’는 인간내면의 또 다른 하나인 악마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나간다. 목사는 자신의 주홍글자를 깨끗이 지우기 위해 공개적인 발표를 강행하지만, 의사는 그런 그를 강하게 만류한다. 결국 목사는 자신의 죄를 이야기하고 의사는 빠르게 약해지면서 이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소설 ‘주홍글자’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죄책감과 거기에 맞서는 악마적인 감정을 대비시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때에 한 인간으로서 평온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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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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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을 좋아한다. 갖은 야채와 채소가 빨간 고추장 그리고 참기름이 더해져 나오는 매우면서도 고소한 맛 그리고 밥과 함께 잘 버무려진 야채와 채소의 질감은 언제나 나를 군침돌게 한다. , 그 맛은 여러 가지 재료가 부족하지 않으며 넘치지도 않고 잘 어울려졌을 때만 나올 수 있다. 문학이라는 장르도 그런 것 같다. 우리내의 삶을 담고 있기에 단순할 수 없으며 언제나 복잡하다. 인간의 감정, 그 속의 개인의 감정과 사람들 간의 감정, 사회적 문제, 종교적 의문점 등 너무나 많은 재료들이 문학이라는 음식 안에서 버무려지기 때문에 너무 짤 수도 너무 매울 수도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은 이 모든 요소들이 얼마나 잘 한 작품에 녹아내려 맛있게 버무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복잡한 작품이다. 많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심리상태, 변화하는 감정들, 그리고 사회적 사건 등은 처음에 나를 너무 혼동에 빠뜨렸다. 하지만 글을 읽어나가면서 점차 그들의 감정이 그들의 생각이 이해되고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작품이 평범한 우리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창해서 우리가 넘볼 수 없는 삶이나 존경심과 경외심을 갖고 우러러 봐야할 인물이 아닌 나의 이야기, 나의 친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쉬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흑백TV과 아닌 컬러TV라고 생각해 왔다. 절대 이분법적으로 모 아니면 도라고 딱 잘라 결정내릴 수 없으며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읽고 있는 동안에도 나도 모르게 나는 등장인물 중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악한 존재인지를 찾으려고 했고 그를 비난하려고 들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악당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내가 느낀 이 작품의 놀라운 점이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은 우리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잘못 할 수 있고 누군가를 비난할 수 있으며 비난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분법적인 사고로 너는 나쁜 놈,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후회하고 변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꼭 어제의 나와 같을 수는 없다. 어제의 나의 실수와 잘못이 오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없다. 후회와 반성를 통해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처럼 변할 수도 있다. 그들을 판단하고 심판한다는 생각이 아닌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마음,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삶에 동화되어야 한다. 이 소설은 그 점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나쁜 습관을 알게 해 주었다.

 

  여기에는 등장인물이 꽤 많이 나온다. 거기다. 러시아 작품이다보니 이름도 생소하고 역시나 기억하는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크게 두 인물을 비교해 보면서 글을 읽어나간다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인물은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콘스탄친 드미트리치 레빈. 두 인물은 삶을 보는 관점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연히 사랑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많이 다르다. 브론스키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항상 주위에 사람을 끌고 다니는 성격이다. 거기다 변화의 시대에 있던 당시 러시아에서 개방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반면 레빈은 내향적이며 자기만의 생각이 깊으며 밖으로 그것들을 풀어내는 게 쉽지 않은 인물이다. 남 앞에서 쉽게 얼굴을 붉히고 자책을 하며 보수적인 인물이다. 여기에 두 여인이 등장한다. 안나 카레니나, 카체리나(키티) 알렉산드로브나가 그들이다. 한 남자의 아내였던 안나는 과감히 남편과 별거를 하고 주위의 시기와 비난에도 브론스키와 동거한다. 그리고 브론스키와 레빈사이에서 고민하던 키티는 레빈과 결혼하게 된다. 여기에 남녀간의 감정의 충돌이 일어난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질투는 무엇이며, 증오와 시기심은 무엇인가? 이런 감정의 충돌과 감정의 변화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일으킬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이며 빛과 그림자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강렬하게 타오르면서 차츰 꺼져가는 사랑이었다. 격렬했던 만큼 그들은 서로를 원했고 서로를 사랑했다. 하지만 브론스키에게는 남자로서의 삶, 즉 사교생활을 청산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사랑이 그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었다. 브론스키는 그녀의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되어버린 그 갈망......존중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녀가 그를 사랑의 올가미로 얽매려 애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했다..... 만약 점점 더 강해져가는 이런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이 없었더라면, 모임이나 경주를 위해 도시로 가야 할 때마다 법석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이 없었더라면 브론스키는 자신의 생활에 충분한 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3p.199”. 그의 사랑만을 원하고 항상 확인하고 싶어하는 안나, 밖으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브론스키, 그 둘은 사랑하면서도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가 자유에 대한 권리를 표현할 때의 시선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언제나처럼 한 가지 결론, 즉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는 인식에 이르렀다. ‘그에게는 자신이 원하면 언제, 어디든 떠날 권리가 있어. 떠날 뿐 아니라 나를 버리고 갈 권리지. 그는 모든 권리를 갖고 있지만 나에게 아무 권리도 없어..... 3p.243”

반면 키티와 레빈의 사랑은 조금씩 불타오르는 사랑이었다. 청혼을 거절당한 레빈의 수치심과 부끄러움도 결국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잠재울 수 없었으며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녀 또한 그녀의 사랑이 누구인 줄 알게 된다. 엇갈린 듯 한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맺어진다. 소심하고 쉽게 오해하고 고민하며 조심스러운 레빈 그리고 그것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주는 키티 사이에서는 브론스키와 안나 사이에서와 같은 갈등과 충돌은 있을지언정 그들과 같은 불화와 불행한 결말은 없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간의 희생과 이해로 더욱 견고해졌다.

 

  이 소설은 19세기 쓰여 졌지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인간으로서 언제나 사랑에 취하고 사랑에 아파하며 시기하고 질투한다. 결국 레빈이 이야기한 것처럼 거창한 말로 세상을 분석하고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정의내릴려고 하지만 시대에 상관없이 언제나 그 답은 우리 주위에 있다. 우리 삶 속에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3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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