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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생각
이이화 지음 / 교유서가 / 2014년 10월
평점 :
대학교에 입학하는 방법으로 수시가 중요해지면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했다.
생활기록부라
하면 학창시절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한 것이니 만큼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를 되짚을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제대로 표현해주지 않거나 엉뚱하게 기록한 부분을 보면 누구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개인의
역사를 기록한 생활기록부가 이와 같은데 한 시대를 살아온 인물을 기록한 기록물에 오해와 의혹이 담겨 있다면 얼마나 한탄할
일인가?
그
중심에 허균이 있다.
허균은
누구인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인물,
그리고
역모를 했다는 혐의로 능지처참 당한 인물이다.
글을 잘
쓰기는 했지만 그 시대에 허용되지는 않는 여러 가지 기행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런데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하는 허균,
그리고
‘최후의
19일’에
등장하는 허균의 모습은 분명 달랐다.
시대의
슬픔을 담고 있으며 시대를 볼 줄 알고 사람을 섬기고 사랑할 줄 아는 이였다.
변화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 의해 무참히 죽음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이화 선생님의 ‘허균의
생각’을
펼쳤다.
1. 정치
:
조선은
왕을 중심으로 하는 신분사회이다.
당연히
출신성분이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한다.
타고난
재능과 재주는 가지고 태어난 계급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다.
그러나
허균이 바라는 조선의 모습은 달랐다.
“하늘이
인재를 낼 적에 귀한 집안에 태어났다고 하여 그 준 것을 풍부하게 하지 않았고,
천한
집안에 태어났다고 하여 그 준 것에 인색하게 하지 않았다....
하늘이
인재를 냈는데도 사람이 스스로 버리면 이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p.122” 인간의
재능과 재주는 하늘이 주신 것이다.
가지고
태어난 신분이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나라의 중심은 왕이나 사대부들이 아닌 백성이라고 생각했다.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이나 불 또는 호랑이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이다.
p .122” 분명
그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진정한 정치인이었다.
2. 학문:
조선은
유교를 섬긴 나라이다.
주자의
유교를 제외하고는 어떤 학문도 인정되지 않았다.
같은
유교를 설명한 책이라도 주자의 설명에 어긋나는 것은 사문난적이라는 이름하에 사대부들에게 철저히 짓밟혔다.
송시열에
의해 사문난적 당한 윤휴라는 인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니
불교,
도교,
서학
등과 같은 다른 학문들 또한 철저히 무시되고 경시되었다.
그럼에도
허균에게는 학문의 경계가 없었다.
주자학으로
굳어 화석화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학문을 접함으로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생각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3. 문학:
높은
벼슬아치들과 사귀기 위한 문학이기 보다는 시대의 아픔,
가지지
못한 이들의 슬픔을 노래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홍길동전이다.
한자가
자신의 계층을 대변해 주던 시대에 그는 언문을 사용해 잡스러운 이야기로 천대받던 소설이라는 형태로 홍길동전을 썼다.
“
..... 그가
사랑하고 아끼던 민중이 쉽게 읽고 재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민중의 공감을 얻고 각성을 불러일으켜서 사회 모순을 고발하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p. 278”
명문
에서 태어나 가만히만 있어도 높은 벼슬을 하면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음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변화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잔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시대의 슬픔을 간직한 이가 바로 허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