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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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왕권의 분위기에서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집권층인 왕족과 귀족들에 의해 억압받아왔던 평민들의 반란이었다. 강자에 대한 약자의 반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사건 덕분에 유럽전역에 인권에 대한 관심, 평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었다.

 

근대를 말한다는 권력만 탐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라를 팔아먹고 그 책임을 백성들에게 전가하는 이들의 이야기 뿐 만 아니라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불사르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만약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프랑스혁명처럼 인권과 평등이라는 개념이 조선사회에 유입되고 밑에서부터 위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났다면, 독립운동을 위해 사용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사회변화를 위해 사용되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상상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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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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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나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 모습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을까? ‘라는 인간은 태어난 이후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읽은 책들,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지금의 나를 만들어 냈다. 단순히 지금의 결과물만을 보고 제대로 내가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다. ‘역사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면서 우리 하나하나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지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세대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어떤 아픔을 가지고 왔는지 파헤쳐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일제강점기 이후의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가장 먼 역사이다. 오히려 몇 백 년 전 조선의 이야기가 더 익숙한 것은 왜 일까? 아마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지금도 살아있는 이들의 과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다락방에 꼭꼭 감추어둔 절대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될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은밀한 역사는 우리에게 아픔이며 자랑이며 희망이다.

 

1980518일에 죽은 자와 죽은 이들을 껴안고 살아가야 했던 이들, 그리고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이들. 5.18 민주화운동은 사건의 당사자들 뿐 만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이제껏 반공교육을 열심히 받아왔는데 그렇게 반공교육을 시킨 놈들이 결국 광주에서 시민들을 학살한 게 아니냐. 이렇게 되니까 순식간에 반공교육이 영향력을 상실하고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말을 믿지 않기 시작했어요......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운동이 대중화됩니다... p.62-63”

 

19871월 박종철 열사의 죽음. 거기에 이은 6월 민주항쟁 그리고 또 하나의 아픈 죽음. 876월 항쟁의 상징이 된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절정으로 치닫던 민주항쟁은 결국 전두환 정권을 몰아내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영삼 김대중 양김의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으며, 3당 합당으로 군사정부의 연장선이었던 노태우와 손을 잡은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이어 현대사=김대중이라는 등식의 성립이 가능한 김대중, 많은 가능성과 기대를 가진 만큼 실망도 컸지만 진정한 서민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이 차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된다.

 

절름발이가 되어 넘어지고 주저앉아서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던 현대사이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희망이라는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이제 그들의 뒤를 이어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들과 같은 용기도 그들과 같은 배짱도 없지만 선거라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들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은 좀 더 치열하게 밑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언제 해야 하나요? 바로 지금, 이 순간 해야죠.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만들어갑니다.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점이 무엇이냐 하면, 역사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현대사는 만들어 갈 요소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제껏 선배들이 이렇게 만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주자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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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생각
이이화 지음 / 교유서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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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하는 방법으로 수시가 중요해지면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증가했다. 생활기록부라 하면 학창시절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를 기록한 것이니 만큼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를 되짚을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제대로 표현해주지 않거나 엉뚱하게 기록한 부분을 보면 누구나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개인의 역사를 기록한 생활기록부가 이와 같은데 한 시대를 살아온 인물을 기록한 기록물에 오해와 의혹이 담겨 있다면 얼마나 한탄할 일인가?

  

그 중심에 허균이 있다. 허균은 누구인가?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인물, 그리고 역모를 했다는 혐의로 능지처참 당한 인물이다. 글을 잘 쓰기는 했지만 그 시대에 허용되지는 않는 여러 가지 기행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런데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하는 허균, 그리고 최후의 19에 등장하는 허균의 모습은 분명 달랐다. 시대의 슬픔을 담고 있으며 시대를 볼 줄 알고 사람을 섬기고 사랑할 줄 아는 이였다. 변화의 꿈을 꾸었지만 결국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에 의해 무참히 죽음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이화 선생님의 허균의 생각을 펼쳤다.

 

1. 정치 : 조선은 왕을 중심으로 하는 신분사회이다. 당연히 출신성분이 그 사람의 운명을 정한다. 타고난 재능과 재주는 가지고 태어난 계급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한다. 그러나 허균이 바라는 조선의 모습은 달랐다. 하늘이 인재를 낼 적에 귀한 집안에 태어났다고 하여 그 준 것을 풍부하게 하지 않았고, 천한 집안에 태어났다고 하여 그 준 것에 인색하게 하지 않았다.... 하늘이 인재를 냈는데도 사람이 스스로 버리면 이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p.122” 인간의 재능과 재주는 하늘이 주신 것이다. 가지고 태어난 신분이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나라의 중심은 왕이나 사대부들이 아닌 백성이라고 생각했다.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물이나 불 또는 호랑이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이다. p .122” 분명 그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진정한 정치인이었다.

 

2. 학문: 조선은 유교를 섬긴 나라이다. 주자의 유교를 제외하고는 어떤 학문도 인정되지 않았다. 같은 유교를 설명한 책이라도 주자의 설명에 어긋나는 것은 사문난적이라는 이름하에 사대부들에게 철저히 짓밟혔다. 송시열에 의해 사문난적 당한 윤휴라는 인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니 불교, 도교, 서학 등과 같은 다른 학문들 또한 철저히 무시되고 경시되었다. 그럼에도 허균에게는 학문의 경계가 없었다. 주자학으로 굳어 화석화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학문을 접함으로서 사고의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생각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3. 문학: 높은 벼슬아치들과 사귀기 위한 문학이기 보다는 시대의 아픔, 가지지 못한 이들의 슬픔을 노래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홍길동전이다. 한자가 자신의 계층을 대변해 주던 시대에 그는 언문을 사용해 잡스러운 이야기로 천대받던 소설이라는 형태로 홍길동전을 썼다. “ ..... 그가 사랑하고 아끼던 민중이 쉽게 읽고 재미를 느끼게 함으로써 민중의 공감을 얻고 각성을 불러일으켜서 사회 모순을 고발하게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p. 278” 

 

명문 에서 태어나 가만히만 있어도 높은 벼슬을 하면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음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변화를 간곡히 바라는 마음 때문에 잔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시대의 슬픔을 간직한 이가 바로 허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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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인간, 다윗 - 영웅과 죄인이 교차하는 한 인간의 초상
데이비드 울프 지음, 김수미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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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환경에 놓여지더라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같은 인물이 동일한 환경에 한번 놓여진다고 하더라도 같은 행동을 할 거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 두 개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1+1=2 라는 수학공식처럼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인간은 복잡한 다원적인 존재이다.

 

문제적 인간 다윗이라는 책은 다윗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해준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인물을 가지고 인간의 심리적 면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다윗의 인생은 크게 두 가지 사건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왕이 되기 전 이스라엘의 초대왕이 사울과의 대립과 갈등을 묘사한 전반부와 이스라엘 왕이 되고 나서를 그린 후반부로 나뉜다. 왕이 되기 전의 다윗은 모범적인 인물이다. 다윗에게는 왕으로서 갖춰야 할 자신감, 기지, 온유함,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 인정사정없는 단호함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다윗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하고도 두드러진 자질은 바로 경청하는 능력이다........다윗은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세심하게 반응해줄 줄도 아는 사람이다. p .119-120”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 다윗, 그러나 왕이라는 권력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나서는 다른 모습의 다윗을 보여준다. 부하의 부인을 겁탈하고 그의 남편을 전쟁에서 죽게 만든다. 하지만 종종 다윗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잔혹한 군주의 탈을 쓰고 스스로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매일 왕궁으로 출입하는 우리아를 볼 때마다 죄의식을 느낄 바에야 차라리 밧세바와 결혼해 버리자는 식이다. 어느새 다윗은 왕으로서의 특권의식에 뼛속까지 물든 나머지 죄의 소원을 품는 것은 물론 죄인 줄 명백히 알면서도 죄를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p.162” 이 부분에서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권력이라는 단맛을 본 인간은 정의라는 단어를 머리에서 삭제해버리고 권력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권력에 취해 못쓸 짓을 한 다윗을 우리가 기억하고 본받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들처럼 바로 잘못을 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은 양면성을 넘어 다원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실수를 범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과 실수는 깨달음을 주고 믿음을 주며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하느님도 사실 다윗의 모든 행동을 어여쁘게 본 것은 아니다. 다윗은 일생 죄를 짓기도 하고 이 때문에 꾸지람도 많이 받지만 그래도 늘 하느님을 믿었다. 인생의 역경과 실패조차 하느님을 향한 그의 믿음을 쓰러뜨리지 못했고 오히려 더욱 헌신하게 만들었다. p.277” 그렇다. 다윗이 인류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같은 변화무쌍함, 그리고 신과는 달리 완벽함이 아닌 모자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윗은 문제적 인간이 아니라 인류를 대표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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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 - 칼을 품은 춤, 세도정권을 겨누다
이상각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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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이라는 국호를 가지고 살아온 500여 년간 27명의 왕들이 보위를 지키고 사라져 갔다. 그 중에는 누구나 왕으로서 인정하는 왕도 있었지만 어떻게 이런 사람이 왕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게 만드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더 슬픈 것은 많은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지고도 가진 수명을 다 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야했던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조선의 왕이 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의 나라는 어떨까? 광해군, 소현세자, 사도세자, 정조 그리고 효명세자. 기득권과 싸우고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자들이다. 변화만이 살 길이며 그 변화의 중심에 백성이 있다는 것을 믿었던 이들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새롭게 떠오르는 희망은 두터운 구름에 가리어 빛도 발하지 못하고 어둠으로 조용히 사라져 갔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선의 슬픔이요, 조선의 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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