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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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소를 그린 소설, 영화 등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핵이나 좀비, 전염병 등에 의해 초래 된 아포칼립소 시대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그 원인이었던 것들이 아니라 결과로 남게 된 살아 있는 인간들 자체입니다.

모든 것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버텨 가는 과정은 결국 타인의 이익을 때론 목숨까지 침해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죠.

A.J. 라이언.. 개인적으론 처음 접하게 된 작가입니다. 다양한 SF, 미스터리, 역사 소설을 발간한 작가인데 그간 읽을 기회가 없었네요.


전혀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고립된 선박 안에서 깨어난 7명의 전문가들.. 설정부터 굉장히 흥미롭고 미스테리합니다. 심지어 그들이 왜 그 곳에 모여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서사가 전개됨에 따라 조금씩 그들이 모이게 된 이유와 주어진 임무가 밝혀지는 구조이지만 정말 스릴 있게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됩니다. 기억을 타고 감염되는 전염병이 있다면 기억 자체가 없는 이들은 그 자체가 백신인 셈이고 문제 해결의 키를 쥐게 된 것이겠죠..

물론 가장 무서운건 사람이라고 이들 사이에서도 갈등과 긴장... 그리고 음모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자신 들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미스터리 스릴러물에서 중요한건 수없이 던져지는 떡밥(?)입니다. 독자는 그 떡밥에 현혹되어 제대로 미끼를 물게 되죠. 이 떡밥을 제대로 회수해 주는 과정에서 미스터리물의 재미란 것이 발생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느 정도 서사의 흐름을 파악 한 이후에도 도대체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기에 더더욱 재미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해결 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감동도 존재하는 소설입니다.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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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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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성 작가 미야지마 미나의 데뷔작 소설인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는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가 소설의 재미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200살까지 살겠다는 목표를 가진 괴짜 소녀 나루세.. 그렇지만 오다쿠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데다가 무언가를 이루고자 마음 먹으면 반드시 그 근처(?)까지는 가고야 마는 캐릭터입니다. 그녀의 괴짜적인 성격이 주변인들의 경계를 불러 일으켜 다소 외톨이로 지내곤 있지만 그녀를 이해해주는 어른들과 그녀의 역사를 지켜보기로 결정한 절친 시마자키 등이 있기에 그녀는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소설은 단편에 가까운 몇몇 나루세의 연대기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나루세를 지켜보는 시마자키 등 다양한 화자 들의 시각으로 그녀의 기행이 묘사되죠. 일단 나루세는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시도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를 반드시 실행에 옮깁니다. 그 이유까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의도 자체는 선함으로 가득 차 있기에 따라오는 결과물 역시 선함이 유지 됩니다. 나루세는 그야말로 갖은 사고를 치는 듯 하지만 이로 인해 주변인들은 잊지 못할 추억과 긍정적 마인드를 얻게 되죠..


결국 괴짜라곤 하지만 굉장히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 나루세입니다. 읽는 내내 시종 미소를 짓고 응원하게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처녀작임에도 이런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낸 작가 역시 대단합니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만큼 처음엔 청소년 소설인가도 싶었는데 분명 이 소설은 성인에게도 정말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나루세의 4차원 적인 생각을 그리다 보니 문체 또한 굉장히 유머스럽고 기발하기까지 합니다. 한마디로 한편한편 읽다 보면 어느새 끝을 보게 되는 소설이죠.

벌써부터 작가의 머릿 속에는 속편이 구성되어 있기에 조만간 독자들은 나루세의 또다른 활약상을 지켜보게 될 듯 합니다. 거의 고등학교 졸업반에 이르게 된 나이인지라 이제 성인이 된 나루세의 모습 또한 기대해 봅니다. 어쩌면 200세 생일을 맞이하게 된 나루세를 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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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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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에서 나온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는 여섯 작가들의 단편 소설 모음집입니다. 부제 어떤 공주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엄지공주, 신데렐라, 백설공주, 라푼젤 등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여러 공주나 여주인공 들의 이야기를 변형시킨 내용의 소설 들입니니다. 어찌 보면 오마주라고도 볼 수 있겠죠.

단, 상당한 재해석과 각색을 가했기에 이 소설들 자체가 하나의 창작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글을 읽다 보면 내용 자체가 상당히 오버랩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한 오마주로 이 소설 들을 볼 수는 없는 것이 때론 SF로 때론 스릴러물 등으로 각색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결국 우리가 알았던 결론인 '공주는 지지리 고생 끝에 잘나가는 왕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클리세를 이 책에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참여 작가 중 한 명인 연여름 작가의 표현대로 '오래 된 공주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를 둘러 싼 모든 것에 대한 의심과 반항이 시작되는 것'이고 이를 실행해서 쓴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실린 소설 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디즈니에서 새롭게 창작해서 개봉한 인어 공주 실사판 영화의 여주인공이 흑인이었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우리는 인어공주는 붉은 머리에 백인의 얼굴을 한 모습일 것이라고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습니다. 여타 서양 전래 소설에서 나오는 공주 들의 모습 또한 매한가지였습니다. 사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입견에 빠져 살아 왔던 셈이죠.

이는 자연스레 성차별, 인종차별로 이어져 왔습니다. 지배층의 논리로 사물을 바라보게끔 일조했습니다. 비록 이 소설 들이 어떤 의도에서 쓰여졌을지 결론 내려 버릴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간의 환상을 깨는데 일조한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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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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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류.. 일본의 정형시 중 하나로 17개 음으로 구성 된 짧은 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특히 풍자나 익살이 특색이라고 하니 일단 보는 이들이 읽고 재미를 느끼는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 사단법인 전국 유료 실버타운 협회에서 펴낸 센류 모음집답게 이 책은 소위 '실버 센류' 들이 소개됩니다. 즉, 나이 듦을 재치있게 풍자하는 센류 모음이죠.

젊음이 벼슬이 아니 듯 늙음 또한 형벌이 아닙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겪어야 할 생명의 순환 과정이죠. 나이 들어가면서 서서히 둔해 지고 자주 아프게 되는 몸을 느끼는 것은 그닥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비관적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88개의 센류는 노화조차도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받아들이고자 하는 실버 세대 및 이를 바라보는 일부 젊은 세대의 재미난 풍자가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심장이 쿵쿵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근데 사실을 알고보니 노화에 따른 부정맥에 의한 심장 박동 부작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이겠습니까.... 짧은 시 하나에 엄청난 유머가 숨어 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시 한수한수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정독했습니다. 일본 센류를 모은 번역책답게 우리와는 반대로 좌에서 우로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역시 특이했습니다.

노화를 대하는 자세 뿐 아니라 세상 모든 만사를 접함에 있어 이러한 여유와 유머를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도 더욱 보람차고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한국도 일본이 간 길을 따라 노령화가 급속히 전개되는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구요. 노인들이 보이는 안좋은 모습만이 종종 부각되며 세대 갈등의 요소도 분명 존재하지만 충분히 젊은 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실버 센류 같은 유머도 함께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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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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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이란 부제가 붙어 있듯 설민석의 장편 시리즈 소설 요괴어사 2는 어사대 각 대원에게 닥치는 시련 및 이를 통한 성장을 본격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탁월한 판타지 작가인 원더스와 공동저자로 참여했네요.

자잘한 요괴 들을 처리하며 최종 보스인 수라에 차근차근 접근하던 어사대원 들은 2권에 접어 들며 각자의 난관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각성을 위한 시험의 성격이 되겠습니다.

무령은 동료였던 원귀의 복수를 도운 죄로 해치의 심판을 받게 되고, 광탈은 육신과 혼이 분리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무력 최강으로 꼽히는 백원 역시 혼이 깃든 무기였던 청룡언월도가 대파되며 부상을 입고, 해치 역시 잘려 나간 뿔의 공백을 여실히 느끼게 됩니다.

물론 권선징악이 시종 모토인 소설인지라 이들 역시 멋지게 시련을 극복합니다.

무령은 결국 무죄를 받고 어사대에 더욱 헌신하게 되며, 광탈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부모와 조우합니다. 백원 역시 개심한 불가사리 요괴의 도움을 받아 천운을 얻게 되고 해치 또한 한 단계 높은 각성을 이뤄 내죠..

앞으로 3,4권이 근간된다고 하니 이전 퇴마록처럼 상당히 장편 시리즈 물로 기획이 된 듯 한데 소설 자체의 재미가 뛰어 나기에 더 많은 시리즈 또한 기대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판타지 소설이다 보니 19세기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이후에 나온 표현인 '동장군'이란 표현도 사용되는 등 작품의 흐름이나 구성이 정사와 크게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조, 정약용, 백동수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당시 계급 사회의 상층을 이루던 양반 층의 횡포와 수탈이 제대로 구현되는 등 이 소설이 역사를 기반으로 한 판타지 소설임을 잘 보여줍니다.

1권에 이어 2권도 정말 빠르게 읽었던 책입니다. 곧 나올 3,4권도 정말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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