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번째 세계의 태임이 텔레포터
남유하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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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부디 너희 세상에도'라는 단편 소설 모음집으로 접하게 되었던 남유하 작가.. 기본적으로 SF, 판타지 장르에 특화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소설 역시 시간 여행과 평행 세계를 그려낸 판타지 물이었습니다. 전에 접한 소설집이 상당히 괴기스럽고 공포물에 가까운 판타지 모음이었다면 이번에는 상당히 힘을 빼고 집필했네요.

즉, 청소년 들이 읽기에도 전혀 무리 없는 수준으로 쓰여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재미까지 다운그레이드 된 것은 결코 아닌지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임머신이 개발된 근미래... 주인공 태임이는 '자연주의자' 엄마를 두었기에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고 태어난 소녀입니다. 날씬하기만 한 급우들과 달리 다소 통통한 몸매를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 왕따 신세에 '배양육'이란 다소 안좋은 의미의 별명으로 불리우지만 나름 원대한 포부와 꿈을 가진 똑똑한 소녀입니다.

어느날 그녀는 급우들의 놀림 속에 전시된 타임머신에 갖히게 되고 미래로부터 온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의 태임이는 자신을 괴롭혔던 급우들에게 복수하러 온 것이죠. 그녀는 시한폭탄을 설치하고 떠나고 태임이를 제외한 반 급우 전부와 담임인 '솔' 선생님조차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때부터 급우들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돌리고자 하는 14세 소녀 태임이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어느 정도 과학적인 설명을 곁들인 소설이긴 하지만 내용도 이해하기 쉽고, 군데군데 삽화가 들어가 있어 작품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도 용이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때마다 새로운 평행 세계가 창출되어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진다는 내용은 다소 클리세에 가깝지만 이 또한 굉장히 재미있게 서술되었구요.

남유하 작가는 기본적으로 독자 들을 자신의 글 안에 묶어 놓을 줄 아는 소설가입니다.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상상력을 갖고 있기에 그런 것이겠고 그러하기에 계속 소설을 펴내는 작가로 남아 있는 것이겠죠. 그녀의 다음 소설 또한 그 어떤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을지 무척 기대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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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 룩
정진주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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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 프랑스가 낳은 위대한 의상 디자이너이지만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 의상뿐 아니라 가방, 화장품, 시계 등까지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추앙 받는 이름입니다.

얼마전 어느 분께서 덜컥 받은 명품 가방으로 화제가 되었던 브랜드이기도 하죠. 이 책은 그의 일생을 읽기 쉽게 카툰으로 그려낸 전기입니다. 세계대공황과 2차 대전을 정면으로 맞이했던 크리스찬 디올이 어떻게 디자이너로서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성공한 디올 가문의 장남이자 금수저로 태어났던 크리스찬은 정치학을 전공한 후 집안의 도움을 받아 갤러리를 차립니다. 그렇지만 곧바로 블랙먼데이라 칭해지는 미국발 세계 대공황을 맞게 되면서 집안 및 본인 모두 보기 좋게 망해 버리고 맙니다. 즉시 구직에 나섰지만 이번엔 당시로선 불치병에 가깝던 결핵이 그의 발목을 잡게 되죠..

만화 속에선 악마 들이 등장해 다소 코믹하게 그가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합니다.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그렇지만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록 부모의 반대로 정치학을 전공했던 그였지만 예술혼에 불타는 그였기에 패션 도안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패션 문화에 눈을 뜨게 됩니다.

최초엔 생계를 위한 마지못한 수단이었지만 점차 그는 놀라울 정도의 독창성을 발휘하게 되죠.

2차 대전이 터지고 조국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 당했지만 그의 예술혼은 오히려 더욱 활활 타올랐습니다. 종전 후 그는 독립하여 '뉴룩'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스타일의 패션을 창조했고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의상은 프랑스의 주요 수출품이 되었고 전후 경제 복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최고 영예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수여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어려움과 유혹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끊임 없는 노력이 결국 그의 명성을 오래오래 남기게 된 것이었죠.. 그의 이름을 딴 브랜드는 지금도 너무나 많은 소비자 들에게 만족감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영부인까지도요...

몇몇 제품 라인업을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크리스찬 디올이란 인물에 대해 정말 잘 알 수 있었기에 너무 즐겁게 읽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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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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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크스 부스... 19세기를 대표하는 악한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암살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과 27세의 나이에 연방군에게 피살 당함으로써 그 죗값을 치뤘죠.

어찌 보면 심플하게 '악당'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대부분이 링컨 암살범으로 기억하는 인물이지만 캐런 조이 파울러의 전기 소설 '부스'를 읽어 본 이후 꽤나 복잡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존의 행적만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소위 셀럽 가족이었던 당시의 부스 집안 전체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부스 집안은 존의 아버지부터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주로 세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하던 유명 배우였습니다. 그의 길을 따라 장남인 준, 차남격인 에드윈, 누나인 에이시아 등이 역시 배우의 길을 걷게 되고 존 역시 일찌감치 배우로 활약하게 됩니다. TV는 커녕 영화도 없었던 시기였기에 유명 연극 배우의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바로 위의 형인 에드윈의 위상에는 못미쳤지만 부스 역시 굉장한 사랑을 받는 배우로 위치하게 됩니다.

부스 집안은 모두 열 명의 남매가 태어났지만 그 중 여섯 명만이 성인의 나이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은 콜레라, 천연두 등으로 어린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죠. 이들에 대한 슬픈 기억은 존의 누나인 로절리의 시각으로 회상됩니다. 그럼에도 이들 남매들은 서로를 자기들 방식으로 아끼고 끌어주며 우애 깊게 성장합니다.

그들 집에서도 물론 흑인 노예는 있었지만 존을 비롯해 이들 가족이 특별히 노예를 학대하고 차별하거나 격렬하게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싫어했다는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노예 유지를 주장했던 버지니아에 기반을 뒀던 부스 집안이었고 남북 전쟁이란 국란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존은 링컨을 비롯한 북부의 지도자들에게 격한 반항심을 갖게 되죠. 물론 당시 대부분 남부인의 정서가 그러했겠지만 그들과 존의 차잇점이라고 하면 존은 생각하던 바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존이 링컨을 암살한 이후 부스 가족 역시 격랑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아들이, 동생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암살범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존의 사망 이후 남은 가족 들의 뒷 이야기 역시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과연 존 윌크스 부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인종 차별 주의자 악당이란 몇몇 단어로 정리될 수 있는 인물일까요? 결코 그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순 없겠지만 시대의 증오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 열정적인 청년으로 봐야 할까요...

작가는 그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링컨의 암살범으로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기게 된 존 윌크스 부스.... 이 전기 소설로 당시의 사회상 역시 잘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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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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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소설 황금종이 2권 역시 전편의 스토리와 궤를 같이 합니다. 역시나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천민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지면을 가득 메우죠.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날리고 죽음에 이르는 친구들, 성희롱을 서슴치 않는 재벌2세의 작태 등등이 여과 없이 소설에 등장합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사건 들의 데자뷰 같습니다. 소설 속 이야기라기 보다는 현실의 작태를 조금 변형하여 소설화 한 듯 한 느낌이 보다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 와중에 중간에서 피해자를 등치는 이들까지 등장하는 등 돈과 관련해선 그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 격인 이태하 변호사와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그의 선배 한지섭 등 돈에 관한 세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존재들도 등장해 서사의 균형을 잡아 갑니다.

인간의 존엄이나 무게는 가진 돈의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에서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희화시켜내는 이 소설이 나름의 가치와 재미를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실 재벌이라도 하루 열끼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진 돈을 저승까지 싸고 갈 수 있는 이들도 전혀 없습니다. 자연이 부여한 수명과 노화 앞에선 어느 누구나 공평합니다. 그러나 가진 자들일수록 더욱 돈에 대한 미련이 더한 것은 인류 공통의 속성 같습니다..

돈에 대해 한없는 욕심을 가지느니 조금은 이 황금종이로부터 자유롭게 살아가는 여유를 갖는 것!! 이것이 작가가 이 소설에서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바가 아닐까요..

작가는 정치, 종교, 돈을 작금의 시대에서 필요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를 오히려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돈이라는 존재일 것입니다. 정치는 이미 가진 자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행위에 불과해졌고, 종교 또한 가진 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지 오래입니다.

이런 세태를 나름 정면으로 까는 것은 그간 한국사를 균형 있게 다뤄온 조정래 작가가 가장 제 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꽤나 재미있게 또 빠르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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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걷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1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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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사우디보다도 더 많은 석유 채굴을 하고 있는 세계 1위 산유국입니다. 자국 수요 물량을 넘어서 생산량의 40%를 수출까지 하고 있죠. 더 이상 미국은 중동 산유국가의 최대 고객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 질서에 개입하고자 하니 말빨이 안먹히고 있는 상황이죠.

또한 미국은 군산 복합체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익만을 극대시하는 극우 사상에 물든 이들은 전 세계를 분쟁 상태로 놓아 둘 때 자신의 이익이 극대화 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적대시해야 할 나라들이 존재할 때 무기도 팔아먹고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일 수 있을테니까요. 당연히 미국의 극우 정치 세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많은 음모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데커 시리즈 중 한편인 이 소설은 평범해 보였던 살인 사건에 거대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클리세를 꽤 긴장감 있게 그려낸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석유 채굴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노스 다코타 주의 신흥 도시 런던.. 이 곳에서 젊은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평범한 줄 알았던 그녀는 사실 그런 인물이 아니었기에 FBI 소속 데커가 수사반으로 투입되고 각 기관의 집중 관심이 되게 됩니다. 점점 희생자는 늘어가고 데커를 위협하는 암살 모의 세력 또한 많은 수가 희생되는 대형 사태로 발전하죠.

많은 배후 세력이 등장합니다. 석유시추업자, 군수업자, 심지어 군부, 정치권까지....

그만큼 스케일도 크고 긴박감 있는 소설입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정의의 수사관 데커는 거의 완벽하게 이 사건 또한 해결합니다. 주변의 도움과 희생이 있긴 했지만요. 우리 중 일부가 숭상해마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네요..

데커라는 인물 캐릭터가 상당히 특이합니다. 사고 이후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고 그 기억력을 조합해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고 추적하는 능력이 탁월한 인물입니다. 전작들을 읽어 보진 않았지만 이 소설 하나만으로도 그의 아픈 과거와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엄청난 거구인데다가 다소 인간미는 떨어지지만 상황에 잘 대처하고 은근히 주변을 챙기는 매력을 발휘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물로 다뤄질만한 주인공입니다. 이런 주인공이 활약하기에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재미 또한 정말 뛰어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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