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존 윌크스 부스... 19세기를 대표하는 악한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미국의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암살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과 27세의 나이에 연방군에게 피살 당함으로써 그 죗값을 치뤘죠.
어찌 보면 심플하게 '악당'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고, 대부분이 링컨 암살범으로 기억하는 인물이지만 캐런 조이 파울러의 전기 소설 '부스'를 읽어 본 이후 꽤나 복잡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존의 행적만을 파헤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소위 셀럽 가족이었던 당시의 부스 집안 전체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부스 집안은 존의 아버지부터 영국과 미국을 오가며 주로 세익스피어 작품을 연기하던 유명 배우였습니다. 그의 길을 따라 장남인 준, 차남격인 에드윈, 누나인 에이시아 등이 역시 배우의 길을 걷게 되고 존 역시 일찌감치 배우로 활약하게 됩니다. TV는 커녕 영화도 없었던 시기였기에 유명 연극 배우의 위상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바로 위의 형인 에드윈의 위상에는 못미쳤지만 부스 역시 굉장한 사랑을 받는 배우로 위치하게 됩니다.
부스 집안은 모두 열 명의 남매가 태어났지만 그 중 여섯 명만이 성인의 나이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네 명은 콜레라, 천연두 등으로 어린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죠. 이들에 대한 슬픈 기억은 존의 누나인 로절리의 시각으로 회상됩니다. 그럼에도 이들 남매들은 서로를 자기들 방식으로 아끼고 끌어주며 우애 깊게 성장합니다.
그들 집에서도 물론 흑인 노예는 있었지만 존을 비롯해 이들 가족이 특별히 노예를 학대하고 차별하거나 격렬하게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싫어했다는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노예 유지를 주장했던 버지니아에 기반을 뒀던 부스 집안이었고 남북 전쟁이란 국란을 겪으면서 어느 순간 존은 링컨을 비롯한 북부의 지도자들에게 격한 반항심을 갖게 되죠. 물론 당시 대부분 남부인의 정서가 그러했겠지만 그들과 존의 차잇점이라고 하면 존은 생각하던 바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존이 링컨을 암살한 이후 부스 가족 역시 격랑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아들이, 동생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암살범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존의 사망 이후 남은 가족 들의 뒷 이야기 역시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과연 존 윌크스 부스는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인종 차별 주의자 악당이란 몇몇 단어로 정리될 수 있는 인물일까요? 결코 그에게 면죄부를 부여할 순 없겠지만 시대의 증오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리게 된 열정적인 청년으로 봐야 할까요...
작가는 그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링컨의 암살범으로 영원히 그 이름을 남기게 된 존 윌크스 부스.... 이 전기 소설로 당시의 사회상 역시 잘 파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