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1시 38분, 휴대폰에 낯선번호가 떴다.

나: 여보세요?

발신자: 안녕하세요 기호0번 후보 자원봉사입니다.

나: <버럭> 여보세요?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아냈어요?

발신자: <뜨악한 목소리로> 휴대전화번호야 여기 저기 많이 있잖아요?

나: <버럭 버럭>댁들이 내가 그 동네에 사는지 어떻게 알구 번호를 알아냈냐구요?

발신자: <더듬 더듬>주차해놓은 차에 전화번호가 있어서요...

나: <싸늘한 목소리로>나는 운전안하거든요.

발신자: <더듬 더듬>왜 연락번호 남겨놓으시는거 있잖아요?

나: <다시 버럭>아 그러니까 어떤 놈이냐구요? 내 연락번호는 나한테 연락하라구 알려줬지 댁들한테 넘겨주라고 준거 아닌데 어떤놈이 넘겨줬냐구요?

발신자: <더듬 더듬>그게 저...

나: <싸늘한 목소리로>몇번 운동원이라구 하셨지요?

발신자: 아니요 저기 죄송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아마도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른다.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여자가 세상 참 힘들게 사는군 쯧쯧...> 혹 그렇게 혀를 찼을지도...

어쩌면 내가 지지하려고 했던 후보가 표다지기 차원에서 전화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내편이든 남의 편이든 그런식의 룰을 깨트리는 행위가 싫다. 그냥 싫은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혈압이 확 오를정도로...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이제 대충 넘어갈 나이 아니냐고...

혹은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기까지일뿐이다. 휴대폰에 남아있는 전화번호를 보면서 이걸 정말 끝까지 확인해볼 생각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몇년전이었다면 기운이 펄펄넘쳐 끝까지 확인해보고 따져댔으리라.

그래, 이렇게 대충 넘어가고 있다. 세월을 따라 노쇠해감에 씁쓸해진다.

사무실밖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의 요란한 연설이 들리고 초등학생들이 한무리 지나가고 있다. 건우나이쯤 되었을까?

숨을 들이키며 생각한다. 아이들아, 빨리커라. 어른들이 더 비겁해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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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난하고 까탈스러워서 그런 게 아닌데 그런 의심을 받게 될 때가 있어요.
저도 물어봅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죠?"
그러면 대개 깨갱하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