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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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아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그때부터 이 자서전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왠지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마지막 정리는 비록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쳤지만, 노무현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들을 바탕으로 한 정본  '자서전'이다. 본문 내용은 진보의 미래, 성공과 좌절, 여보 나좀 도와줘 등의 책들과 많이 겹친다. 그렇지만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노무현 본인이 자신의 인생을 톺아보며 적어내린 그 기록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이 나에게 던져준 생각은 이것이다. "비주류가 성공해서 정상에 올라서는 일을 불가능한 일일까?" 부림사건 변호를 맡으며 사회문제에 눈을 뜬 '82학번'노무현은 정치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비주류였다. 비록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취임 직후부터 야당의 정치공세와 보수언론의 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것도 모자라 퇴임 후 검찰과 집권여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았고, 급기야 안타까운 마지막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혼란스러웠다. 돈도 권력도 학벌도 가지지 못한 시골 출신 변호사가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들었던 것이 애시당초 잘못이었던걸까? 노무현 본인의 말대로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축구경기인 셈인데, 경사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공을 차는 진보진영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 골 넣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그런 축구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였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마지막까지 본인이 다듬은 자서전이 아니기에 분량도 조금 아쉽고, 또 마지막 날 아침의 묘사는 정말 본인이 쓴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에 읽으면서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손길이 닿은 자서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을 크게 부각해 이 책의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고, 또 이 자서전을 읽으며 다시금 그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비록 노무현을 알게 되면서 머리속이 복잡해졌고, 인생이 조금은 고달파졌지만, 이 힘듦을 기꺼이 짊어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비록 기울어진 경기장이지만, 세상이 원래 이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뛰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읽은 기간 : 2010년 12월 25일 ~ 2010년 12월 26일
정리 날짜 : 2010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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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청춘들에게
손석춘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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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리뷰를 쓴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니었던 문제들때문에 9월부터 최근까지 많이 힘들었고 방황했다. 11월 말부터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잉여력'이 잔존하고있다. 이 리뷰를 쓰면서 얼마 안 남은 그 기운을 떨쳐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책을 들여다볼 만한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해방 이래 흑백논리와 색깔공세로 점철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1945년 해방정국 시기부터 시작된 흑백과 빨강의 협공은 차차 줄어들었으며, 1987년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우리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소망이 '표면적으로' 한순간에 이루어진 탓일까? 그 후 민주주의 논의는 왠지모르게 낡아빠진 인상을 풍기는 논의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어가는 것에 대해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든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고, 2008년 보수정권이 정권을 다시 잡게 되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민주주의가 사실은 표면적으로만 보장되어왔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바로 그런 흐름을 따라 2008년부터 민주주의를 다루며 고민하는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지금 다루고 있는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참 읽기 쉽게 쓰여졌다. 머리말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10대가 읽을 수도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쉬운 와중에 명확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점은 '여는 글'이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모을 만큼 잘 썼다는 점이다. 자기계발 서적의 대부라고 할 만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시작하는데, 그 책에서 제시한 '원칙'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로서는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꼭 해당 책을 언급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아니다. 넘쳐나는 자기계발 메세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흥미를 느낄 만한 '여는 글'이다.

이어지는 본문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7가지 습관'에도 대응되며, 또 닫는 글에서 마무리하듯 '무지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각 장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우리 삶에 직접&간접적으로 연관되고 있으며, 또 그러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가치있는 일이라는 주제를 인생, 싸움, 대화, 정치, 경제, 주권,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나간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5장 '민주주의는 경제다'와 이어지는 6장 '민주주의는 주권이다'였다. 

   
 

(168쪽)정치와 경제를 나눠서 대학에서 전혀 별개로 가르치고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사고하게끔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노림수입니다. 누구일까요? 현재의 경제 질서가 흡족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민주주의가 정치인 동시에 경제임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 경제 체제인가를 꼼꼼히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0대들이나 분별력이 부족한 일부 독자들이 자칫 심각한 음모론으로 독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꼭 틀린 말도 아닌것 같다. 실제로 고전경제학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받은 밀의 역작은 제목이 '정치경제학 원리'였다(원저명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188쪽)노동자는 여러 직업으로 나누어지지만 분명히 짚어 둘 게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사실이지요. 일터에 나가 일(노동)을 하고 월급(임금)을 받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노동자'이니까요.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가난하고 불쌍한" 일용직 노동자만 노동자가 아니죠.  
   

 

얼마전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나온 말인데, 우리나라 보수층의 교육 정책과 교육 내용 장악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참 대단한 성공 아닌가? 사회복지의 개념과 유형, 그리고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는 않지만 학생들은 딱 한 단어로 복지 축소가 올바른 정책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복지병'. 
교실에 앉아있는 30여 명의 학생들 중 절대다수가 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지만, 노동자라는 단어에 어느샌가 부정적이고 힘든 일생을 살다가는 그런 인상을 성공적으로 입혀놨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노가다'와 '막일'을 떠올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본문에도 언급되는 내용인데,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라는 급훈을 듣고 공부하는 아이들은 생각이 어떻게 될 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다.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나같은 독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약간 불편하지만 큰 무리 없이 읽으며 자신의 시각을 조정하 수 있는 책이며, 스스로 우파 혹은 보수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더 불편하겠지만 화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다. 누가 읽더라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민주주의에는 적어도 일곱 빛깔이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흑백과 빨강이 얼마나 우리 삶과 민주주의를 옥죄어 왔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 전문을 아우르는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순우리말의 적극적인 사용이다. 이 책을 한 번 정독한다면 전에 알지 못했던 순우리말을 적어도 두 단어 정도는 알게 될 것이다. 

 

읽은 기간 : 2010년 12월 20일 ~ 2010년 12월 25일  

정리 날짜 : 2010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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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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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의 주인공 두 명을 보고 곧바로 예약주문했던 책이다. 이틀에 걸쳐 읽었는데, 읽는 동안 '아 조국 교수님 생각 정말 괜찮다'라는 느낌을 한두번 느낀 게 아니었다.  

그런데 다 읽고나니 막상 머리속에 무언가가 정리되는 느낌은 없다. 

두번 째 읽으면서 느낀건데, 이 책은 일종의 사전처럼 활용하면 좋을듯하다. 

각종 진보적 정책에 관해 조국 교수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혹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 다른 의견을 참고하고 싶을 때 이 책의 해당 부분을 펼쳐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래에 리뷰를 쓰신 분도 지적하셨지만, 워낙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인지 각 부분별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느낌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 실제 대화에서는 훨씬 깊은곳까지 대화가 진행되었겠지만, 글로 옮겨지고 한 권의 책으로 편집되는 과정에서 많이 누락되지 않았을까싶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한 가지 일관된 논조가 있다면, 진보 세력이 대중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뉴타운 공약으로 강북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한나라당의 경우와 무상급식 논의로 지난 선거를 휘어잡은 야당연합세력의 경우을 같이 생각해본다면 알 수 있을것이다. 대중이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진보세력은 반드시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87년 6월 항쟁도 시민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사건이고 촛불시위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과연 대중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참신한 '그 무언가'는 언제쯤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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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만나다 - 항소이유서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 1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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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기대했던 그런 구성은 아니었다.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빌려온 내 잘못이긴 하지만, 나는 대화(리영희,임헌영)같은 책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기대했던 방향이 다르기에 책을 읽으면서 그닥 큰 기쁨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유시민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 점이 기뻤다. 

실제로 지승호씨가 그동안 인터뷰했던 내용을 쓴 2부는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2001년~2005년 당시 유시민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에 대한 사전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 당시 상황을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을 읽어본다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왕 빌린 책이고 또 유시민을 다룬 책이기에 끝까지 읽어냈다. 

 1부, 유시민이라는 코드. 지승호, 정혜신, 한홍구, 김정란, 유시춘 다섯 명이 유시민에 대해 쓴 글을 모았는데, 실질적으로 이 부분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  

 

참 안타깝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2부 보다는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스물여섯 청년 유시민의 항소이유서'가 훨씬 더 내 마음을 울리고 기억에 남는다. 

80년대 어두운 시대정신과 또 그 당시 비장한 마음가짐때문인지 지금 읽어보면 어색한 표현이 종종 눈에 띄긴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정말 약간의 배경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내가 그런 정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 항소이유서를 읽으면서 그 냉정함과 분노 사이를 오가는 날카로운 글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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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유시민 - 2012년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서영석 지음 / 리얼텍스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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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시민의 책을 처음 만난 때는 중학교 3학년때였다.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던 내가 대체 왜 어떤 이유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책을 읽고 드레퓌스 사건이라든지 말콤X라든지 내 또래 친구들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지금은 그 책 내용이 거의 기억나질 않기에 다시 빌렸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을 당시에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냥 이름이 '시민'이길래 참 특이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진지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 생각 없이 지냈던 중학교 3학년 시절인데, 정치인 유시민을 몰랐던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 만난 유시민. 23살이 된 지금 나는 '유빠'가 되어있다. 항상 관심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더욱 정치와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타오르기 시작하던 불씨는 2008년 촛불정국,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010년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더욱 큰 불씨가 되어 내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회 생활에 치여 사느라 2008년엔 정치적 관심이 덜했지만, 공익근무를 시작한 2009년에는 차분하게 우리 사회를 관찰할 수가 있었고, 그 중심에서 유시민을 발견했다. 2003년 처음 만났던 유시민을 드디어 7년만에 재회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유시민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렇게 난 '유빠'가 되어갔고, 지난 6.2선거에서 김문수 현 도지사에게 패하던 날, 내 꿈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유빠를 넘어 유시민 지지자가 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의 과거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1부부터 3부까지 일관되게 한 가지 주제를 밀고나간다.  

'유시민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권이 이기기를 원한다면, 그 후보는 유시민 외에 대안이 없다.'  

1부. '유시민을 떠받치는 두 개의 정치 요소 

말 그대로 유시민을 둘러싼 두 가지 정치적 요소를 살펴본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만들어진, 그러나 현실'인 정치요소인 영/호남 분할구조,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개혁세력 15%의 존재이다.  

보수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영남의 표 분열을 유도하고, 호남의 지지를 공고히 다지고 그 외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표를 얻어 승리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지역기반 정치문화가 아무리 좋지 못한 문화라 할지라도, 그것을 마냥 거부하기만 한다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뒤쳐질 뿐이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진흙탕이고, 내가 그 안에 넘어져 있을지라도 우리가 그곳에서 일어나고 싶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민감한 사항인 지역기반 정치를 지역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매우 설득력있게 분석했고, 읽는 동안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2부. 유시민의 힘, 그 실체는?   

유시민이 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가에 대해 분석한 부분인데, 다 맞는 말이지만 특히 세 단계에 걸친 유시민의 정치적 각성을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유시민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 앞에 서는' 심정으로 '해설자'의 자리를 박차고 '선수'로 등단한다(칼럼니스트,백분토론 진행자인 '해설자' , 직업정치인인 '선수').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노무현에 대한 민주당내 인사들의 흔들기와 반칙행위,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상식에 대한 분노에서 정치판이라고 하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현장 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소시민 유시민'이 '정치인 유시민'으로 변신하기 위한 '1차 각성'이라고나 할까.   -127쪽

재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유시민은 개혁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에 안착하게 되는데, 그의 정치적 2차 각성은 아마도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127쪽

유시민의 진화과정에서 '2차 각성기'는 중요하다. 그것은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스스로 하고 싶어했다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29쪽 

그러나 유시민의 기다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2009년 5월 23일, 도저히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이명박 집권 이후 '바닥을 다지고 있었던'유시민의 '3차 각성'은 노 대통령의 서거가 계기가 된 것이 틀림없다. 유시민은 자신이 정리한 노무현의 자서전 '운명이다' 에필로그에서 "그가 남긴 말과 글을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자문해보았따. 그는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 나는 그와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가?"라고 고민했다고 실토했다.      -134쪽 

노 대통령의 자서전을 마무리하면서 쓴 에필로그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친 것 같지만, 유시민의 심경고백이 지향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는 노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진정한 '권력 의지'를 획득한다. 노 대통령이 남긴 '사람 사는 세상'을 자기 손으로 이루겠다는 소망, 진정한 '노무현 시대'를 이루겠다는 소망, 그것은 차기 대통령을 향해 나가겠다는 명백한 의지 표현에 다름 아니다.    -135쪽 

 3부. 유시민, 이길 수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증명된 선거 연합을 통해 야권의 통합 후보로서 유시민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물론 앞에서 말한 영남권, 다시말해 보수층의 분열을 반드시 '끌어내거나' 분열이 생기길 '바라야'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을 끝까지 합리적으로 밀고나간다.  

 

읽는 과정에서 내 사전지식의 부족으로 몇몇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어볼 만한 책이고, 또 읽기도 쉬운 책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 '표준적인 지능을 가진 평균인으로서, 평균적인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강제로 훈련을 받았다는 점'을 밝혔는데, 서영석이라는 저자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또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에게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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