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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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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어 문장 실력이 형편없는 번역자가 옮긴 책. 읽다 보면 짜증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70쪽에서 `안토니누스`를 `안토니네스`라고 쓴 경우처럼 기본적인 표기조차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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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심재천이라는 신인 작가를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촌스러울 정도로 노란 표지와 엉성하게 그려놓은 인물들에 시선이 꽂혔다. 난 원래 병맛을 즐기니까.

평소 소설도 잘 안 읽는데다가 신인 작가들의 새로운 소설을 더더욱 읽지 않는 나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책날개를 살짝 펼쳐보았다. 어라!?


토익 590점을 맞은 '나'는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위기감 속에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호주!!! 2011년의 7개월을 호주 멜번에서 보낸 나로서는 표지뿐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기 충분했다. 아쉽게도 작품 속 '나'는 멜번이 아니라 브리즈번으로 날아갔다. 

아무렴 어때, 간만에 소설 한 권 읽어보자.


다 읽어보고 나니, 심사위원평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너무 잘 읽혀서  오히려 걱정될 정도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탁월하다. 가벼운듯하지만 주제의 깊이가 범상치 않고, 반전이 주는 문학적 상상력도 대단했다.'


『7년의 밤』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정유정 작가가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를 발표했을때,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접했듯 우연한 기회로 출판되자마자 읽을 수 있었다. 그때 그 작품을 읽고 나서 '거의' 신인이었던 정유정 작가를 주목했었는데, 『나의 토익만점 수기』를 읽고는 심재천 작가야말로 더 주목해야하는 작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취업 시즌이 완전히 끝난 올해 봄. 나는 서류전형 한 번 통과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접었다. '지원자격:토익 800점 이상'이라는 문구 앞에서 나는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넌 꺼져."

참 웃기다. 그런데 슬프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 표현해보자면, '웃프다.' 세상에 어느 주류 소설작가가 이런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 '잉여력'과 '문학성' 을 감각적으로 오가며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가의 감각을 느꼈다. 자꾸 정유정 작가를 언급해서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짧은 호흡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박력과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힘이 뛰어나지만, '병맛'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우리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병맛'을 첨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고, 그게 우리가 웃는 방식이며, 때로는 그게 우리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병맛'을 발산하는데는 또한 '잉여력'도 필요하다. 잉여력은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유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비교적 '쓸데없는 것'들에 몰두하는 에너지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작은 하마 이야기가 어떤식으로 확대-재생산되는지를 검색해보라.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생산적인 사람들은 절대 이해못할 현상이다.(바로가기1:원작 바로가기2:최초번역 바로가기3:패러디 시작 바로가기4:심화발전

본문 맨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심재천 작가는 3년간 무직자 신세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사람, 분명 잉여짓도 해봤고 병맛이 뭔지도 아는 사람일거라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다.

오늘 아침 스티브의 아내를 처음 만났다. (...) 처음엔 땅속에서 외계인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땅이 스스로 열렸고, 생명체의 머리가 올라왔다. 머리, 가슴, 몸통, 다리 순으로 기어 올라왔다. (...) 몸엔 흰색 방사능 재킷을 둘렀다. 우주 괴물이 따로 없었다. 두 발엔 삼색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그녀가 인간일나느 것을 알았다. 외계인이라 믿기엔, 아디다스 슬리퍼가 너무 인간적이었다.

이게 대체 뭔가.. 이거 글로 써있으니 소설이지 약간의 상상력만 더해 만화로 그려놓으면 전형적인 b급 병맛 웹툰의 한 장면이다. 난 작가가 이런 방식으로 장면을 묘사한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작품이 내내 이런식으로 실없는 소리와 어이없는 장면 묘사로만 가득찼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셈이 된다.

바나나 농장을 가장한 마리화나 농장에서 스티브와 함께 일하며 주인공 '나'는 매일매일 영어실력 향상에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짧은 생각일지라도 영어로 반드시 말해보는 습관은 그 노력들 가운데 한 가지이다.

"도대체 이 모기들은 뭣 때문에 있는 건가." 나는 중얼거렸다. 머릿속에서 "what are these mosquitoes for?"라는 문장이 뒤따랐다. 여덟 살짜리의 문장이다. '모기가 뭣 때문에 있냐?"니, 순수하다면 순수하고, 유치하다면 유치한 질문이다. 영어로 사고하면 이 점이 쓸 만하다. 천진무구한 질문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어린애의 시각으로 이 세상을 다시 보게 된다. 머릿속에 낀 때의 오물이 벗겨지는 것이다. (...) 신축 아파트를 보면 "분양가는 얼마일까"를 생각하고, 물고기를 보면 "회쳐 먹을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소와 돼지를 보면 스테이크나 햄버거를 떠올린다. 데이트 중인 커플을 보면 "같이 잤군"하며 이상한 상상을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109쪽)

그녀는 한국어 학습노트를 겨드랑이에 끼고 통나무집을 나선다. (...) 요코는 "왜 쌍니은 없어?", "쌍리을은?, 쌍이응은?"하며 파고들었다. 대답하기 곤란했다. 쌍니은, 쌍리을이 왜 없는지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믿어왔을 뿐이다. (117쪽)


얼핏 보면 철없이 영어를 공부하는 한국인이 내뱉은 공상에 불과한 109쪽 독백은 117쪽의 독백과 연결되는 순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한국어로 말을 하는 동안은 순수한 생각이 불가능하기에 영어로 사고하면 그런 점에서 쓸 만하다고 말했던 '나'는 한국어 선생의 입장에서 또다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속절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마지막 한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믿어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영어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지식들은 어떨까.,? 



머릿속엔 온통 '805'다. 나는 냉수마찰을 하루에 세 번 했다. 그래도 '805'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정도면 고득점 아닌가." 스티브가 말한다. "한쪽 눈이 없는 것과 같아. 805점이란 점수는." "그럴 리가," "한국에선 그래." (162쪽)


"그것 참 이상하군. 너처럼 영어를 잘하는 어학연수생을 본 적이 없어."

"아냐, 부족해, 많이 부족해."

"한국이란 나라가 정말 궁금하군."

스티브는 말했다. "도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그나라 국민이 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꾸할 말이 없었다. (208쪽)


좋든 싫든 나는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 (...) 더욱이 곡절 끝에 토익(...) 이 점수를 가지고 왜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단 말인가.

(270쪽)


뭐라 부연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작가가 얼마나 현실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을 때, 영어에 대한 강박은 잠시 잊혀지지만 모든 것이 해소된 후, 강박은 은근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토익 점수가 있기에 대한민국에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는 '나'. 그리고 그러한 '나'가 기업 면접을 보고 나오며 만나는 꼬마.


나는 손에 쥐어진 물체를 본다. 꼬마펭귄 뽀로로 왕사탕이다. (...) "주워주셔서 고맙다고 해야지." 은행에서 나온 아이의 엄마가 말한다. (...) 이 아이의 미래는 밝다고, 나는 생각했다. (277쪽)


모두 꼭 읽어보기실 바란다. 영어에 대한 강박이 토익 점수와 함께 해소되는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영어에 대한 강박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우리에게 던져진다.


마지막으로, 워낙 이야기 전개와 맞물리는 부분이라 여기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눈'과 관련된 표현을 조금 신경써서 읽는다면 분명 책장을 덮었을 때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이다.


소설을 잘 읽지 않으면서도 소설이, 혹은 문학이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다고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 책이었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아파하는지, 무엇으로 기뻐하는지를 피부로 느끼는 작가가 우리 시대의 감성과 우리 시대의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수작이다. 앞으로 심재천 작가님의 행보에 주목할 것을 나에게 약속하고, 또 여러분들에게 부탁한다.



읽은 기간 : 2012년 2월 초

정리 날짜 : 2012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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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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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다.


원제 The shallow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옮겼는데,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되지만 조금 선정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다. 뭐 그렇다고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지만..


제목보다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하는듯하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내가 정리한 이 책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뇌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인간성에 대한 호소. 


인터넷은 이미 거스를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 수년 전부터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으로 시작된 삶의 네트워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부정할수 없는 우리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과정 속에서 자기 자신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자각하면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간단했다. 긴 문장을 읽기가 힘들어졌으며, 매 순간 새로운 메일 혹은 메세지를 확인하지 못하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글쓴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와 같은 경험을 했거나 혹은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수단은 바로 뇌과학의 연구성과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뇌의 구조가 변할수 있다는 가소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논지전개는 끈질기다 못해 가끔 지겨울 정도다. 그만큼 저자는 사실에 기반한 설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행동은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반면 사용되지 않는 회로들은 가지치기당하는 식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연하다는 것이 곧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의 신경 회로가 고무줄처럼 이전 단계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신경들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형태가 더 낫다는 보장도 없다.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만큼이나 빨리 우리의 뉴련을 파고든다.(61쪽)


신경가소성은 말 그대로 우리의 신경 체계가 변화할수 있는 특성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할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제시한 뒤 이어지는 논의는 다소 지루할때가 있지만 때때로 놀라운 사실을 안겨주며 인터넷 사용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양상은 어떠한지를 설명한다. 


컴퓨터 앞에서든 스마트폰과 함께든 인터넷 사용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다소 산만해지고 깊은 사색이 어려워지는 현상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지금의 상황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지한다. 도저히 따라잡을수 없을 만한 속도로 펼쳐지는 정보의 세계 앞에서 우리는 점차 '기억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중암감을 내려놓으려 하고있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는 순간 스크린에 펼쳐지는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들은 끊임없이 그렇게 우리를 유도한다.


우리 사고의 기능을 자동화하면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강력한 전기 체계에 양도하면서, 우리 앞에 당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과학자 조셉 와이젠바움과 예술가 리처드 포먼 모두가 지녔던 그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바로 우리의 사람됨과 인간성이 점차 침식당하는 것이다.(318쪽)


우리에게는 이 같은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에 대해 주의할 의무가 있다.(323쪽)


저자의 주장은 바로 위와 같다. 거스를수 없는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가 새로이 얻고자 하는 것과 잃어버리길 주저하지 않는 것들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을 좋아하고, 또 공부하려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2012년 1월 16일 오전 0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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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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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대한민국의 좋은 점, 아니면 한국 문화의 우수함을 다룬 책을 읽든지 강연을 들어야겠다. 연속해서 대한민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책들을 읽었더니 머리도 어질어질하고 감정상태도 매우 불편해진다. 어째 이놈의 나라는 이렇게 잘못된 점이 많은건지.. 

2007년 한국 사회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쓴 책이다. 목차를 둘러보면 알 수 있겠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에 재직하던 시절부터 삼성에 입사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때, 그리고 비리 고발 이후 삶의 모습까지를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라는 단어는 결코 좋은 느낌의 말이 아니다. 비리를 저지를 것만 같고, 정치권력과 결탁해 부당한 이득을 얻어낼 것만 같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러한 심증을 확실히 뒷받침해주는 여러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나쁜 짓들이 소개되지만, 글쓴이가 생각하는 가장 근원적인 나쁜 짓은 바로 '비자금 조성'이다. 그리고 그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 중 한 가지가 간략하지만 정확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방법 말고도 수많은 방법이 동원되겠지만..

354쪽) 전례를 따른다고 돼 있는 '샘플비'가 거래금액의 15.8% 가량을 차지한다. "100 + 20 = 100 + 1 + 19"라는 표현도 나온다. 여기서 '1'은 삼성물산이 가져가는 수수료, '19'는 '샘플비'다. 샘플비가 바로 비자금이다. 거래금액을 120%로 부풀린 뒤, 적정가격(혹은 원가)과의 차액 가운데 20분의 19가 비자금이 된다. (...) "100(원가), 19(샘플비 반송), 1(은행수수료 포함 총수수료)"이라는 내용이 옆에 기재돼 있다. (...) '샘플비 반송'은 부풀려진 거래금액의 15.8%(부풀려진 가격과 원가와의 차액 가운데 20분의 19)인 비자금을 삼성 비서실(나중에는 구조본, 전략기획실)로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위의 인용문은 1994년 삼성물산 영국 법인과 삼성 전관(현 삼성SDI) 두 회사가 주고받은 문서 중 일부이다. 삼성전관은 필요한 물품을 삼성물산 영국 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이 때 원가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고 수입한다.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은 삼성물산 영국법인은 그 중 19%에 해당하는 금액을 다시 한국에 있는 삼성 비서실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을 통해 삼성 비서실(=구조본=전략기획실)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비자금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비자금은 삼성이 우리나라 각계의 사람과 조직을 '조련'하는 데 쓰인다.  

삼성 비리의 실체, 삼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러 국가기관들의 모습, 이건희 일가의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각종 언행들이 이 책에는 다양하게 소개된다. 그 중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건희 회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정장 브랜드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셔츠가 1500만 원, 코트가 5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옷이 저렇게까지 비싸질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과 또 그것을 '즐겨'입는 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또한 이서현씨는 제일모직 내부 의류기획과정에서, 100만원 '짜리' 옷을 대체 누가 입냐고 말했다고 한다. 비싸서 안 입는다는 표현이었으면 좋겠지만, 그 반대라고 한다.

글쓴이가 기본적으로 법률가이기 때문에 글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 다행히 전반적으로 읽기 쉬운 편안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과 삼성 SDS BW헐값 발행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부분을 비롯한 몇몇 부분에서 약간 어려운 용어가 쓰이는데, 법률 용어나 검찰 조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좀 건너뛴 부분도 있다ㅜㅜ)  

 

마지막 부록인 천주교 사제단의 기자회견 전문을 읽다보니, 본문을 읽을 때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날짜'들이 새삼스럽게 내 눈에 들어왔다.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 고발 사건은 바로 2007년 10월에 발생한 사건이다. 그때 대체 나는 무얼 하고있었던가.... 내가 기억하는 2007년 10월의 모습은 오로지 대학교 축제와 중간고사뿐이고, 11월로 넘어간다고 해도 동기들과 함께 놀러다닌 기억뿐이다. 지금의 내 시선과 지적 역량으로(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때의 나를 재단해서 당시의 나를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당연히 합당한 태도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런 사건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넘어갔던 내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그저 [김용철이라는 사람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같이 삼성의 내부 비리를 고발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직접 겪게 되는 수많은 사건들, 직접 겪지는 못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각종 사건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의롭지 못한 일들과 마주쳤을 때, 외면해야 할까 맞서야 할까.

 

읽은 기간 : 2011 01 20 ~ 2011 01 21 

정리 날짜 : 2011 01 22 

더 읽어볼 책 :  

 프레시안 기자들이 펴낸 또다른 삼성 비리 고발 책(알라딘 품절ㅜㅜ)

  삼성을 생각한다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김용철 변호사가 참여한 또다른 책들 

 이런 책도 얼마 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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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심리학 1 - 내 마음 속 미로를 찾아가는 109가지 심리 이야기
박지영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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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때 심리학 입문이라는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지만, 워낙 공부를 안했던 탓에 기억나는 내용은 거의 없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심리학'과는 사뭇 다른 내용을 배운다는 인상 정도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fMRI등 몇몇 뜻도 모르는 전문용어정도..? 

처음으로 접하는 대중 심리학 서적이다. 2년 전에 소통의 심리학 어쩌구 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긴하지만 워낙 대충 읽었기에 그냥 없던걸로 쳐도 무방하겠다.  

누가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꽤나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데, 거의 모든 장에서 쉬운 사례와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읽어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워낙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있어서인지, 다 읽고나니 정확히 딱딱 기억나는 내용이 별로 없다. 기억에 관한 설명 정도가 잘 기억나는듯 하고, 그 외에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많은 내용을 흥미롭게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맞딱뜨리는 단점이다.  

그래도 심리학이라는 분야에 입문하기에는 안성맞춤인듯 하다. 나처럼 심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즐겁게 봤다는 점을 생각해보니 그렇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이런 책을 두세번 읽으면 그래도 그 한 길 사람 속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

 

읽은 기간 : 2011 01 13 ~ 2011 01 18 

정리 날짜 : 2011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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