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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무늬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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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시기는 5년 전이다. 스물한 살이던 그 시절, 과 선배 자취방에서 고종석의 책 '감염된 언어'를 발견했다. 꽤나 흥미로운 제목이라 읽기 시작했던 그 책을 접하며 나는 고종석의 팬이 됐다.


'자유의 무늬'는 고종석이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신문 및 각종 지면에 발표한 글을 묶은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고종석의 사상이 책 곳곳에 뿌리박혀 있다. 그리고 고종석의 사상은 꽤나 일관적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화신인 그에게 모든 종류의 집단주의, 특히 민족주의는 혐오 대상이다. '자유의 무늬'에 수록된 여러 글에는 이러한 그의 사상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나 역시 그 사상을 따르는 독자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그의 글들을 읽었다.

가장 마음에 들어온 글은 '진리의 열정에서 해방되기'였다. 마지막 문단을 인용해본다.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즉 문화로서의 전체주의를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우선 진리의 전유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남들이 진리를 전유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진리에 대한 사랑을 줄이는 것, 열정의 사슬을 자유로써 끊어내고, 광신의 진국에 의심의 물을 마구 타는 것이다. 자유나 평등이나 민주주의나 인권이나 환경처럼 보편적이라고 알려진 가치들에 대해서까지도 이성의 계산기를 다시 들이대며 그것들을 섬세하고 구체적인 윤리의 체로 밭아보는 것이다. 민족이나 통일이나 애국이나 스크린 쿼터 같은, 더 유동적이고 제한적인 가치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자유의 무늬' 143쪽

날이 갈수록 내 안의 회의주의, 혹은 의심은 강해져만 간다. 그 대상은 전체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누구에게나 부정적인 것들부터 시작해, 애국심이나 민족의식, 동기동창 문화 등 일견 보기에 긍정적인 가치에까지 미치고 있다.

문득 고종석의 책을 읽던 와중, 내가 그의 주장과 사상에는 회의의 칼날을 들이민 적이 없다는 자각을 했다. 5년 전 그의 저서를 만난 이래, 그의 주장과 글은 항상 나에게 모범으로 다가왔으며 내가 따라야 할 진리였다. 

이제 '고종석이라는 진리'의 열정에서 해방될 준비를 해야겠다. 그도 결국은 불완전한 인간이며, 트위터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인격은 사실 그리 존중할 만한 수준이 못 되는 것 같다. 다만, 뛰어난 언어학자이자 글쟁이 고종석의 모습은 꽤 오랜 시간 내가 따라야 할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내용이 하나 더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십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꺾여들어가는 내가, 벌써부터 집중력과 독해력 그리고 텍스트를 꿰뚫는 안목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 
산발적 텍스트와 하이퍼링크를 보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일관적이고 선형적인 텍스트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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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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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쓰는 독서 리뷰인가.. 마지막으로 쓴 게 심재천씨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리뷰이고 무려 2월 17일에 쓴 글이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학교 생활을 하느라 너무 바빴다. 3년만에 돌아간 학교는 날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고, 나도 나름대로 학교 밖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바빴다. 그런 와중에 역시 가장 먼저 줄어든 시간은 독서시간이었다. 학기 내내 틈틈히 책을 읽긴 했지만, 정리해서 리뷰를 쓰지는 못했다. 이제 방학하고 거의 한 달이나 지나간 시점에서 드디어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이클 샌델의 저작은 두 번째로 읽는다. 전작『정의란 무엇인가』를 2011년 1월에 읽었으니 꼭 1년 반만에 다시 샌델을 만났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이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전작의 초반부에서 다루었던 문제를 확장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이후 다양한 저작들이 우리나라에 번역,소개되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실상 『정의란 무엇인가』를 전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샌델이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이미 다른 매체나 리뷰어들의 글에서 언급되었기에 내가 또다시 언급해 인터넷 공간에 불필요한 문장을 더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끝까지 읽은 결과, 샌델의 가장 주효한 뒷받침 명제는 결국 '시장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규범을 나타낸다.' 이 문장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매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교환에서 그치지 않고, 거래되는 대상의 규범, 가치, 존재 방식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우선 샌델이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면 시장은 비시장의 영역이었던 것들을 대부분 '부정적'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어린이집 이야기는 시장 규범이 어떻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밀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는 우리도 늘상 겪는 경우라 생각한다. 해야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우리는 버릇처럼 '돈'으로 그 잘못을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늘상 만드는 스터디에서는 자주 지각비 제도가 만들어진다. 서로간의 책임감이 아니라 결국 돈으로 규제를 하는 형국이다. 


시장 원리와 도덕 가치의 대결에서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는 사례들을 쉼없이 제시하는 샌델은 책의 마지막 세 문단에서 최종적인 관심사이자 우려를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며 논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되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민주주의에 좋지 않으며 만족스러운 생활방식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고,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5~276쪽)


이 부분을 읽으며 샌델이 그냥 철학자가 아니라 롤스 정의론을 비판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치' 철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결국 샌델이 걱정하는 것은 재산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중심적(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단어라고 김선욱 교수님의 해제에 설명되어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샌델에게 있어, 신분제 사회화 되어가는 미국의 모습은 사실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작의 후광으로 출판 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번 저작은 사실 사회적 후폭풍으로만 본다면 전작에 한참 못미치는듯 하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지 않은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제시하는 미국과 여러 나라의 사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읽은 기간 2012년 7월 8일 ~ 2012년 7월 16일

정리 날짜 2012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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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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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만났다. 여자친구와 타임스퀘어에 놀러갔던 날, 옷 구경을 조금 하고는 교보문고 안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는데, 아까 봐뒀던 옷이 자꾸 생각난다며 잠시 보고 오겠다는 여자친구. 혼자 갔다올테니 책 구경을 더 하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주로 책을 구매하는 탓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먼저 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되려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새로 만났다. 『지식의 권유』

 

두 페이지 읽을때까지는 그저 그런 '종합적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 지식 모음집'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정치적 좌파, 문화적 우파"라고 머리속으로 대답했다. 바로 몇 초 후,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한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큰 함정이 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일단 자신이 좌파와 우파 어느 한쪽에 속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정치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둘 중 어디에 속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도 일단 질문을 받게 되면 '그 질문이 규정하는 범위 안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그저 그런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는 느낌과 흥미를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한번 광고문구를 살펴보니 EBS 간판 프로그램 '지식채널e'를 만들어낸 PD란다.(솔직히 김진혁pd를 전혀 몰랐었다) 선 채로 순식간에 50페이지까지 읽어버렸고, 요즘 지갑이 얇아진 탓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사버렸다.

 

통념에서 벗어난 시각에서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접근하고 고민했던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만큼 만만치 않는 내공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언제나 그렇듯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이런저런 표시를 해두었고, 그러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재독을 하며 정리해보니 인상깊었던 부분들이 딱 요즘 나의 중심 주제인 '현실과 욕망'에 관련있는 꼭지들이었다.

 

본격적으로 욕망을 논하는 10.소수의 욕망이 다수의 희망을 훔치는 사회

지는 것도 인생, 곧 현실이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15.때로는 지는 것도 인생이다

네거티브의 과잉 속에서 포지티브의 부흥을 외치는 19.진짜 희망을 원하는 우리, 가짜 희망이 필요한 그들

대중들의 욕망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20.관심의 발화점을 찾아라

가치 담론의 홍수 속에서 기능의 재평가를 외치는 21. 가치주의자여, 기능주의자가 되어라

욕망을 가진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27.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비전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찾자는 28.벌거벗은 비전과 힘겨루기

진보 세력이 도덕성 결박에서 벗어나 '현실적' 집권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30.라이언 일병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라

 

그 외에도 언론에 대한 저자의 독설과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논하는 부분들도 흥미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제목을 보고는 '지식' 이라는 단어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낼것 같다. 나도 그러했고, 만일 지식채널e 연출자로서의 저자를 미리 알고있던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딱히 어떤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지식을 '권유'하는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복학을 준비하고있는 상황에서 지적 흥미를 상당히 자극해주는 책이었다.

 

우연이지만 어쨌든 교보문고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했던 여자친구 덕분에 발견한 책이라고, 그러니까 곧 선물이라고 생각하련다.

 

 

읽은 날짜 2012년 1월 17일 ~ 1월 22일

정리 날짜 2012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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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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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0자평으로만 쓰려다가. 글자 제한이 답답해 짤막하게라도 쓰다. 

 

1월의 충동구매로 다른 네 권의 책과 함께 산 책이다. 그런데 왜 내가 사고 나니까 선착순 100권 친필싸인본을 판매하는지 ㅜㅜ...  

푸념은 됐고.. 조국이라는 사람의 전반적인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합리적이며 훌륭한 글들이다. 직접 집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전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보집권플랜』에 담긴 주장들을 꽤 많이 다시 접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매력적인 논지전개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장인 '법률에 고한다'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나의 개인적 경험으로는..) 그의 법률적 논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법대 교수인 그의 법에 관한 논의를 제대로 접한 게 처음이라니 좀 이상하다.  

그리고 한 가지 신경써 읽어볼만한 특징으로는 글쓴이의 광범위한 독서와 다방면에 걸친 사례인용과 비유다. 각종 활동을 하시면서 언제 그렇게 시와 영화와 드라마까지 다 섭렵하셨는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아직까지는 몇 개 안되는 리뷰들이 모두 호의적인 리뷰니까, 이제부터 아쉬운 점을 말하고싶다. 첫째는 글의 구성이고, 둘째는 가격이다. 

책에 실린 모든 글은 일전에 각종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던 글이 약간의 수정, 내용의 추가, 재편집을 거친 글들이다. 그렇기에 기존에 글쓴이의 지적 동향이나 언론 인터뷰를 접해왔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굳이 꼭 사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읽기 좋게 잘 편집되긴 했지만, 조국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꾸준히 말해왔던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이점 때문에 더욱더 책값이 불편하다. 글쓴이의 글다듬기 노력을 폄하해서는 절대 안되지만, 새로운 저작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정가가 무려 19000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양장본으로 제본해 불필요하게 가격만 올라간 책으로 보인다.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양장본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더군다나 처음 읽으면서 굉장히 화가 난 이유가 또 있다. 1장의 후주 가운데 1번부터 8번까지의 후주의 순서가 모두 뒤죽박죽이다. 본문에서 1번으로 표기된 내용은 후주 3번을 읽어야 하고, 2번→4번/3번→5번/4번→6번/5번→7번/6번→8번/ 이런 모양이다. 반품신청을 하려다가, 대략 훑어보니 어느 주석이 어느 본문에 어울리는지 파악이 되어서 따로 펜으로 표시만 해두었다. 책을 필사로 찍어내지 않는 이상 초판을 가진 대부분 사람들이 이럴텐데, 출판사의 마무리가 아쉽다. 이것 때문에 별점을 두 개 깎았다. 대화를 할 때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하듯, 책을 평가할 때 내용 자체뿐 아니라 편집과 책의 제본상태도 중요하지 않은가.  

그러나 불만사항은 내용과 논조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닌 구성과 편집에 대한 것이다.  

글쓴이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사회-문화적 진보에 대해 생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진보의 가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수월하게 권할 수 있는 책이며, 좋은 사회를 고민하는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기 위한 입문서로도 적합하다. 물론 이미 그러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자기 논지 강화나 혹시라도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보충을 위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읽은 기간 : 2011 01 24 ~ 2011 01 27 

정리 날짜 : 2011 01 27

 

 더 읽어볼 책. 

 오연호 기자와 함께한 최근작. 

       그의 다른 독립저작들.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던 참고문헌 

   관심이 생긴 해외 학자. 샹탈 무페. 

 자주 인용된 참고문헌.

 

* 아.......  아이엘츠 공부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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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들의 대한민국 -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우석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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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부쩍 경제 관련 서적, 그것도 우석훈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편향된 독서는 그 방향이 어떻든 결코 좋지 않지만, 그동안 내 시각 자체가 약간 편향되어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교정으로 우석훈의 저작을 많이 읽는다면 결코 나쁜 독서방향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직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이 본문의 내용과 꽤 어울린다. 그렇지만 우석훈이라는 글쓴이의 평소 성향을 모르는 이가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다면 당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표지에는 제목과 함께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속도·성장·개발의 딜레마에 빠지다'  이 문구만 본다면 한국 사회, 그것도 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혹은 사회학적' 일갈이 담긴 책이라 생각할만 하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책은 철저히 '미학'적인 책이다. 즉 '아름다움'을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도 당연히 종류가 여럿 있는데, 글쓴이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개발과 도시의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생태적 아름다움을 찾아나서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 경제적, 사회적 현황과 정책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5쪽)동아일보사 옆의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흘리고 이 물에 물고기를 풀어놓는다. 이 수도꼭지에 물을 트는 행사를 '통수식'이라고 불렀다. 비가 올 때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이 청계천은 환경운동가 사이에서는 어항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청계 인공 하천'이라는 정확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청계천은 실제 하천이 자연형으로 복원된 양재천과는 다르고, 중랑천과 다르고, 복원 중인 탄천과도 다르다. 지금의 청계 인공하천을 보고 가슴이 설레거나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면, 아마 도시 미학에 심하게 중독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와 같이 글쓴이는 서문에서부터 이 책이 '도시 미학'에 반대하는 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도시 문명과 경제개발 전반에 대한 '경제적'인 논의가 아니라, '미학'적 논의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예고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알아둘 사실이 있다. 출판된 시기를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주요 비판대상은 출판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도시 미학 혹은 개발 미학의 최대 발현이라 할 수 있는 '(당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경부운하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거쳐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거의 이름만 바꿔 이루어지고 있는 이 거대한 '삽질'은 결코 이명박 정부만의 독창적인 정책이 아니다. 개발 논리에 함몰된 대한민국이 십수 년 전부터 꿈꿔온 '숙원' 사업이다. 이에 대해 우리가 알아둘 사실이 이 책에는 많이 나오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28쪽) 경부운하의 원형에 해당하는 운하 계획을 나는 현대건설에 다니던 시절인 10년 전에도 본 적이 있고, 중간에도 다른 경로로 이 계획에 대해 여러 번 더 검토한 적이 있다. 여론의 힘으로 한국 사회에서 불도저를 잠깐 세울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세울 수는 없다. 장담하건데 이 대운하 혹은 그를 대체하는 유사한 계획은 오고, 또 오고, 또 올 것이다. 왜냐하면 대운하는 단순히 이명박이 지나치게 토목선설을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벌어진 일도 아니고, 통합민주당에 비해 한나라당이 건설자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정당이라서 벌어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싶다면, 3장「대한민국 개발 오감도」부분을 읽어보면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글쓴이의 '미학'적 탐구를 따라가보자. 2장「청계천은 어항이다」에서는 사람들의 행위의 근거로 '경제이성'과 '상식' 두 가지를 설명한다. 그 다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81쪽)청계천 복원 사업은, 어쨌든 아름다운 조경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그래서 일단 가시적 아름다움이 있으면 많은 한국인은 "그것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삶 속의 많은 것은 이렇게 아름다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내는 2008년 한국에서의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람의 행위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서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경제이성이나 상식만큼 미학이라는 범주가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집단의 차원이 되면, 그 힘은 강력하다.

글쓴이는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미학, 즉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을 의사결정의 중요한 원인으로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뉴타운 공약이나 청계 인공하천 조성사업 등이 칭찬받을리가 없으며, 난지 생태공원이 골프장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아낸 이유도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91쪽) 시대 미학, 그것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다. 물론 우리가 공유하는 2008년 대한민국의 미학은 정상적이거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미의 세계에서도 만약 '전도'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가 공유하는 미학은 전도되고 왜곡된 형태의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만의 주도적인 미학은 '건설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그 위에 무엇인가를 짓는 바로 그 행위를 '위대한' , 그래서 '아름다운' 행위로 간주한다. 사실 이런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조 오늘 낮 신도림역 앞을 지나다 건설중인 디큐브시티의 외관에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나도 어쩔 수 없이 건설 미학에 빠져있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렇듯 건설 미학에 비판적 칼날을 들이대는 책을 읽은 나조차도 그런 커다란 건물에 놀라고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데,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야 어떨까..  

이러한 미적 감각은 정치권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새만금을 옹호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대표주자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언급되는데.. 솔직히 불편했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 아직까지도 노무현과 유시민을 '우리 편'으로 생각하는 내 마음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나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글쓴이가 특히나 공들여서 '까는' 사람은 바로 참여정부 시절 문화재관리청장이었던 '유홍준'씨다. (사정을 알고 싶다면 93쪽을 읽어보면 된다.) 

121쪽)정말로 시대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한국의 최근 10년은 민주화·정의·인권과 같은 단어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결합된 단어에 의해 움직인 것인데, 하나는 '도시 미학'이고 그 뒤에 숨은 힘은 '건설 미학'이다. 이 두 개의 힘이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조감도이다.

다시 한 번 '도시 미학'에 대해 언급하며, 글쓴이는 '조감도'의 위력을 설명한다.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대규모 사업을 관철시키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시각적으로 대중을 압도해버리는 조감도이다. 위에서 내가 잠깐 말한 디큐브시티 또한 마찬가지로 조감도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압도적인 크기와 '땅값이 올라가면 더 잘살게 될 것이다'라는 허황된 명제가 결합되면서 무시무시한 힘을 과시하는 '도시 미학'은 점점 기세를 더 확장해간다. 글쓴이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124쪽)불도저는 이성과 상식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미학의 힘으로 달리고, 이 시대 미학은 여전히 '도시적 감성'이 절정을 달한다. 한국에서 정말 강하고 무서운 것은 물리력이나 경제력이 아니라 미학이고, 이 미학이 투기 심리와 결합되면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대마왕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이명박은 안다. 그게 중요하다. (...) 그는 문화가 뭔지 잘 알고, 예술이 뭔지 잘 알고, 시대 미학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다.

이정도까지 글쓴이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데?'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오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솔직하게 그게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174쪽) "과연 이렇게 하면 세상이 나아질까?" 이 질문은 생태주의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불이익 혹은 불리함이다. (...)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건축 미학의 광적인 지지자는 땅값 상승에서 시작하여 국민경제와 국민의 삶 혹은 민족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보존하자고 말하는 생태 미학의 예술가는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아니, 무슨 이런 바보 같은 전선이 다 있어? 물론 이런 일은 역사 속에 수없이 존재했다.

사실 이는 생태주의 미학 진영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점은 아니다. 거칠게 재단한다면 한국의 정치지형을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있을테고, 또 그들의 특성을 거칠게 포착한다면 보수는 '물질'을, 진보는 '가치'를 내세우게 마련이다. 이 점에서 모든 진보주의자들은 약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먹고사니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인들은 뜬구름 잡는 몽상가로 보이거나, 심하면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질서'를 교란하려는 빨갱이로 보이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서 조국 교수는 분명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래도 글쓴이는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나름의 대안과 기준을 제시한다. 5장의 175쪽에서 시작해 6장 마지막까지 제시되는 대안과 기준들은, 아직 생태 미학에 대한 입장이 거의 전무한 나로서는 그저 별말 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글쓴이는 생태 미학이 갔으면 하는 방향 다섯 가지로 1.지속 가능성 2.공동체 3.자치 4.소통 5.다원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지 말았으면 하는 방향 세 가지로 1.우월적 계몽주의 2.선험적 패권주의 3.근엄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5장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서 마지막까지 미학적 가치를 논하고자 하는 자세를 유지한다.

181쪽)경제학자가 미학이라는 주제넘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김에 이제는 각 분야별로 생태 미학이 어떻게 전개되면 좋을지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렇게 마지막 장인 「생태 미학 상상도: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름다움이다」가 펼쳐진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건축의 생태 미학이라는 관점에 맞춰 '복원','보존','공존','골목길'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예술과 스포츠, 그리고 마케팅 분야에 이르기까지 생태 미학적 태도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  

 

다 읽고나면, 정말이지 이놈의 대한민국은 어디 하나 똑바로 굴러가는 데가 없는 천덕꾸러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다 일장일단이 있고, 모든 현상은 한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통시적으로 보나 공시적으로 보나 유례 없이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정말 초단기간에 나름 '세계적'인 국가가 되었다. 갑자기 키가 크면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책이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그만큼 성장통을 치료할 약이 많아졌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생태 미학적 경제개발이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이 된다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민 분야가 하나 더 늘었는데,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항상 애매하다. 

읽은 기간 : 2011 01 18 ~ 2011 01 19 

정리 날짜 : 2011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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