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 가슴을 도려내는 듯 아름다운 우리 문장 43
장하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문장
쪽 수: 278쪽
지은이(/번역자) : 장하늘
출판사 : 다산초당
출판년도(판/쇄) : 2006년 5월 30일 초판 6쇄
읽은 기간 : 2010 10 4 ~ 2010 10 6

-청추수제(이희승)
저 달이 생긴 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를 어루만지고 주무르고 꼬집고 하였을까? 울기는 누구누구며 웃기는 누구누구? 원망인들 오죽 쌓였을라고.

-낙엽을 태우며(이효석)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백화점 아래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는 내 모양을 어린애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또 즐기면서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20세기 초의 문인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의 그 이효석이 맞나 싶을정도로 ‘도시적’ 낭만을 즐기고 있다.

-행화(윤오영)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생각하니 그 흥겨워 노래 부를 때 한편짝으로 일그러지던 그 입귀가 어딘가 그의 내심적 암시를 보여주었던 것만 같다.

-청춘예찬(민태원)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이 되는 것이다.

-산정무한(정비석)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버린 것 가다. 옷을 훨훨 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책(이태준)
서점에서는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 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록 복되다. 그러나 집에 와 한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날 밤이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
/으익... 약간 공감 ㅜㅜ 읽는 속도는 사는 속도를 따라가질 못한다ㅜㅜ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선물로 받지 않고, 인간의 정신으로 창조해 낸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다.

-그리운 시절(김환태)
나는 그 속의 한 소년이었다.
‘이랴 어저저저’ 함 고삐만 이리저리 채면 그 큰 몸뚱이를 한 짐승이 내 마음대로 제어되는 것이 나의 조그마한 자만심을 간지럽혀주었다.
이 시절이 나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 내 마음의 고향이다.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면, 그 시절을 생각한다. 그리고 소를 생각한다. 고향이 그리울 때면 그 시절이 그립다. 그리고 소가 그립다.

-‘쉽게 쓰기’의 어려움(이형기)
한동안 나는 이효석의 문장을 좋아해서 속으로 은근히 그것을 본받으려고 한 적이 있다. 정평이 나 있는 서정미 넘치는 문장, 한 단락 안에서 같은 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어휘, 그리고 한 번도 접속사를 쓰지 않고 수필 한 편을 거뜬히 써내는 그 솜씨가, 내게는 모두 경탄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쉬운 문장을 쓰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자기 자신이 철저히 이해하는 일이다.
서머셋 모옴의 『서밍 업』은 나에게 이런 태도를 가르쳐준 책이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독자에게, 자기가 쓴 글의 뜻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하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17161103

‘쉬운 글’을 쓰려는 사람을 위해서 한 마디 적어두자. ‘쉬운 글’의 요소는 셋이다. 첫째, 비유법을 써서 표현할 것. 둘째, 구체적인 경험이나 실례를 들 것. 셋째, 인용법을 쓰되 짤막히 쪼크려 표현할 것.

-‘좋은 문장’은 그 사람에게서 배어나는 향기다.(한승원)
좋은 문장은 제작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인격체)에게서 배어나는 향기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 자비롭고 넉넉해지는 마음 가지기 훈련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독약까지 맛본 플로베르의 교훈(정건영)
그리고 문장의 주어와 서술어 관계에 유의하여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말은 우리말대로의 내적 운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무리 산문이라 하더라도 호흡이 있고, 그 호흡이 깨지면, 불협화음의 반란이 일어나곤 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단어가 자기 위치에 있지 않거나, 말맛을 결정하는 어미, 조사가 어색하게 붙을 때, 생경한 비유 따위가 호흡을 깨뜨리곤 한다.


-아적 독서론(윤오영)
이렇게 생각할 때 이것은 모두 한 줌의 사리다. 억 천만 년의 억 천만 인이 사라진 뒤에 남은 몇 알의 녹두알 같은 사리다. 내 문득 책장을 어루만지며 길이 차탄한다. 이것은 한 사람의 글이 아니요, 억만 인의 글이다.
글속에서 작자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고, 남의 고심의 흔적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남의 글을 읽으려면 먼저 내가 서야 한다. 내가 없이 어찌 남을 알랴. 그러나 내 한 길의 자로 천 길의 물을 재려함이 또한 어렵지 아니한가. 오직 내 자를 기르고, 내 자의 길이만치 읽을 수밖에 없으니, 나머지의 심충은 심사로 상량하는 수밖에 없다.

-관조의 세계에서 번져오는 희열(김규련)
와글거리는 개구리 소리에 물이랑이 일 적마다 달과 별은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흐려지곤 한다.(「개구리 소리」)
수필이나 소설은 산문이다. 산문이란 성실하게 낱말들을 부리어, 말하려는 대상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씨름하듯, 기진해서(임선희)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지만 귀로 들어서 기분 좋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읽고 있으면 육체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문장, 바꿔 말해서 라디오 방송이 가능한 문장을 좋아한다.
가위질은 형용사에서부터 시작한다. 왜냐하면 문장이 죽어갈 때는 형용사가 무성한 가지가 먼저 시들기 때문이다. 통풍이 잘되는 문장을 쓰려고 적어도 나로선 애쓰는 셈이다.


-낯선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권현옥)
감동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흡입하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니 어떤 구성에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 순간, 정열(박미경)
작가란 다른 사람이 삶에서 놓치는 것들(못 보거나, 안 보거나, 지나치거나, 간과한) 중에서 삶의 비밀이나 비의, 인생의 촉수를 포착해 올리는 사람일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산의 웅장함이나 난의 향을 매끈한 문장으로 풀어간다 해도 그것은 문장력의 과시일 뿐 문학의 아름다운 힘으로 독자의 가슴에 파고들기는 어렵다.

『박미경이 만난 우리 시대 작가 17인』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62536737
『내 마음에 라라가 있다』
http://use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U452436061
- 장하늘 : 위 책을 읽고서, 그미의 송곳 끝 같은 언어 감각에 놀랐다. 

 


-새하얀 명함 한 장(김소운) - 184쪽 ~ 190쪽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그리고 전체의 성격이 반드시 개체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도 쓸 만한 근거이다.



-동백꽃 필 무렵(김성우)
그토록 영리하고 공부 잘하던 소녀가, 세상 어디 가도 평생 그렇게 또록또록 살아가리라 믿었던 소녀가 포기한 교육 하나 때문에 이렇게 야초화해 버렸으니……. 옛 소녀는 내 손을 보고 참 희다고 말했다. 나는 단지 어쩌다 교육을 좀 더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다지 흴 것도 없는 내 손이 옛 소녀의 까만 손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김성우 님의 『돌아가는 배』 - 장하늘, 스승과 제자 편에서 눈물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5947505


-페이터의 산문(이양하)
네가 장차 볼 길 없는 사람들의 칭찬에 그렇게 마음을 두는 것은 무슨 이유인고? 그것은 마치 너보다 앞서 이 세상에 났던 사람들의 칭찬을 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


-젊은 선장의 최후(오소백)
지도자 노릇이 어려운 건 무거운 책임 때문이다. 책임을 외면하는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가 아니다. 나라의 일을 맡은 지도자는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전쟁터나 기업이나, 집단·가정 등의 지도자도 그렇다. 지도자가 무책임한 사회 집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새벽을 맞는 마음으로(이시형)
공부건, 독서건 꼬박 책상 앞에서 밤새 씨름하다, 문득 창밖의 희뿌연 새벽을 맞게 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온다. 이건 일에 묻혀 밤을 새워본 사람만이 맛볼수 있는 축복이요 감동이다.
20대는 인생의 새벽이다.
새벽을 맞으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


-미운 간호부(주요섭)
나는 문명한 기계보다도 야만인 인생을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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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개정판이 나오면서 절판되었습니다.(개정판 바로가기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년 이후, 언어에 대한 관심은 나날히 늘어만 갔다. 특히 지난 겨울에는 아예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더 나아가 언어 제국주의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 때 남영신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다. 한국어를 사랑하는 분들 중에 한 분이구나 하고 이름만 알고 지냈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그분이 쓰신 단행본을 제대로 읽어봤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장부터 8장까지는 이런저런 분류로 나뉘었지만 결국 우리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들을 짚어보고, 어떤 우리말을 쓸 수 있는지 안내해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9장과 10장에서는 지은이가 품고 있는 우리말에 대한 생각을 서술하고 있는데, 이미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지만 영어공용어화에 대한 10장의 논의는 지금도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우선 인상깊은 부분으로는 1장의 외래어 표기에 관한 부분이었다.  

(27쪽) 외래어 표기는 내국인을 위한 것이지 그 나라 현지인을 위한 것이 아님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가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현지 발음은 우리가 표기 원칙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또 판단 자료로서 중요한 것이지 그것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우리나라를 ‘대한민국’, ‘대한’, 또는 ‘한국’으로 불러 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하나도 없다. 가장 가깝게 불러주는 일본인들의 발음이 고작 ‘칸고꾸’이고 베트남의 발음이 ‘따이한’인 것이다. 우리의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서울로 불러달라고 항의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漢城(한성)을 고집한다. 서울 올림픽 결정 소식을 알리는 사마란치 의장의 선언에서 ‘세울’로 발음했던 것을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는 서울의 영문 표기인 seoul을 자기 식으로 발음했던 것이다. 이를 누가 막는단 말인가?
  

다른 나라의 고유명사를 어떻게 우리말로 표기할 것인지는 큰 어려움 없어보이면서도 또 생각해보면 이런저런 생각거리가 많은 부분이다. 일례로 중국이나 홍콩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예전엔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기했었지만, 몇 년 전부터 그들의 이름을 현지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었다.(모택동->마오쩌둥, 손문->쑨원, 성룡->청룽 등) 그런데 새로 소개되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은 그런대로 잘 정착되는가 싶었는데, 워낙 수십년간 쓰여서 익숙했던 이름들은 여전히 우리식 한자음으로 불리는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해 나는 과연 어떤 표기를 따라야 올바른 것일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는데,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입장정리가 조금은 된 느낌이다. 외래어 표기라는 것 자체가 외국의 말을 자국민이 알아듣기 위해 표기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우리가 편하게 쓸 수 있는대로 표기하는 것이 올바른 일 아닐까? 이렇게 말한다면 그 나라 말을 배울 때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할 사람이 있을텐데, 다으의 구절이 그 반박을 다시한번 봉쇄해버린다. 

(21쪽)   어느 경우에나 한국인끼리 쓰는 외래어는 결코 외국어와 같을 수 없다. 따라서 외래어를 많이 알고 자주 쓰는 것이 외국어를 잘하는 지름길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은 외국어 자체를 익히는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외래어를 자주 쓰는 것은 외국어 발음을 익히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외국어라고 해 봤자 영어 한 가지인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내가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단어들 중에 꽤 많은 단어들이 우리가 평소에 쓰는 영어 단어라는 점을 알았다. 내가 실제로 절절하게 느낀 예로는  jog가 있다. 우리는 평소에 '조깅'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쓰고, 발음은 한국어 발음대로 /조깅/이라 발음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한국어 발음 /조깅/에 익숙해진 나는 영어로 대화하던 중 jogging을 말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dƷɑ:gɪŋ]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그전까지 영단어 jogging을 말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타난 문제였는데, 외국어 발음은 외국어 자체를 통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절절히 느낀 순간이었다.

   

 

두 번째로 인상깊게 본 부분은 다은 부분이다. 책의 원문과 약간 다르게 편집했다. 

29쪽왜 꼭 우리말인가

문화가 유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다만 국어 발전에 유익한 방향으로 몇 가지 원칙을 세워서 외래어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하자는 것.

예, 라디오: 영단어 radio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전파를 받아 소리를 내는 기계’라고 의미가 굳어짐. 그로 인해 ‘라디오’가 생산해 내는 2차 파생어가 거의 없다.(텔레비전도 마찬가지)

예, 부팅booting이라는 용어 :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에 관해 말할 때만 쓰이는 용어. 그러나 컴퓨터를 처음 기동起動하거나 프로그램을 컴퓨터 기억 장치에 올리는 것을 꼭 ‘부팅’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영어 사용자들도 ‘booting’을 그런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해당 언어권 내에서 한 단어는 여기저기서 사용되고 뜻이 바뀌고 확장되는 것. 그런데 단어가 그 언어권을 떠나면 이런 특성들을 상실. 우리는 그 용어를 한 기계나 한 기능에 맞춰서 수입했기 때문. 만일 우리말 ‘띄우기’로 바꾸어 불렀다면, 우리 단어 ‘띄우다’에 이제까지 없던 ‘컴퓨터를 작동함=컴퓨터 상의 booting'의 뜻을 추가할 수 있다. 이는 우리말을 알차고 의미 깊게 만들어 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일 컴퓨터가 ’셈틀‘로 불렸다면, ’셈‘이라는 말과 ’틀‘이라는 말이 현대적으로 다시 나타남. 이제까지 ’컴퓨팅‘으로는 회계도 하고 기계도 제어하고 우주선도 발사했지만, ’셈‘으로는 오로지 어린이들의 산수 공부정도나 떠올릴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텔레비전을 电视라는 한자어로 바꾸어 사용하는 깊은 뜻을 여기서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compute‘의 뜻 : reckon or calculate. 라틴어 유래. com-'together' + putare-'to settle' / ’세다‘의 뜻 : 수효를 헤아리다)
  

어째서 우리말은 전문용어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잡아가지 못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때 큰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이다. 단어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지만, 단독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맥락이나 분위기를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 분위기와 맥락이 달라짐에 따라 단어도 기본적인 뜻을 유지한 채 다양한 뜻으로 변주될 수 있다. 영단어 compute는 원래 고려하다 혹은 계산하다라는 뜻이었다. 그토록 간단했던 일반적 단어 compute는 계산하는 기계인 computer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의미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computing으로는 회계도, 기계 제어도, 우주선 발사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 computer가 우리말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원 뜻인 '계산하다'라는 의미는 배제된 채 기계로서의 '컴퓨터'가 수입되었다. 그 결과 compute와 동일한 뜻을 말할 수 있는 '셈'은 의미 발전을 이루지 못하였고,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잘 쓰지 않는 용어로 전락해버렸다. 외국에서 발생한 개념이나 제도를 우리말로 번역.수입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 내용을 따와서 생각을 적는건 이정도로 마치기로 하자.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느낀 점이 있었는데, 바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다. 나는 평소에 한국어를 사랑한다고 자부하며, 영어로 대표되는 외국어의 우리말 침투를 결코 곱지 않게 바라보는 한국인이다. 민족주의에 쏠려 있다고 비판한다면 사실 할 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반박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런 나조차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가끔씩 '이건 좀 '오바'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변화를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문제이지만, 이미 언중의 대다수가 편하게 느끼는 말의 변화를 이렇게까지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외래어의 무분별한 수용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점을 나도 알고 있지만, 저자의 주장이 때로는 과격해보일 때가 있었다.  

지금 주어진 현상을 바꾸려는 사람의 주장은 원래 근거가 다양하고 또 많은 의견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 그걸 들어줄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잡아끌 수 있을지는 모든 진보적 지식인들의 숙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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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CEBREAK INTERMEDIATE - 회화, 20시간만 들으면 되고 영어, 생각대로 하면 되고
BaEsic Contents House 외 지음 / Watermelon(워터메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basic을 보고 나서는 '이런식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도 꽤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intermediate와 advanced는 mp3를 듣고 따라하는 내내
솔직히... 실망스럽다.


basic이야 이름 자체가 basic이니까 단어와 기초적인 동사 수준에서 이루어진 책 구성이 맘에들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잘못된것일수도 있지만..) intermediate와 advanced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면 지금 이 수준보다는 아주 조금만 더 복잡한 구문이 포함되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시리즈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라고 볼 수 있는 advanced에서도
전체적으로 복문은 보이지 않고 거의 대다수가 단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학습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두권의 활용도는
basic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둘 다 basic과는 다르게 chapter1에서 예문을 본 후 chapter2에서는 계속해서 자기만의 문장을 창작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영어초보들, 그리고 영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판된 교재치고는
설명도 부실하고
난이도가 너무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는듯하다.

난이도에 대해 어떤 분들은 반론을 제기하실 수도 있을듯한데,
적어도 'advanced'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영어회화교재라면......
이정도 난이도로 출판되지는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basic 리뷰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최소한의 문법적 설명은
조금씩 첨가되었으면 한다.

the와 a의 차이점을 짤막하게나마 소개한다든지
시제에 대해서, 12시제나 동사확장이론(조동사-완료-진행-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와 과거에 대해서만이라도 설명했다면... 혼자서 독학하기엔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아무래도 실제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던 코스를
독학할 수 있는 교재로 제작한데서 온 한계라고 생각한다.

(advanced 70페이지를 보면 The guy is trying to stand up on the chair와 A guy is holding the other guy by the arms가 같은 지면에 나와있는데... 영어초보자라면 누구나 the 와 a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것들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없어서 아쉽다.)

(intermediate에서는 Teacher wrote her name on the blackboard라는 문장이 있는데, 정말 영어 쌩초보가 이 문장을 접했을 때 write와 wrote의 의미차이를, 아무 설명 없이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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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CEBREAK BASIC - 회화, 20시간만 들으면 되고 영어, 생각대로 하면 되고
BaEsic Contents House 외 지음 / Watermelon(워터메론)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는 한국어라는 고유한 언어와
한글이라는 자랑스러운 우리만의 문자체계까지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중고등학교 내내 영어는 수학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추앙받고 있고

3.5inch 디스켓보다 쬐금 더 많은 용량을 탑재한 현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전국민이 공교육만 받고도 영어로 소통하는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하면서
어륀지라는 꽤 쓸만한 유행어도 던져주었다.^^

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건 누구나 다 알고있지만
대세이니만큼 누구나 따라가는게 현실인듯 싶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본인의 전공도 영어영문학과이다...... ㅡㅡ
모 대학의 인문과학계열로 입학해서
1학년동안 교양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하다가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정말 좋아했었다^^;;)
그리고 인문계열 전공들 중에 그나마 현실적으로 쓸만해보이는
영어영문학과로 진학하였다.

그런데 막상 진입해보니...
고등학교시절 영어지문 하나를 샤샤샥 읽고 번개처럼 답을 찍어내는 수준의 영어들이 아니었다.
좌절에 또 좌절 ㅜㅜ......
그래도 전공이 영어영문학과인데다가, 수능 외국어영역엔 자신이 있는터라
영어과외는 꾸준히 하고있다.

수능영어는 가르치지만,
이대로 영문과를 졸업했다간 나중에 분명 창피한(솔직한 표현으로 쪽팔린..)상황을 맞이할 것만 같았고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이스브레이크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고,  
바로 인터넷주문을 했다!ㅋㅋ


일단 ICEBREAK의 뜻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때
간단히 공통관심사들을 꺼내어 어색함을 없애는 대화를 말합니다.
small talk인거죠

라고 한다.(네이버 지식in 고마워요~)


'영어'라는 녀석과 대화하기 위해 어색함을 깨는 간단한 대화를 시작하는 용도로
이 책은 정말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사실 책을 보기 전에 인터넷으로 어떠한 정보도 사전에 접하지 않았고,
무작정 mp3만을 다운받아서 쭉 들어보았는데,
처음엔 이게 무슨 영어책이냐ㅡㅡ 라는 생각이 들다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때마다
이거 정말 영어 모르는사람들한테는 획기적인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많은 교재들이 망각곡선을 이용해서 효과적인 복습패턴으로 교재를 구성했다고 소개하는데, 막상 공부해나가다 보면 뭐가 과학적인 망각곡선에 따른 패턴인지 의심스러울때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복습효과만 따지자면 확실하다.

끝까지 다 공부하고나서야 책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접했는데,

기본적인 지시어 100개+필수 단어 200개
영어를 몸에 박아주는 상황 1440개

위와같은 정도만 주어져있다..
그렇지만 저정도의 적은 단어와 동사들로도 훌륭한 상황들이 많이 제시되어있고,
그리고 질릴 정도로 반복에 반복이 이어진다.

그래서 chapter2에서 sit down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등장하는지 직접 세어보았다
(chapter1에서 주어진 표현과 단어들이 chapter2~3에서 계속 반복된다)

83p, 87p, 91p,95p, 110p,135p,143p, 166p, 167p, 170p, 182p,194p,

sit down on the table이라는 표현도 포함해서 세었는데,
적절한 간격으로 계속해서 동일한 표현이 등장한다.

chapter2가 82p~210p인데 그 와중에 동일한표현이 12번 나온다면....
누구든 이게 계속 반복된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을 알려주는 56~61p쪽에는
조금 부가적인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모,고모 등으로 나뉘어 쓰이는 표현이
영어에서는 aunt로 쓰인다는 점 등은

이 책의 실질적인 교육대상인 완전영어쌩초보들에겐 생소한 사실일 텐데
책에서는 한 관계만으로 aunt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점이 이 책의 큰 단점이 되지는 않기에 별 다섯개를 주었다.



간단요약 : abc만 겨우 아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봤을 때
훌륭한 영어 입문서이다.
다만, 수능공부용으론 부적절한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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