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유시민 - 2012년 대선, 박근혜를 이긴다
서영석 지음 / 리얼텍스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유시민의 책을 처음 만난 때는 중학교 3학년때였다.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던 내가 대체 왜 어떤 이유로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책을 읽고 드레퓌스 사건이라든지 말콤X라든지 내 또래 친구들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지금은 그 책 내용이 거의 기억나질 않기에 다시 빌렸다.) 

그런데 그 책을 읽을 당시에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냥 이름이 '시민'이길래 참 특이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진지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 생각 없이 지냈던 중학교 3학년 시절인데, 정치인 유시민을 몰랐던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처음 만난 유시민. 23살이 된 지금 나는 '유빠'가 되어있다. 항상 관심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더더욱 정치와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타오르기 시작하던 불씨는 2008년 촛불정국,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010년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더더욱 큰 불씨가 되어 내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회 생활에 치여 사느라 2008년엔 정치적 관심이 덜했지만, 공익근무를 시작한 2009년에는 차분하게 우리 사회를 관찰할 수가 있었고, 그 중심에서 유시민을 발견했다. 2003년 처음 만났던 유시민을 드디어 7년만에 재회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유시민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렇게 난 '유빠'가 되어갔고, 지난 6.2선거에서 김문수 현 도지사에게 패하던 날, 내 꿈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유빠를 넘어 유시민 지지자가 될 수 있게 도와준 책이다.  

 

프롤로그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유시민의 과거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1부부터 3부까지 일관되게 한 가지 주제를 밀고나간다.  

'유시민이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권이 이기기를 원한다면, 그 후보는 유시민 외에 대안이 없다.'  

1부. '유시민을 떠받치는 두 개의 정치 요소 

말 그대로 유시민을 둘러싼 두 가지 정치적 요소를 살펴본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만들어진, 그러나 현실'인 정치요소인 영/호남 분할구조,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마지막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개혁세력 15%의 존재이다.  

보수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영남의 표 분열을 유도하고, 호남의 지지를 공고히 다지고 그 외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표를 얻어 승리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지역기반 정치문화가 아무리 좋지 못한 문화라 할지라도, 그것을 마냥 거부하기만 한다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뒤쳐질 뿐이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진흙탕이고, 내가 그 안에 넘어져 있을지라도 우리가 그곳에서 일어나고 싶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민감한 사항인 지역기반 정치를 지역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매우 설득력있게 분석했고, 읽는 동안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2부. 유시민의 힘, 그 실체는?   

유시민이 왜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가에 대해 분석한 부분인데, 다 맞는 말이지만 특히 세 단계에 걸친 유시민의 정치적 각성을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유시민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화염병을 들고 바리케이드 앞에 서는' 심정으로 '해설자'의 자리를 박차고 '선수'로 등단한다(칼럼니스트,백분토론 진행자인 '해설자' , 직업정치인인 '선수').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노무현에 대한 민주당내 인사들의 흔들기와 반칙행위,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비상식에 대한 분노에서 정치판이라고 하는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현장 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소시민 유시민'이 '정치인 유시민'으로 변신하기 위한 '1차 각성'이라고나 할까.   -127쪽

재선거를 통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유시민은 개혁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에 안착하게 되는데, 그의 정치적 2차 각성은 아마도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127쪽

유시민의 진화과정에서 '2차 각성기'는 중요하다. 그것은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스스로 하고 싶어했다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29쪽 

그러나 유시민의 기다림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2009년 5월 23일, 도저히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그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이명박 집권 이후 '바닥을 다지고 있었던'유시민의 '3차 각성'은 노 대통령의 서거가 계기가 된 것이 틀림없다. 유시민은 자신이 정리한 노무현의 자서전 '운명이다' 에필로그에서 "그가 남긴 말과 글을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자문해보았따. 그는 세상에 무엇을 남겼는가? 나는 그와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가?"라고 고민했다고 실토했다.      -134쪽 

노 대통령의 자서전을 마무리하면서 쓴 에필로그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그친 것 같지만, 유시민의 심경고백이 지향하는 바는 명백하다. 그는 노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진정한 '권력 의지'를 획득한다. 노 대통령이 남긴 '사람 사는 세상'을 자기 손으로 이루겠다는 소망, 진정한 '노무현 시대'를 이루겠다는 소망, 그것은 차기 대통령을 향해 나가겠다는 명백한 의지 표현에 다름 아니다.    -135쪽 

 3부. 유시민, 이길 수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증명된 선거 연합을 통해 야권의 통합 후보로서 유시민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물론 앞에서 말한 영남권, 다시말해 보수층의 분열을 반드시 '끌어내거나' 분열이 생기길 '바라야'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을 끝까지 합리적으로 밀고나간다.  

 

읽는 과정에서 내 사전지식의 부족으로 몇몇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관심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어볼 만한 책이고, 또 읽기도 쉬운 책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 '표준적인 지능을 가진 평균인으로서, 평균적인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강제로 훈련을 받았다는 점'을 밝혔는데, 서영석이라는 저자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또 이런 책을 쓰게 된 것은,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에게 행복하기만 했던 시절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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