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 2016 영광군민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선정, 아침독서 선정, 2013 경남독서한마당 선정 바람그림책 6
이세 히데코 글.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림에 있어서 이처럼 수채화의 변화무쌍하며 다양한 표현들까지 담아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림이 아름답다는 점, 그리고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영상과 흡사한 점이 눈에 띄는 책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활자가 거의 없이 대부분이 붓으로 자유롭게 흐릿하게 그린 그림들을 보는 동안 마음에 일어나는 수 많은 감정들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 자신이 경험한 굵직한 사건들, 자칫하면 인생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고 있는 큰 시련을 2번 이나 겪었다는 것에 있다. 작가 박완서가 한국전쟁으로 아버지를 읽고 의대에 다니던 아들을 잃고 그리고 남편과 영원한 이별을 했을 때 겪은 그 아픔을 살아가면서 다 쏟아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작품을 써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세 명의 남자와의 영원한 이별이 준 고통과 슬픔때문이었는데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의 작가 이세 히데코는 30대에 갑자기 왼 쪽 눈을 실명하고 곧 이어 25살 된 아들을 잃었다.

 

무엇으로 두 작가를 위로할 수 있을까?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그들이 받은 상처와 충격을 만회할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그 두 사람은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는 삶이었기에 자꾸만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분노와 충격, 아픔과 두려움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냈다. 작가 히데코가 부러운 이유는 그녀가 그림을 그리고 첼로를 연주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붓을 잡고 있는 동안,그리고 활을 들고 있는 동안 만큼은 평소의 상처 입은 그녀가 아닌, 하나의 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베의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이들, 그리고 죽은 가족의 시체 앞에서 전 생애가 무너져 내린 이웃들의 아픔이 그냥 뉴스거리로 귀만 쟁쟁거리며 지나치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직접 그 참혹한 현장에 가서 활을 들고 함께 1012명의 자발적으로 모인 첼리스트들과 연주를 하는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약사 버블워니가 만드는 천연 기능성 화장품
정선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천연비누에 대한 관심이 있어 버블워니를 알게 되었다. 처음엔 모양만 그럴듯한 제품이 나왔는데 그가 알려준 비법대로 손기술을 연마해 보니 제대로 된 비누를 만들 수 있었다. 한 가지를 제대로 만드는데 4-5번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엉뚱한 것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향과 거품이 잘 나오고 피부에 사용해 봤을 때 가장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웠기 때문에 좋은 것을 만드는데 그 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장품은 달랐다. 비누처럼 단순히 세안을 위해서 1가지를 여러 번 만들기에는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고 실제 백화점에 나온 제품들이 상당히 고기능성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피부미용실에 주기적으로 다니면서 무엇보다 백화점에서 온 DM을 꼼꼼히 살펴 새로 나온 화장품을 사러가는 것을 낭비라 여기지 않고 투자한다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천연 기능성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피부노화때문이다. 탁월한 유럽제품들과 국내제품들을 꾸준히 사용해 오면서 피부의 리프팅효과와 화이트닝효과에 대해 크게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피부를 지켜주고 있다라는 안도감은 있었는데 작년부터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면 굵어지고 선명해지는 주름을 보며 대단히 분노하게 되고 허탈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그 많은 돈을 화장품회사의 마케팅에 속아 넘어가 고스란히 갔다바쳤다라는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탄력과 고른 피부결을 원해서 가꾸어 온 얼굴이 지나치게 건조해지고 있는 현실이 정말 무섭고 화가 났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써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하지만 나와 있는 책들을 보면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스킨과 로션에서 립밤 정도로 아주 기초제품만 있고 게다가 원료라는 것이 대부분이 정제수, 글리세롤, 허브향 정도로 아주 흔하면서도 단순하기 그지 없어서 효과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제목에 천연 기능성이란 것을 보고선 기대가 높아졌다.

책이 일단 매거진처럼 시각적으로 매우 보기가 쉽고 따라하기가 좋아서 어렵지 않고 만만하게 보인 것도 큰 매력이었다. 사진이 과정 별로 나와 있고 완성된 그림을 보면 성취욕이 높아지는 것은 정말 그만큼 사진의 효과가 컸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제조과정에 관련된 사진들이 정확하게 나와 있어서 글로 된 부분과 맞추어 읽어가면 머릿속으로 연상할 수 있어 불안감을 줄일 수 있었다. 지은이가 약사출신이란 점도 기대감을 높여주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제품을 만든 경험을 써 놓았다는 것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것도 재미있으면서 어렵지 않은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따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큰 매력이었다.

 

실제로 참존화장품을 어머니께서 자주 사용하셨는데 그 참존의 창업주도 역시 약국을 운영하던 약국아저씨였고 키엘이란 미국브랜드도 역시 약사가 만든 것이었고 엘리자베스 아덴도 간호사가 창업주였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피부과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약사들의 탁월한 지식과 경험과 재능을 결합한 우수한 제품이 나올 것이란 것은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것은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게 그런 손재주가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갖추어야 할 도구들도 예상보다 만만치 않게 많았다.

 

그래도 피부노화를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선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하니 가장 초보적인 제품을 하나 만들어 보았다. 수딩밤이 가장 수월할 것 같았고 겨울에 제일 많이 사용할 것 같아 선택했는데 작은 용기에 넣어 밀봉해 놓고서 지속적으로 3주를 사용하니 믿음이 생겼다. 처음엔 그 끈적임과 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틀 정도 되면 자극이 적고 훨씬 피부가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 제품보다 좀 느리다. 확실히 그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내 손으로 만든 제품이라 제대로 효과가 날까, 어떤 효과가 날까, 무척이나 걱정이 되고 시간과 노력이 허사가 될까 마음이 졸였던 것인데 비록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하지만 일반 화장품을 발랐을 때보다 한 번 바르면 그 효과가 아주 오래 갔다. 다시 덧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제 상태로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아이크림이나 리프팅크림에 대해서도 확실히 기대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내 손으로 만들어도 프랑스의 연구소에서 만든 것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 것이다. 내가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이 바로 재생탄력앰플이다. 왜냐하면 역시 가장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실제 바르면 효과가 탁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드는 재료에 대해서 위생적으로, 그리고 좀 더 내 피부에 맞는 것을 찾는 노력을 한다면 앰플도 30만원 이상 주고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효과를 볼 것이라 확신한다. 이렇게 좋은 방법을 왜 그렇게 감추어 두고 잘 맞지도 않고 대충 좋은 화장품을 사서 쓰라고 했는지 마음이 많이 상했다. 내 손으로 만든다는 점이 못 미더워 망설였던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전에도 사 두고는 그냥 구경만 하고선 책장에 꽂아 두었던 화장품관련 책들이 아깝기만 하다. 이젠 확실히 그 두려움을 날려 버렸다.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책에 나와 있는대로 정확하게 용량과 시간을 재서 4번 이상 만들어 보면 소량이더라도 확실히 내 피부에 맞는 기능성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초기에 갖추어야 할 저울이나 용량을 재는 도구들을 갖추면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실용서 중의 실용서이다. 효과가 매우 안정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세트 - 전3권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애니메이션 제작 : 명필름 오돌또기,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엮음, 원작동화 황선미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그 감성에 익숙해진 상태로 어른이 된 세대가 보기에 이 마당을 나온 암탉의 그림들은 다소 어설프고 순진무구하며 색감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로 잰 듯한 빈틈 없는 구성과 딱 떨어지는 균형미를 중요시 여기는 옆 나라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을 아무런 비판이 없이, 대안도 없는 채 수 십년 동안 보면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슴에 와락하며 안겨버리는 이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초록이는 커다란 머리와 높아도 너무 높은 채도를 온 몸에 바른 채 내 옆을 알짱알짱 댄 지 채 몇 분도 안 되어서였다. 단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음에도 녀석이 사랑스러웠다. 물론 2011년 그 뜨거웠던 여름에 만났던 기억이 인연이 되긴 했지만 책으로 나와도 반기게 된 것은 역시 탁월하게 따스한 '감성'때문이다.

 

안데르센의 미운오리새끼와 비슷한 스토리였더라면 식상했을 텐데 오히려 니모를 찾아서의 천방지축 니모에 가까운 녀석의 세상 나들이를 뒤좇아 가면서 느끼고 보는 동안 어느새 그렇게도 겁나고 피하고 싶은 세상 일들이, 사람들이 작게 보이고 만만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미운오리새끼를 연상하지 않고도 맘 편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현재의 가족구성원의 모습 때문이다. 우리 옆 집에도 아빠와 딸들의 성이 다른 채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다문화가정의 모습은 이제는 tv 화면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도 간간히 마주칠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단일민족임을 강조하던 이 한반도의 가족구성원의 모습이 변한 것이다. 그래서 잎싹이와 초록이처럼 엄마와 아들의 외모가 서로 이질적인 모습인 채로도 정답게 살아가는 가정이 있기에 이 책 속에 담긴 서럽지만 그래도 따스한 모정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아들은 성장해서 제 날개를 펼 때가 되면 나이 들어 허리가 굽어지고 뼈가 약해질대로 약해져서 추운 날씨엔 걷기조차 힘든 늙은 엄마를 부담스러워한다. 물론 딸도 비슷하긴 하지만 아들이 더  그런 특징을 강하게 보이는 것 같다. 제가 살 세상을 꿈 꾸며 더 넓은 세상으로 비행할 준비로 바쁜 아들에게 엄마는 너무나 초라하고 귀찮은 존재로 비춰진다. 그런 우리의 인간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만화로 닭과 청둥오리 사이의 갈등으로 너무나 섬세하고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었다.

 

초록이가 미래의 나라,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모험이 주 된 스토리였다면  유쾌하게 실컷 웃고 마는 그런 만화가 되었겠지만 이 책은 무게감이 실로 대단한, 뚜렷한 주제의식과 탄탄한 스토리가 밑바탕이 되고 있어 단 한 번에 보고 덮을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삶이 힘들어지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려운 상황에서 다시 꺼 내 손에 잡을 그런 책이다.

 

형식은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하고 즐겁게 대할 수 있도록 만화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어마어마하다는 점, 그래서 이 책이 어린이때 읽는 것과 어른이 되어 읽을 때에는 아마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은 매우 큰 장점이다. 삶에서 순간순간 닥쳐오는 위기의 상황에서 초록이처럼 놀라서 도망만 쳐 댈 수도 있고 아니면 잎싹이처럼 아프지만 큰 결단을 내릴 때도 있기에 어느 입장에서 읽든 다양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을 아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엄마들, 그리고 넓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준비에만 골몰하느라 외로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아들들에게 권한다. 단순히 한국적 상황을 담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부모들이 함께 웃으며 눈물을 닦으며 공감할 수 있는 진리가 담겨 있어 부모와 혹은 자식과의 갈등을 겪는, 탯줄을 끊지 못해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을 송곳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삼킬 듯한 위험한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자신도 젊었을 때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
이상 지음, 권영민 엮음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조간신문에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해마다 여러 문학상 수상자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상문학상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기보다는 가히 '천재'적 문학성을 갖춘 사람에게 돌아가는 상이라 생각하기에 정말 궁금했다. 그의 문학적 재능이 궁금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이제 33세 살의 아주 젊은 나이라는 점이었는데 예전에 최연소 수상자가 45세 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3500여 만원의 상금의 액수가 오히려 적은 편이라 생각될 정도로 '이상'이란 이름이 갖는 명예와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그 이유가 바로 이상의 작품 속에 나오는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에 무척이나 난해한 개념들, 그리고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시어와 같은 창조적 언어들 때문이다. 표현력이 뛰어난 작가들은 여럿 보았지만 이상은 27세에 생을 마감하며서 그 짧은 생애 속에 남긴 작품들이 하나같이 독창적이면서도 해괴망칙스럽기도 하고 자유로우면서 상상 속의 일들을 글로 그려내듯 하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며 따라가는 것조차도 버거울 정도인 것이다.

 

중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이상의 '날개'를 배운 이후 최근 우리집에 무리해서 70권에 이르는 한국문학전집을 들여 놓았다. 가족들의 빗발치는 반대와 한숨섞인 불만에도 나는 근현대사를 살아 온 나와 같은 땅에서 태어나 자라며 생활해 온 그 선배들의 이야기를 밤마다 펼쳐보는 즐거움을 끊을 수가 없다. 하지만 70여 권이나 되는 문학집에도 작가마다 단 1편의 대표작을 실어 주니 이상의 작품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을 원했고 그래서 찾게 된 것이 단편들과 장편을 모아 한 권에 수록한 민음사의 <이상 소설 전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주회시'를 펼쳐 보았을 때이다.

잡지광고도 아닌 것이  온통 검은 한글로 도배가 되다시피한 그 페이지들을 대했을 때의 나는 숨이 콱 막혀 질식할 것 같기도 하고 토할 것 같기도 했다. 어떻게 그런 막막한 현실을 이렇게 띄어쓰기 없는,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젊은이로서 지금 2012년을 넘어 2013년 새해에 들어와서도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이 땅의 수 백만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에 있어서도 매우 앞 서 있다.

 

이상이 살던 그 시대 (1910년-1937년)이 2010년 대의 현재 이 땅에서 숨이 콱 막히는 절망을 토로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것과 같다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사회인식에 대한 통찰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웃음이 아니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실화'편이다.

이상을 과격한 , 엉뚱한 천재 작가라는 울타리에 가두어 넣고 보니 20대 젊은 남자였다는 점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실화를 읽으면서 그도 역시 이성을 그리워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지극히 '정상적인 젊은 남자' 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이다.

 

사랑하는 여인 연과 연의 남자, 그리고 이상 이렇게 셋의 삼각관계의 구도를 설정한 것을 보면서 그리고 다소 여성에 대해 가볍고 싫증이 나는 것으로 표현은 했지만 그가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탐색을 했던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정상적인 20대 청년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의 작품들 속에 나타난 너무나 어둡고 칙칙하면서 암울한 모습 간간히 그의 생애 가운데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탐색했던 것들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니 문학이란 작가와 작가가 살던 시대를 제대로 알아야지만 그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 제대로 된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민음사의 책들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데 요즘처럼 광택표지에 띠지까지 색깔별도 맞추어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세상에서도 책의 구성이나 편집, 눈에 피로감을 덜 주는 활자의 선택 등 읽는 이의 본질적인 편의를 가장 크게 여기며 신경을 써 서 펴내기 때문에 잠시 다른 출판사의 책들에 눈길을 주다가도 카운터에 들고 가는 마지막 책은 민음사의 것이다.아울러 책값이란 것이 책이 나이를 먹으면 더 올라가게 되어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스테이디셀러가 되면 3년 전에 비해 몇 천원 이상은 거뜬히 올라가 있으니 정말 속이 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민음사의 책은 그래도 가격변동이 덜 한 것 같아 맘에 든다.

 

책을 외식하듯 특별한 때만, 필요에 따라 읽는 사람에게는 몰라도 책을 밥처럼, 가정식백반처럼 매일의 에너지원으로 읽는 이에겐 책표지의 세련됨보다는 책 구성의 단단함에 훨씬 끌린다. 앞으로는 책을 외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보다는 책을 밥처럼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펴내주는 그런 출판계가 되어 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그래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에서 책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로시 2013-01-3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상의 글이 시대배경과 함께 제대로 읽혀졌던 유일한 책이었습니다!
 
시간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 - 박영선 목사 그의 삶과 신앙, 설교를 말하다
박영선 지음 / 복있는사람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강하면서도 군더더기없는 박영선목사의 살아있는 화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책! 그래서 자주 들춰보고 나를 검증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