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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 - 조직의 모든 어리석음에 대한 고찰
군터 뒤크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세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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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회사와 똑같은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이해는 간다. 저자가 독일 IBM의 CTO 출신이니까 말이다. 동일 업종 회사의 CTO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에 백배 공감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이 책은 각 개인의 성과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팀으로는 오합지졸이라 주장한다. 모두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저마다 다른 부분을 보는 탓에 협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경영자는 업무가 직원의 영혼을 움직여 일을 물 흐르듯 처리하게 하는지에 대해 무관심하며 오로지 목표달성만 재촉하며, 이처럼 무관심과 불만이 가득 찬 상태에서 직원은 사업 전반의 주요 흐름이나 핵심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직과 팀은 얽히고설킨 구성원의 이해관계로 변화를 이끌어낼 의지조차 갖지 못하고, 더 나은 전략을 구상하거나 성취 가능성을 확인할 여유를 주지 않으며, 결국 모든 팀원의 업무와 기능에 과부하가 걸려 실수와 일정 지연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집단 지성은 팀원 각자가 스스로 선택한 하나의 공동 목표 아래 똘똘 뭉쳐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결실을 거두려 노력할 때 생겨난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 강요된, 즉 개인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거나 공동의 합의로 선택되지 못한 목표 아래서는 아무런 의미 없이 함께 일해야 하는 의무로 바뀐다는 것이다. 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대기행렬 공식을 이용해 85퍼센트 이상의 인력 활용도는 더욱 많은 업무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은 중요도 혹은 자격요건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훨씬 더 적은 부담을 갖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한 목표임을 인정하고 꾸준히 더 나은 미래를 꾸려갈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도 말한다. 이 책에서는 현재 기업이 처한 기막힌 환경들을 계속 꼬집고 있다. 이를테면 경영진이 직원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업무 규정을 세밀하게 지시하게 되었고, 이제 직원은 고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통제를 피하기 위해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영자와 직원이 서로 눈치를 보며 생존 투쟁을 벌이는 탓에 양쪽이 모두 기회주의자가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각종 평가지표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예전보다 더욱 조급해진 중간 관리자는 이제 무조건적으로 높은 수치만 요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필연적으로 꼼수를 강제하게 만들고 실적을 꾸며대고 심지어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 풍조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 위에서 떠밀려 내려온 애초에 해결자체가 불가능한 과제들 속에서 중간관리자는 중간에 끼어 죽을 지경이고, 비용절감을 위해 야근수당, 휴가비, 교육비, 혁신노력을 없애는데 그치지 않고 직원까지 거침없이 해고시키며 죽어라 절약만 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고 말한다. 특히 미리 계산할 수 없는 혁신은 거부되는데, 혁신에 필요한 비용은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지만 그 혁신을 도입함으로써 얻게 될 이득은 예측이 불가능한 현실을 경영진들이 잘 모른다고 질타하고 있다. 모든 변화에 이득만을 기대하는 경영진은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이득을 예측할 수 없는 이 불투명한 혁신을 내심 증오하게 되지만 살인적인 경쟁 탓에 경영진은 어쩔 수 없이 혁신을 시도하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시도하는 혁신은 투입 비용에 비해 초라한 이득만을 남긴 뿐이라 말한다.


또한 대기업은 모든 개별부서와 직원들에게 각각의 최적화를 요구할 뿐, 다른 부서를 고려하지 않고 제각기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만 최적화하는 탓에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성공해야만 하며, 높은 실적을 기록해야 하고, 언제 어디서나 항상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개탄하고 있다. 이것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서비스업은 컴퓨터 탓에 점점 더 표준화되어가고 있으며, 이 표준에서 벗어나는 예외 조항과 특수한 요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싼 탓에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컴퓨터가 제시하는 표준을 받아들인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는 슬그머니 경제화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기업과 인간이 비대칭적인 정보를 가지는 상황에서 모두가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며, 심지어 그렇게 하라고 선동까지 일삼는 주체가 바로 경제화라는 것이다. 결국 정보의 우위를 점한 사람은 이를 철저히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목적만 가지고 기회주의에 사로잡히게 되면 모두 이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함께 죽는 길이라 말한다. 기회주의에 빠진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가능한 모든 것을 쥐어짜내려 하며 소비지도 이를 눈치 채고 빠르게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때 높은 신뢰도를 자랑했던 관계는 냉철한 계산이 지배하는 적대적인 관계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 중에서 에드워드 데밍이 노동자는 잘못의 15퍼센트에만 책임이 있을 뿐 나머지 85퍼센트는 경영진이 만든 체계가 초래한 잘못된 결과라고 말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저자는 일방적인 성장 요구를 멈추고, 과중한 부담을 줄이고, 직원에게 비현실적인 목표를 강제하지 말자는 등 기업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을 치유할 수 있는 정확한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실망의 말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현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것은 좋은데 해결책이 없다니 정말 실망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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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1 0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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